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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롱 Oct 12. 2024

지각


비가 온다.

이런 날은 으레 지각이 많다.

1교시도 훌쩍 지났는데 아직도 **가 안 왔다.

얼마나 지났을까.

**가 교실 문 앞에서 교실로 못 들어오고 주춤거리고 서 있다.

“얼른 들어와. 괜찮아.”

늦게 오는 아이들은 열이면 열

교실 밖에서 한참을 서성인다.

신경 써서 챙기지 않으면 복도에서 몇십 분이라도 그렇게 서 있을 수도 있다.

아무리 교사가 활짝 웃으며

늦게라도 온 게 대단한 거야,

친구들이 많이 기다렸다는 등

환영의 말을 쏟아내도

아이의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

친구들의 눈치를 살피며 쭈뼛거린다.

“우리 잠시 쉬었다가 공부하자. 화장실 다녀오세요.”


눈치 빠르고 사랑 많은 **가 지각한 친구를 챙겨준다.

“국어시간에 이거 배우고 있어. 내가 책 줄게. 보고 써.”

책도 꺼내 주고 연필도 쥐어주며 살뜰히 도와준다.

다른 아이들도 우르르 모여든다.

** 표정이 금세 밝아진다. 

쉬는 시간 **를 가만히 불러본다.

“선생님도 늦잠 잘 때 많아. 괜찮아. 비가 와서 친구들도 조금씩 늦었어.”

“선생님~~”

“응. 할 말 있니?”

“저는 비 오는 날이 싫어요. ”

“왜? ”

"그냥 슬퍼요. 아빠가 오토바이 타고 일하시다 미끄러져서 사고 날까 봐요.”

순간 눈물이 핑 돈다.

효녀 **에게 오늘은 슬픔 이가 찾아왔다. 


독서시간 ‘슬픔이 찾아와도 괜찮아’라는 책을 읽어줬다.

어떨 때 슬펐냐고 하니

‘동생 때문에 억울하게 혼났을 때요.’

‘받아쓰기 60점 맞았을 때요.’

‘엄마가 아플 때요.’

‘친구들이 제 맘을 몰라줬을 때요.’

**가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본다.

지난주 ‘사소한 소원만 들어주는 두꺼비’ 책을 읽고

소원을 말해 보는 시간에

친구들이 자기 소원을 사소하지 않은 소원이라고 한 게  속상해서

교실을 뛰쳐나가 한참을 울먹거렸던 **.

그 서운함이 슬픔으로 남아있나 보다.

                                 

살면서 슬픈 일은 때때로 찾아온단다.

“선생님은 슬픈 영화 보며 실컷 울기도 하고 햇빛 맞으며 무작정 걷기도 해.”

아이들이 선택한 방법도 다르지 않다.

달콤한 것 먹기, 친구들과 놀기, 잠자기, 게임하기, 땀 뻘뻘 흘리며 운동하기 등등

“슬픔이 찾아와도 괜찮아. 기쁠 때가 있듯 슬플 때도 있잖아. 

너희들의 슬픔 닦았던 휴지들, 요 까만 상자에 담아서 내가 다 없애버릴게."

마술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휴지는 사라지고 멋진 꽃다발이 나온다. 

아이들의 탄성. 

'얘들아~

지금까지의 슬픔은 툭툭 털어버리렴.

슬픔이 올 때면   

너의 건강함을 믿고 이겨낼 수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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