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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롱쌤 Mar 31. 2024

우리반에 고양이 한마리도 산다

우리반 재적수는 24명. 

그런데 카운트 되지 않은 1명이 있다. 

바로 고양이 ‘량량이’.

‘량량이’는 **이와 늘 함께 한다.

학교 투어를 할 때도 도서관에 갈 때도 내게 꼭 묻는다.

“선생님, 량량이 데려가도 돼요?”

게임 할 때도 

“선생님, 량량이도 같이 해도 돼요?”

다정하게 ‘량량이’에게 말을 걸고 살뜰히 챙기는 

**이의 모습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량량이는 필통에 그려진 고양이 캐릭터다. 


 **이와 량량이를 생각하며 읽어준 그림책 ‘은지와 푹신이’

나름 목소리 연기까지 하며 애쓰는데

그게 효과 만점인 것 같다. 

꼭 영화 보듯 이야기 속으로 빠지는 아이들.

“푹신이 강아지예요?”

“너구리 같은데.”

“아니, 내가 볼 땐 곰같은데.”

시작전부터 호기심 만발이다. 

은지가 낡고 병든(?) 푹신이를 고치러 모래언덕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둘이서만 기차를 탈 땐

“선생님, 얘네들 용감해요. 

난 한번도 엄마 아빠 없이 혼자 나서 본 적 없는데.”

간이역에서 도시락 사러 나갔던 푹신이가 돌아오지 않을 땐

모두 숨죽이며 긴장했다.

“어떡해. 푹신이 기차 못탄 거 아냐.”

그러다 푹신이 꼬리가 기차문에 끼여서 못들어 온걸 알았을 땐 깔깔깔 웃었다.

푹신이가 모래언덕에서 개에게 물려갔다.

“푹신이 죽은 거야?”

침을 꼴깍 삼키며 다음 장면을 기다린다.

할머니가 찢어진 푹신이를 바느질로 정성껏 기우고 목욕을 시키자 

푹신이는 옛날의 깔끔한 여우 인형으로 돌아왔다. 

“아, 강아지 아니고 여우였구나.”

“다행이다. 은지랑 이제 집에 갈 수 있겠어.”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쉰다. 

“저도 집에 아끼는 토끼 인형 있어요.”

“맨날 베고 자는 인형 베개가 좋아요.”

“선생님, 애기때 늘 들고 다니던 거 이젠 추억으로 남았어요.”

헉, 1학년 입에서 추억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야기 속 은지 이제 어른 됐겠다. 

푹신이 아직도 은지와 함께 있을까?”

“아뇨. 은지 엄마가 버렸을걸요.”

“다른 애기 한테 갔을 것 같은데요.”

‘애착 인형’.

낯선 1학년 생활을 함께 해주고 있는 최고의 친구 ‘량량이’도

**이와 헤어지는 날이 올까? 


오늘은 드디어 ‘교실 놀이’를 하는 날이다. 

모든 놀잇감이 총출동했다. 

블록, 체스, 할리갈리, 큐즈, 도미노 한글, 도미노 숫자놀이...

저마다 입맛에 맞는 것들을 끼리끼리 차지하고 논다.

그런데 책상에 앉아 있는 친구 있다.

자긴 가만히 앉아 있는 게 좋단다.

그럴 리는 없지.

성격 좋은 **이 한테 간다.

“저기 **이 한테 가서 같이 놀자 해봐. 아직 낯설어서 그런가봐.

놀이의 고수는 친구를 배려하는 거잖아.”

고개를 끄덕이며 선생님의 부탁을 잘도 들어 준다.

“우리랑 같이 놀자. 큐브로 뭐 만들고 있는데 같이 하면 재밌어.”

자긴 책을 그냥 보겠단다.

진짜 책이 더 재밌을까?

책을 보다 노는 친구들을 물끄러미 쳐다 보는 **.

‘너 지금 놀고 싶지?’

성격 좋은 **에게 다시 부탁한다.

“요거 들고 둘만 놀자 해봐.”

새 놀이감을 들고 다시 가는 배려해주는 ‘놀이의 고수’.

“나랑 이걸로 놀래?”

앗, 그런데 꿈쩍도 않던 **가 선뜻 일어선다.

요게 통하네.


유치원때부터 단짝인 **와 **.

“다른 친구들과도 놀아봐.” 

쭈뼛 쭈뼛하다 친구들 노는 것 구경하며 한발짝 다가간다.

그래, 그래. 

남자 아이들은 블록으로 탱크, 비행기, 잠수함, 총을 만들어

날 공격하고

여자 아이들은 큐브로 아이스크림, 과일을 만들어 

‘선생님 먹어보세요’ 한다.

접근법도 참 다르다. 

한쪽에서는 체스를 한쪽에서는 자석 블록으로 낄낄 거리고.

음~~ 잘 놀고 있군.

그.런.데

“저 놀이 안해요!”

** 소리 들린다.

씩씩거리며 가방메고 집에 가겠단다. 

“잠깐! 무슨 일인데?”

“재미 없어요. 게임 싫어졌어요.”

왜?

같이 놀던 친구를 급히 불렀다.

“할리갈리 카드 가져가니까 화내요.”

“아~~**가 규칙을 아직 잘 몰라서 그런 것 같네. 

그래 너도 속상하겠다.”

집에 가겠다고 눈물까지 흘리는 **.

게임은 원래 그런거다,

다른 거 하며 놀자 달래도

안통한다.

“엄마한테 전화해주세요. 집에 갈래요.”

이럴 때 참 딜레마다.

못들은 척 무시해야 하나, 더 달래야 하나, 전화를 해야 하나.

결국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이가 떠나고 놀이는 종료됐다.

뒷정리까지 완벽하게 해내는 기특한 아이들.

아이들은 꿀판이 또 가득 차면 다음엔 뭘 하고 놀까 

벌써 행복한 고민중이다.

그런데 나는 울면서 집에 간 ** 생각에 심란하다.

이렇게 한주가 흘렀다.   


늦게 피는 꽃

 (김마리아) 

엄마,

저 땜에 걱정 많으시죠?

어설프고 철이 없어서요

봄이 왔다고 다 서둘러

꽃이 피나요?

늦게 피는 꽃도 있잖아요

덤벙대고

까불고 철없다고

속상하지 마세요

나도 느림보

늦게 피는 꽃이라면

자라날 시간을 주세요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철들 시간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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