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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롱쌤 Mar 26. 2024

눈물의 의미를 알수만 있다면

주말을쉬고 온 아이들에게 묻는다.

“가족들과 뭐 하고 지냈나요?”

많은 아이들이  대답한다.

“게임했어요.”

“유튜브 봤어요.”

교문을 나서면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가방 속 휴대폰을 켜는 아이도 있다.

맞벌이 부모님들이 아이의 안전이 걱정돼 손에 들려줬을 것이다.

학습지 1장에 휴대폰 게임 5분 한다는 아이도 있다.

어른은 물론 아이들까지도 휴대폰 없는 삶은 이제 상상할 수도 없게 됐다.


“선생님 스마트폰은 몇 살 때 사줘야 하나요?”

가끔 묻는 학부모님이 계시다.

그럼 난 단호하게 말한다.

‘초등학교 저학년때는 결단코 필요없다!!’

혼자 노트북이나 휴대폰으로 노는 게 더 재밌다는 아이들.

온라인에서 친구들을 만나 게임하고 수다 떠는 아이들.

하루 종일 밖에서 친구들과 함께 뒹굴며 산으로 들로 온 동네를 다 휘젓고 다니며 놀던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바뀌어도 정말 너무 바뀐 풍경이다.

뇌과학자들은 요즘 부모님들에게 경고한다.

게임과 영상을 가까인 한 아이들은 뇌의 전두엽에 문제가 생긴다고 말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보면 시신경을 통해 전달돼

뇌의 후두엽으로 갔다가 생각과 사고, 판단을 관장하는 전두엽으로 온다.

그런데 게임이나 영상은 전두엽에서 생각할 겨를을 안주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사고할 새도 없이 캐릭터가 죽고 영상이 휙휙 바뀌기 때문에

즉흥적이고 즉각적으로 손과 눈이 움직이게 된다.

생각하는 능력을 주관하는 전두엽은 거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책 읽는 아이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아이는 그림을 보고 글씨를 보며 혼자 생각하고 정리하고 판단할 것이다.

아이의 속도대로 책장을 넘기고 궁금한 것은 어른들에게 물어도 보고 또 혼자 중얼거릴 수도 있다.

이 순간 아이들의 뇌를 찍어보면 머리 뒤쪽(후두엽)부터 앞쪽(전두엽)까지 색깔이 변하면서 활성화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고학년 아이들을 가르칠 때면 많은 아이들이 제일 싫어하고 못하는 것이

생각하고 이야기하고(토론하고) 글로 써보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사고 훈련이 되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스마트폰 구입 고민 중인 학부모님들을 위한 팁 몇 가지 알려드린다.


1. 최대한 구입시기를 늦추기

-사실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스마트폰이 필요 없다.

2. 초등학생 전용폰, 요금제를 활용하기

-맞벌이일 경우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구입해야 한다면 단순한 기능과 단순한 게임 몇 가지만 들어 있는 것이 좋다.

3. 구입 전 규칙 정하기

-고학년이 되면 아주 논리적으로 부모를 설득할 것이다.

‘친구관계에 문제가 생긴다’, ‘공부할 때 도움된다’ 등등의 이유를 들이대며 말이다.

그럴 때도 사실 난 끝까지 구입 시기를 미루라고 하고 싶다.

그러다 이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구입 후 사용 규칙을 아이와 함께 정해야 한다.

하루에 언제, 몇 시간을 쓸지, 그리고 그걸 어기면 어떤 제재를 받을지를 함께 의논한다.

이때 부모님이 일방적으로 약속을 정하면 안 된다.

머리 굵어진 아들딸 “그건 엄마 아빠가 정한 거잖아요. 저는 동의한 적 없어요.” 반박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 세대 우리 1학년 학교 수업은 어떨까.

영상 시청은 최소화하려 애쓴다.  

되도록이면 교사의 언어와 몸짓으로 소통하려고 한다.

직접 그려보고 만들어 보고 손으로 접어본다.

몸을 움직이며 활동하며 이야기하려 애쓴다.

그러다 어쩌다 영상을 틀어주면 아이들의 집중력에 깜짝 놀란다.

산만했던 녀석들까지 순식간에 화면에 빠져든다.

완전히 다른 세대임을 온몸으로 느낀다.

빠른 화면 전환과 자극적인 영상을 많이 본 아이일수록

수업시간 오히려 수동적이다.

그리고 “재미없어요” “시시해요” “지루해요”를 외치며 온몸을 비튼다.


부쩍 서로서로 친해진 아이들.

책도 함께 읽고 싶어하고 함께 이야기하는 재미에 빠졌다.  

머리 맞대고 노는 모습이 예쁘다.


창체시간에 조각그림을 활용해 그림을 그렸다.

조그만 '해' 그림을 가지고도

얼마나 다양하고 창의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지

서로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아이들도 나도 깜짝 놀랐다.

작은 해가 구름에 가렸지만 화사한 봄풍경을 그리기도 했고

해가 뜬 낮 시간과 달이 뜬 밤시간을 대비해서도 그렸고

햇님 무늬가 있는 필통이 그려진 책상을 그리기도 했다.

서로의 작품을 보면서

다양한 생각과 상상력, 그리고 표현력을 보면서

우린 자극받고 있고 배우고 있다.


통합시간 부록에 붙어있던 스티커로 봄동산을 꾸밀 때였다.

“선생님, **이 울어요.”

엉? 가만히 보니 진짜 눈물을 뚝뚝 흘리며 소리없이 울고 있다.

가만히 다가가서 물어본다.

“**아, 어디 아파?”

“아니요. 그냥 자꾸 눈물이 나와요.”

이마를 짚어보니 미열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다.

“힘들어? 지금 스티커 붙이는 게 어려워?”

“그건 아니예요.”

가까이 있던 **가 휴지를 가지고 와서 준다.

“**아, 눈물 콧물닦아.”

다정하게 챙겨주는 **.

“안 울고 싶은데 자꾸 눈물이 나와요.”

“알았어. 그럴 수 있어. 선생님이 뭐 도와줄까?”

눈물 콧물 닦아주며 물통을 꺼내 물도 한 모금 마시게 했다.

친구들의 걱정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선생님, **이 힘들어서 그럴 수도 있어요.”


긴장의 연속 3월이 끝나간다.

여덟살 인생에 초등학교 입학은 엄청난 큰 변화이고 도전이다.

집에서 응석만 부리던 아이들이 학생처럼 행동하려고 얼마나 애쓰고 있을까.

방과후 갔다가 교실에 들른 아이들을 가만히 안아줬다.

품에 쏙 안기는 아이들.

마냥 이 아이들이 대견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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