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는 곳에는 과학자들이 득실 거린다. 아마 절반 이상은 박사라는 생각이다. 이곳에서 하는 일은 주로 연구하는 것이다. 연구란, 잘 분석하고 잘 '따지는 일'을 말한다. 이 '따지는 일'은 발표와 토론으로 이뤄진다. 결과를 발표하고, 토론으로 검증받는 것이다. 이때 필요한 역량 중 하나가 '제대로발표하는 능력'이다.
예전부터 동료 과학자들의 발표는 참 어려웠다. 그때마다 부족한 내 지식과 이해력을 탓했었다. 그런데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꼭 내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각자의 발표 능력도 크게 한 몫했다는 생각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스스로 발표를 잘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물론 나도 그랬다.
몇 달 전 대전 카네기 독서포럼에서 발표할 기회가 있었다. 촬영된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왔고, 영상 속 내모습은 참으로 나를 부끄럽게 했다. 그제야'나도 발표 좀 하지~'라고 믿었던 어이없는 착각을 제대로 알게 된 것이다. 얼마 후, 대전 카네기의 이태성 지사장님으로부터 HIP(High Impact Presentation)라는 코스를 추천받았다. 프레젠테이션 능력을 향상해주는 교육이라고 하더라. 정말 한치의 고민 없이 코스에 등록했다. 내 부끄러움을 한방에 날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HIP 코스는 총 4주 동안 진행된다. 오로지 발표 능력 향상에만 집중된 과정이다. '긍정적인 첫인상 창출'에서 '변화를 수용하도록 영감을 주는 프린젠테이션'까지 정말 체계적인 커리큘럼으로 구성되어 있다. 단순한 지식 전달만 있는 게 아니다. 매 시간 개별 발표를 하고, 촬영된 영상을 공유한다. 자가 피드백을 받고, 전문가로 부터 개별 코칭도 받는다. 이 과정을 거치면 발표 능력 향상이 없을 수가 없다는 생각이다.
앞서 과학자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했다.발표능력이라는 답은 이미 했다. 그리고 HIP는 발표 능력을 드라마틱하게 향상해줄 코스라고 확신한다. 내게 HIP라는 경험은 과학자로서의 내 삶에 매우 큰 변화를 줄 것이라 믿는다. 한편으로 동료 과학자들도 이 코스를 꼭 거쳤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든다. 모두가'제대로발표하는 능력'을 탑재한다면 우리나라 과학계가 비약적인 도약을 이룰 수 있지 않을 까하고 감히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