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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과학자 Jun 23. 2021

100년의 통찰: '행복'

 [서평] 백 년을 살아보니


지금 것 살아보니 알겠더군요.
아무리 행복해지고 싶어도 행복해지기 힘든 사람들이 있습니다.
- 김형석, 중앙일보 [현문우답]

  

  '메시지'는 그 내용을 전달하는 '메신저'에 따라 그 울림이 달라지는 것 같다.

  

  '행복'에 대한 '메시지'는 참 흔하다.  나조차도 친구들과 소주 한잔을 기울이며 '행복'을 논한다. 그만큼 뻔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100년을 살아온 사람이 '행복'에 대해 말한다면..?


 '100년의 안목'이란, 결코 뻔하고 가벼울 수가 없다. 이 연륜 있는 '메신저'가 전하는 '메시지'는 묵직하고 경건하다. 이 정도의 '메시지'라면 가히 '통찰'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예전 '대전 카네기 시니어 과정'에서 '건강한 삶 행복한 오늘'이라는 주제의 강의를 접할 기회가 있었다. 이 귀중한 강의에서 김형석 교수님의 '백 년을 살아보니'라는 책을 소개받았다. 이 책은.. 100년을 넘게 산 저자가  '육필'로 '직접' 쓴 책이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관점에서의 '행복론'을 말한다. 또한, 살아오면서 겪었던 경험을 근거하여 '백 년을 살아보니 알겠다'라고 답한다. 그중 대표적인 질문 몇 개를 추려 보았다.


 Q: 얼마나 벌어야 행복한가?
 A: 경제는 중산층에 머물면서 정신적으로는 상위층에 속하는 사람이 행복하다.
 - 백 년을 살아보니, p.28

 

  부와 행복은 결코 떨어질 수 없다. 누구나 행복해지기 위해 부를 추구하니까.. 그렇다면 도대체 얼마나 벌어야 행복할까? 저자는 인격의 수준만큼만 재산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즉, 자신의 인격 성장이 70이라면 70의 재물만을 소유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부모로 부터 재산을 물려받아서 90의 재물을 갖게 된다면? 분에 넘치는 그 20의 재산 때문에 지지 않아도 될 고통과 불행을 겪게 될 것이라 경고한다.

  

  저자는 제자들에게 보다 구체적인 교훈을 주기도 한다. "경제는 중산층에 머물면서 정신적으로는 상위층에 속하라는 것"이다. 이 말은... 무슨 뜻일까? 쉽게 말해서, 먹고 살만큼 벌었으면 '주변을 돌아보며' 살아가란 말이다.


  그럼 먹고 살만큼 이란 건 어느 정도일까? 내 생각에는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교육시킬 수 있을 정도의 재산, 조금 더 보태면 어느 정도의 취미생활이나 여행 등을 즐길 재산 정도로 이해된다. 그 이상의 재산이 있다면, 삶의 가치를 재산의 다소로 평가하는, 경제적 노예로 전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고메한 인격의 크기를 지니고 있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존경받는 '진짜 부자'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그러나 그게 말처럼 쉬운가? 나처럼 평범한 사람에게는 제자들에게 준 그 교훈이 참으로 현실성 있게 다가온다.


Q: 어떤 사람이 행복한가?
A: 이기적이고 폐쇄적인 정신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은 행복할 수가 없다.
- 백 년을 살아보니, p.23

   

  저자는 이기주의와 행복은 공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사실 좀 의아했다. 누구나 자신을 챙기고, 이익을 챙기고, 그걸 위해 사는 것이 당연한데... 왜 이기적이면 행복하지 못할까? 여기서, '인격'이라는 단어가 다시 중요해진다. 저자는 인격을 '인간관계에서 나오는 선한 가치'로 정의한다. 또한, 그 '인격의 크기가 자기 그릇의 크기' 이며, 이 그릇에 담기는 것이 바로 '행복'이라 말한다. 아주 당연하게도, 이기주의자는 그 그릇이 작을 수밖에 없기에... 담을 수 있는 행복도 작을 수밖에 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격의 크기가 크다는 것, 그리고 정신적 상위층이라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내가 이해하기로는 '정신적 가치를 인정하는 것' 그리고 '공동체 의식'을 지니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책에서는 이에 관련된 간략한 예화를 소개한다.


1947년은 독일의 자랑스러운 시인 괴테의 탄신 200주년이 되는 해였다. 독일은 극심한 전쟁의 후유증 때문에 기념행사를 개최할 여력이 없었다. 그것을 애석하게 여긴 전쟁의 적대국이었던 미국이 세계적인 기념 축전을 개최했다.
- 백 년을 살아보니, p.19


   개인적인 행복을 빗대기엔 다소 스케일이 크긴 하지만, 그 맥락을 이해하기에는 충분한 것 같다. 즉, '문화'와 같은 '정신적 가치'를 인정하는 것, 그리고 단독자가 아닌 '공동체의 관점'에서 그 가치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이다. 이것 먹고 살만큼 벌었으면 '주변을 돌아보라'라는 문장에 담긴 함의 생각이다.


 


 

  사실 한 번의 책 읽기로 저자가 말하는 '행복'을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어렵다. 100년의 경험과 연륜을 한 번에 공감한다는 것 결코 쉽지 않다. 언듯 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 문장 하나, 그 단어 하나를 곰곰이 씹어보면 그 느낌이 달라진다. 씹을수록 달다란 국물이 우러나는 것 같그런 느낌이다.  이유는...100년의 안목에서 우려 나오는 '묵직하고 경건한 통찰'이 담겨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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