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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과학자 Dec 13. 2021

노화생물학 그리고 식이제한

 [서평] 에이지리스


노화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망 위험이 증가하는 것을 말한다.
p. 57


누구나 '노화'하는가?

이 당연함에 한 번도 의구심을 가져본 적은 없다. 사람이 태어나서 자라고, 늙고, 죽는 것은 세상의 이치라고 생각했다. 거스를 수 없는 것, 받아들여야 하는 것, 익숙해져야 하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한 노화였다.  


'예외'는 없는가?

통계적 정의로, 노화란 시간에 흐름에 따라 사망위험이 증가하는 것을 말한다. '별거 없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말에는 '강력한 틈'이 존재한다. 이 정의에 따르면, 노화하지 않는 생명체가 존재한다. 갈라파고스땅거북은 시간이 흘러도 사망 위험이 증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화생물학'

현대에 들어 노화를 바라보는 커다란 인지적 변화가 생겨났다. 노화를 치료 또는 개선의 대상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태동으로 시작된 학문이 바로 '노화생물학'이다.




식이제한 수컷 쥐의 평균 수명은 894일로 잘 먹고살았던 집단의 483일보다 거의 2배로 늘어났다.
p. 86


어느 학문이나 경향이나 유행이 존재한다. 유행을 이끌기 위해서는 과학적 임계질량을 넘어서는 '사건'이 필요하다. 물론, 노화생물학에서도 기념비적인 '사건'이 있다. 바로 맥케이의 식이제한 실험이다. 맥케이는 이 실험을 통해 '칼로리만 낮춰도' 노화의 과정을 늦출 수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노화생물학폭발적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식이제한을 한 원숭이는 건강수명이 5년 더 늘어났다. 원숭이의 1년이 사람의 2, 3년에 해당한다고 단순히 가정하고 이 결과를 사람에 적용해 보면, 건강수명이 10년 정도 늘어났다는 말이 된다.
p. 367


위스콘신대학교와 NIA에서는 사람과 진화적으로 가장 가까운 친척인 붉은 털 원숭이를 대상으로 식이제한 실험을 수행다. 위스콘신 대학교의 실험에서는 식이제한을 통해 붉은 털 원숭이의 건강수명과 일반 수명이 10년 정도 늘어났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물론,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도 있다. NIA에서 실시한 실험의 원숭이들은 식이제한을 한 것이든, 대조군이든 통계적으로 수명에 차이가 없었다.


이 두 실험의 차이점은 뭘까? 그것은 식단의 차이에 있다. 위스콘신대학교의 원숭이들의 식단은 단백질, 설탕, 기름, 비타민 펠렛으로 만들어지고 지방과 설탕 성분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  NIA의 원숭이들은 식이섬유 성분이 풍부한 콩, 곡물, 생선 등을 먹이로 사용했다.


이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식이제한이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과식하지 않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면 몸에 좋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잘 지키기는 어렵다. 맛있는 음식의 유혹을 떨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소 불균형한 음식을 먹더라도, 식이제한이 노화의 가속도를 늦춰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나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느낌이다.


사실 나는 간헐적 단식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매일 9시 이전에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다음날 아침은 먹지 않는다. 그리고 월요일과 목요일은 36시간 동안 공복시간을 유지한다. 그 외에 식사량이나 식단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친구들과의 술자리도 충분히 즐긴다.


간헐적 단식의 가장 큰 장점은 '다이어트'다. 예전부터 운동은 꾸준히 했고, 나름 건강한 식단도 유지하려고 노력 했다. 하지만 술과 야식에서 완벽히 자유로울 수는 없기에... 각 잡고 다이어트 결심을 해야하는 시기가 늘 찾아왔다. 그러나 간헐적 단식을 실천하고부터는 적정 체중을 유지한다. 개인차가 매우 크겠지만, 나에게는 공복시간 유지가 딱히 고통스럽지 않다. 오히려 단식한 다음날 새벽에는 머리가 더 맑아지는 느낌이다.




노화를 치유한다 또는 치료한다는 말은 아직도 어색하게 느껴진다. 학계에서 도전적인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탁월한 효능의 약이나 기술은 없다. 이 책에서는 식이제한뿐 아니라, 자가포식, 말단소체, 후성유전적 변경 등 노화에 원인이 되는 요소들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최신의 연구들을 집대성하여 보여준다.


하지만 지금 당장 실천해 볼 수 있는 방법은 식이제한이 아닌가 싶다. 과식하지 않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게 가장 좋기는 하겠지만 그게 그리 쉬운가? 적어도 나처럼 맛있는 음식의 유혹에 대범하지 않다면.. 그리고 노화를 조금이라도 치유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만 식이제한 또는 간헐적인 단식을 시작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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