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으로 여는 평일의 아침
"엄마, 월요일은 계란찜, 화요일도 계란찜, 수요일은 핫케이크, 목요일은 계란빵, 금요일도 계란빵 해 줘."
매일 밤 잠자기 전에 "내일 아침에 뭐 먹을래?" 묻기를 반복하니 어느 날 딸이 색종이 뒷면에 식단표를 써서 냉장고에 붙여 두었다. 평일 다섯 날이 모두 계란 요리로 가득했다. 계란을 좋아하는 아이답다 싶어 웃음이 새어 나왔다. 올해 여덟 살이 된 딸아이는 편식이 심하다. 한 번 마음에 든 음식은 한 달 내내 먹어도 지겨워하지 않는다. 계란은 이유식 때부터 지금까지 빠진 적이 없다. 말이 트인 이후로도 "이건 싫어. 저건 안 먹어." 하면서도 계란은 언제나 환영이었다. 나를 닮아 계획적인 성격이라 하루, 이틀 메뉴를 말해주던 것이 귀찮아졌는지 아예 주간 식단표를 붙여주었다. 귀엽기도 하고 든든하기도 했다. 아이는 아침잠이 많아서 일어나자마자 먹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학교에서 점심시간 전까지 버티려면 조금이라도 먹여 보내야 하기에 좋아하는 메뉴로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하게 해주려 한다.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계란찜은 부드럽고 따뜻해서 속이 편하고 국물이 있어 삼키기도 쉽다. 빈속을 달래기에는 계란 한 개로 충분하다.
*재료 : 계란 1개, 양파(파) 조금, 소금 적당량, 큰 도자기 접시, 도자기 국그릇, 작은 도자기 접시
*만드는 법
1. 국그릇에 계란 하나를 톡 하고 깨서 넣고 양파나 파를 스테인리스 주방 가위로 작게 썰어서 넣는다.
2. 티스푼 4분의 1의 소금을 퍼서 넣고 계란이 잘 섞이도록 저어준다.
3. 뜨거운 물 60ml를 넣고 잘 섞는다.
중요한 팁은 뜨거운 물을 적당히 넣어 주는 것이다. 더 맛있는 계란찜을 위해 물 온도를 달리하며 반복해서 만들어 봤다. 차가운 물, 미지근한 물, 따뜻한 물. 세 번의 시도 후, 뜨거운 물을 넣었을 때 가장 부드럽고 몽글몽글했다. 우리 집 정수기의 뜨거운 물은 약 85도, 그걸 60ml 부으면 딱 좋다. 국물 요리는 전자레인지 안에서 조리하면 잘 넘친다. 방지 차원으로 큰 접시를 밑에 받치고 작은 접시를 뚜껑처럼 덮어 3분 돌린다. "띵!" 소리와 함께 부드럽게 익은 계란찜 완성. 손잡이 없는 그릇을 꺼내려면 주방 장갑이 꼭 필요하다. 조심조심 꺼내어 손잡이 달린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아 미리 식혀둔다. 그 사이 다리 마사지를 해주며 자는 아이를 깨운다. 아이는 잠이 덜 깬 얼굴로 옷을 입고 식탁에 앉아 계란찜을 한 숟가락 떠먹는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부드럽게 익은 계란처럼 내 마음도 포근하게 녹는다.
딸이 계란찜 다음으로 좋아하는 건 계란빵이다. 고소한 냄새가 부엌 가득 퍼지면 잠결에도 코를 킁킁거리며 일어난다. 아침잠이 많은 아이를 깨우는 데는 알람보다 맛있는 냄새가 더 효과적이다.
*재료 : 핫케이크가루 100g, 계란 4개, 우유 60ml(반죽 농도에 따라 조금 더 추가), 큰 도자기 접시, 작은 유리 용기(이유식 때 쓰던 190ml 용기를 사용한다) 3개, 올리브유, 기름 바르는 솔, 파슬리 가루
*만드는 법
1. 스테인리스 볼에 핫케이크 가루를 넣고 계란 1개와 우유를 부어 휙휙 저어 가며 반죽한다.
2. 유리 용기 안쪽에 솔로 올리브유를 골고루 바른다.
3. 1의 반죽을 유리 용기 3분의 1 정도 채운다.
4. 그 위에 계란 하나를 톡 깨 넣는다.
5. 노른자를 젓가락으로 살짝 터뜨려 준다. 그렇지 않으면 노른자가 전자레인지 안에서 터질 수 있다.
6. 노른자 위에 소금을 조금 뿌려준다.
7. 취향에 따라 파슬리 가루를 솔솔 뿌린다.(생략해도 좋다)
큰 도자기 접시 위에 반죽을 담은 유리 용기 3개를 올려 7~8분 정도 전자레인지에 돌린다. 계란빵이 천천히 익어가며 부풀어 오르고 노릇한 향이 퍼지면 아이는 냄새에 이끌려 식탁에 앉는다. 졸린 눈을 반쯤 감은 딸이 "오늘은 계란빵이네." 하며 웃는다. 빵을 먹는 날은 우유도 곁들여 준다. 목이 멜 수도 있고 평소 우유를 안 먹는 아이에게 "우유는 빵과 함께 먹는 거야."라는 작은 공식을 만들어 주었다. 갓 만든 빵 한 조각을 베어 문 아이의 흡족한 표정은 하루의 시작을 따스하게 밝혀주는 아침 햇살 같다.
아이가 유난히 기분 좋은 날은 엄지를 척 세우며 말한다.
"엄마는 최고의 요리사야."
사랑이 담긴 칭찬을 건네는 딸과 함께 웃으며 계란빵을 먹는 순간 행복이 고소하게 입안에 퍼져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