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전쟁은 멈추지 않는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의 도미노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불확실성 가운데 조금씩 지쳐가고 있다.
서구사회의 역사를 살펴보다 보면 한 가지 흥미 있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강대국들을 건국한 세력이 같은 지역 출신이라는 것이다. 그곳은 지금의 독일 북부, 덴마크,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아우르는 크지 않은 지역이다. 지구전체 육지 면적의 1%도 되지 않는다. 이들은 북부 게르만족이다. 이들이 세운 강대국들을 차례로 살펴보자.
먼저, 독일은 설명할 필요가 없다. Germany라는 국호에서 벌써 게르만족임을 알 수 있다.
다음은 영국이다. 알다시피 영국의 지배계급은 역사적으로 앵글족과 색슨족이다. 이들은 게르만족의 일파이다. 국호인 England는 앵글족에서 나온 말이다. 근현대의 왕족인 하노버와 윈저도 당연히 이들의 후손이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WASP (White Anglo-Saxon Protestant)를 건국 이후 지배세력으로 본다. 앵글로-색슨계열의 개신교 백인을 통칭하는 말이다. 물론 지금의 미국은 이민자의 증가로 많이 다양화되어 있지만 이들은 여전히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다음 두 나라는 다소 생소할 것이다.
프랑스의 국호는 프랑크족에서 유래한다. 이들 역시 게르만족의 일파이다. 중세의 시작 즈음에 샤를마뉴대제가 유럽을 통일하면서 프랑크족의 세력은 지금의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를 아우르게 된다. 근대의 대표적인 왕가인 카페, 부르봉, 합스부르크, 사보이 이들 모두가 게르만족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리고 부르봉과 합스부르크는 스페인까지 지배한다. 다만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피지배 계층은 프랑크족이 아니다. 프랑스는 켈트족의 분파로 보는 골(Gaul)족이고 이탈리아는 라틴족이다. 그리고 그들의 언어도 피지배계층이 쓰는 라틴어 계열의 언어이다.
마지막으로 러시아가 있다. 이 나라의 시작은 루스족이다. 그들 역시 게르만족의 일파로 키예프에서 나라를 세웠다. 여기도 대부분의 피지배층은 널리 알려진 대로 슬라브족이다. 그리고 그들의 언어도 잘 보존했다. 러시아의 마지막 왕조인 로마노프 역시 게르만의 후손이다.
이외의 중소국가인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스위스도 그들의 구성원 다수가 게르만족이다.
30-40 년 전에 세계의 강대국을 꼽으라면 우리는 보통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소련 (러시아). 이들은 세계의 정치, 경제, 외교의 중심이었다. 이들 국가의 설립자들이 전부 북부 게르만족인 것이다.
UN 상임이사국은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로 구성된다. 독일이 전범국가가 아니었으면 중국을 대신했을 것이다. 당시의 중국은 정치, 경제적으로 강대국 대접을 받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의 국제 질서는 많이 변했다. 만약에 UN이 지금 창설된다면 예상할 수 있는 상임이사국은 미국, 중국, 독일, 인디아, 일본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이다. 1900년 이후만 살펴보아도 대규모 전쟁이 있었던 시기가 그렇지 않았던 때보다 많다. 다시 말해, 제1차 세계대전(1914-1919), 제2차 세계대전(1939-1945), 한국전쟁(1950-1953), 월남전(1955-1975),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1979-1989), 이라크-이란 전쟁(1980-1988), 걸프전(1990-1991), 미국-이라크 전쟁(2003-2011),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2022-현재), 미국-이란 전쟁(2026-현재). 이들 전쟁이 있었던 기간을 합쳐보면 대충 70년이 나온다. 125년의 시간 가운데 56%에 해당하는 기간에 국제적인 전쟁이 있었다.
그리고 이들 전쟁에서 발견할 수 있는 흥미로운 사실은 이라크-이란 전쟁을 제외하고는 모든 전쟁에서 앞서 얘기한 5개의 강대국이 개입되어 있다. 물론 전쟁의 당사자는 그들의 시조와는 전혀 연관성이 없다. 누구도 푸틴이나 젤렌스키를 게르만족의 후손으로 여기진 않는다.
역사에 가정법은 없다지만, 그 자그마한 북부유럽에 오래전에 다른 민족이 살았었다면 지금의 세상은 어땠을까? 열강의 지도는 바뀌었을 것이다. 하지만 전쟁에 대한 결과는 별로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전쟁은 한정된 자원을 더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다. 아주 옛날에는 부족 간에 그리고 지금은 국가 간에 벌어진다. 누가 열강이 되었든 상관없이 인간이 존재하는 한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