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모대출 시장의 운명은?

금리의 향방이 키를 쥐고 있다

by Lee Sang Hoon

작년 여름쯤 있었던 일이다. 평소 거래하던 싱가포르 로컬은행에서 이메일이 왔다. 연 10-11% 수익률의 매력적인 금융상품을 소개한다는 것이다. 바로 대형 사모펀드 그룹인 KKR이 운영하는 사모대출 펀드였다. 나는 어떻게 높은 수익률을 내는지 궁금해서 첨부된 자료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예상대로 100% 정도의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상품이었다. 짐작건대 9-10%의 대출이자 수익을 레버리지로 18-20% 정도로 확대시킨 후 대출금리 6-7% 그리고 운용 수수료 1-2%를 차감하여 10-11% 정도의 수익을 만드는 구조다. 또 다른 흥미로운 것은 대출 포트폴리오 내 상위 10개의 채무자 중 내가 들어본 회사가 하나도 없었다. 널리 알려진 대로 메인스트림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고위험 채무자들이었던 것이었다. 나의 투자 원칙 중 하나가 레버리지를 절대 지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이 제안을 바로 거절했다.


사실 작년 초부터 사모대출과 관련된 문제들이 수면 위에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었다. 지금은 금융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이 문제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초미의 관심은 이 사모대출시장이 붕괴하여 또 다른 금융위기의 단초가 될 것인가이다. 나의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향후 금리의 움직임이 이 시장의 운명을 좌우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는 그동안의 경제 또는 금융위기의 패턴에 바탕을 둔 분석이다.


나는 31년의 커리어 동안 네 차례의 경제 또는 금융위기를 겪었다. 1997년의 아시아 외환위기, 2000년의 닷컴버블붕괴, 2008년의 세계금융위기, 그리고 2012년의 유럽재정위기이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먼저, 모든 위기의 배경에는 급격한 부채의 증가가 있었다. 두 번째로, 이들 부채의 대부분은 부실자산에 투자되어 회수가 제때 이루어지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앞의 두 가지 현상뒤에는 부실한 신용평가나 금융감독이 있었다. 이들은 모든 금융위기의 필요조건이다. 하지만 이것으로만 금융시스템의 붕괴가 일어나진 않는다. 예를 들어 2010-2012년의 유럽 재정위기는 실제로 금융시스템의 붕괴로 연결되진 않았다. 대규모의 경제 또는 금융위기에는 충분조건이 필요하다. 이것은 바로 금리상승이다. 앞서 세 번의 금융시스템의 위기는 모두 금리사이클 상승기 직후에 일어났다. 즉 금리하강기에 무분별한 대출이 일어나고 금리상승기에 그 부작용이 발생하기 시작한 케이스다. 유럽의 재정위기는 세계적인 초저금리 덕분에 폭발하진 않았다.


현재 사모대출시장 상황은 어떤가? 먼저 필요조건을 살펴보면 모든 조건이 충족된다. 이 시장은 과거 15년간 급격히 성장했다. 시장 조사기관들은 시장의 규모를 1.7조 달러에서 3조 달러까지 본다. 절대 금액이 충분히 크다. 이는 불과 몇백억 달러 수준에서 급성장한 것이다. 여기에다 대부분의 사모대출펀드들은 높은 레버리지를 일으켰다. 부실대출 조건 또한 성립된다. 많은 대출이 팬데믹 직후 저신용 기업에게 낮은 금리에 제공되었다. 이후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대출 부실화로 이어졌다. 2025년 말 현재 대출 연체율 (Paid-in Kind 등의 채무조정 포함)이 9%를 넘었다. 부실화는 벌써 상당히 높은 수준에 이른 것이다. 여기에다 소프트웨어 섹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이 섹터에 대출 포트폴리오의 20-25%가 집중되어 있는 것은 위험관리 측면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마지막으로 사모대출시장은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고 채무자에 대한 신용평가는 매우 허술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럼 충분조건은 어떤가? 현재의 미국 금리는 성장과 물가를 고려하면 대체적으로 중립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시장 컨센서스는 연방준비은행이 올해 한두 차례 금리인하를 하는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이 전망은 최근의 중동전쟁과 유가상승으로 바뀌고 있다. 아마도 올해 내 금리 인하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연준의 금리 정책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시장금리 추세이다. 미국의 국채 10년물은 중앙은행의 금리인하에 반응을 멈춘 지 한참이다. 이번 금리인하 사이클 동안 총 1.75% 포인트의 정책금리 인하가 있었지만, 국채 10년물은 정작 0.7% 포인트 정도만 내려왔다. 즉 중장기 금리에 Term Premium (늘어난 만기의 불확실성을 커버하는 할증 이자율)이 강하게 걸려있는 것이다. 현재 금리 수준인 4.3%는 과거 100년의 역사적 평균인 4.5-5% 에 근접해 있다. 즉 시장금리 역시 이미 중립적인 수준이다. 만약 금리가 이 수준을 벗어나 5%에 근접한다면 사모대출펀드의 부실화가 급속히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금리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변수는 유가상승에 따른 급격한 인플레이션 변동과 새로운 연방준비은행의 총재 케빈 워시이다. 만약에 높은 유가가 반년 이상 지속한다면 금리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다. 케빈 워시는 정책금리 인하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과 시장금리 상승은 이것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케빈 워시는 양적완화를 아주 싫어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이런 성향을 고려하면 양적완화도 금융위기 발생 이전에는 시행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결국 케빈 워시는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한정된 시점에 취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모대출시장 앞에 놓여 있는 타임라인은 어떤가? 과거의 케이스를 참고하면 운명을 좌우할 시간은 6개월에서 1년 정도이다. 1997년 말의 아시아 외환위기의 전조는 1997년 7월의 태국 바트화 폭락이었다. 2008년 9월의 세계 금융위기의 전조는 2007년 8월의 BNP 파리바의 환매 중단 사태였다. 사모대출시장의 환매중단은 올 2월 말에 시작되었다. 만약 이것이 전조라면 올 연말쯤이나 내년 초쯤엔 사모대출시장의 운명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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