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짧은 시간을 보내며 새로운 것들을 겪었다. 그때는 시간과 돈이 아까워 갓 태어난 아기 마냥 주위의 것들을 빠르게 흡수하였고 그 덕에 꽤나 많은 것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농구를 하며 친해진 친구의 집에서의 저녁 식사, 직장인들의 홈 파티, 미국 드라이브 스루, 하이킹, 시속 200킬로로 달리는 자동차, 맥주 한잔 마시고 운전하는 로컬 친구, 대마초를 피고 운전하는 로컬 친구의 차 등 정말로 많은 경험을 했다.
당연히 그중엔 미국에서만 가능한 것들이라 가지고 오지 않은 것들이 더 많긴 하지만 경험하다 못해 나의 것이 되어버린 것들도 있다. 그중 하나는 공원에 누워 상의를 벗은 채 햇빛을 쬐는 행동이다.
햇빛을 쬐고 있노라면 샤워를 하는 것 같다. 너무 뜨겁지도, 미지근하지도 않은 그 사이의 온도 덕분일까 햇빛을 쬐면 나도 모르게 나 자신이 풀려버린다. 감정으로부터도, 현실에서부터도. 그래서일까 유해진다. 유해지다 못해 말랑말랑해져 녹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그래서 누워 있고 싶어 진다. 그 어떤 자세보다도 누워 있는 자세가 모든 것에 무방비해지고 수용적으로 되는 것 같다. 그렇게 햇빛을 가만히 받으며 샤워를 하고 싶다. 전기와 물의 낭비도, 샤워하고 난 후의 닦아낼 필요도 없는 일종의 가성비 넘치는 샤워인 셈이다.
그렇게 누워 있으면 하늘이 참 잘 보인다. 참 높다. 맑기도 하다. 막막할 정도로 거대하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면 모든 게 거꾸로 보인다. 전선도, 기둥도, 가게도. 그러면 이 모습은 호주의 모습이다. 한국의 대척점은 호주니까.
애석하게도 햇빛은 유한하다. 내가 위치해 있는 곳 기준으로 2,30분이면 그 햇빛의 위치가 바뀐다. 따지고 보면 2,30분짜리 해외여행인 셈이다.
동시에 느낀다. 내가 세상 모든 것들과 반가움의 인사를 나눌 순간이 오면 이 2,30분짜리 짧디 짧은 해외여행이 미치도록 그리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