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오랜만에 제대로 된 축하파티 그리고 만 서른세 살의 나에 대한 고찰

by 신윤호

어제는 오랜만에 누군가에게 제대로 생일 축하를 받은 날이었다. 지난 몇 년간 생일은 나에게 소비를 위한 명분, 가족들과 맛있는 식사를 할 명분과 같이 무언가 내 주도하에 즐길 수 있는 기회였는데, 오래간만에 타의에 의해 풍요로워진 하루였다. 부암동에서 미술관을 가보고, 멋진 카페에서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커피를 마시고, 생일날 가볼 거라곤 상상 못 한 퓨전중식집에서 근사한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나이 만 33세가 된 나에 대해 서서히 실감하기 시작했다.


어느덧 한국 나이로 결코 적지 않은 나이를 먹어버렸다. 지금이 끝은 아니겠지만, 앞으로 2년 정도 안에 움직이지 않으면 더 이상 본업의 업그레이드는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엉덩이가 무거워지는 이 관성이 점점 더 무서워진다. 앞으로 더 성장하지 못한다는 말만큼 무서운 말이 세상에 또 있을까? AI로 많은 것이 대체되는 이 시대에서 나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짙어진다. 지금 치고 나지 않으면 도태될 것만 같은 이 기분. 고민하면 뭐 하냐. 어차피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현재 내가 처한 상황에서 최선의 것들을 열심히 하는 것뿐. 40대에 후회하지 않게 더 열심히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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