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장이 된다는 것

인생을 바꿨던 한 시기에 대하여

by 신윤호

때는 내가 열여섯 살 때였다. 나는 부끄럼 많은 사춘기 소년이었고, 나서거나 누군가와 눈을 마주치는 것을 두려워했다. 중3이 되던 해 학급은 어디나 그렇듯 반장을 뽑는 시기가 찾아온다. 우리 반은 문제아들이 많은 반이었고 골치 아픈 일이 많을 것을 아는 눈치 빠른 아이들은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이쯤 되니 담임 선생님은 반장 후보를 추천하라고 하게 되고, 학급 아이들은 가장 건실해 보이는 친구와 가장 나대는 친구를 남녀별로 한 명씩 추천한다. 나는 전자로 뽑혀 그전에는 상상도 한적 없는 반장 선거에 나서게 됐고 나대는 친구를 제끼고 남자 대표로 선출된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뽑힌 여자대표와 치열한 가위바위보 끝에 반장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학창 시절의 흔한 반장선거를 내 딴에 드라마틱하게 작성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 이후로 내 인생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이 말을 처음으로 깨달은 건 이 시기일 것이다. 찌질소심남은 반장으로서의 책무를 무기로 사명감을 갖고 학급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나는 내면의 욕구가 'E'라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했고, 사람의 눈을 쳐다보는 법을 알게 되었다. 사람을 대하는 자세가 바뀌자 지옥 같던 나의 사춘기는 너무도 즐거웠고 왜 중3은 1년뿐인가라는 아쉬움까지 남기며 처음이자 마지막 반장 시기가 지나갔다. 그리고 바뀐 것은 사람들과의 관계뿐이 아니었다. 나의 삶의 모든 면에서 자신감이 붙어서 처음으로 여자아이와 썸도 타봤고 1, 2학년때보다 훨씬 높은 등수의 성적으로 학업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었다.

그 이후로 생긴 자신감은 지금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때 생긴 자신감으로 나는 지금 대단한 사람은 아니어도 당당한 어른으로는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이때 원래 같으면 도전을 생각도 안 했을 리더를 맡지 않았다면 어쩌면 나는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 앞에서 나의 생각을 말하기를 두려워하는 겁쟁이가 되었을 수도 있다. 그 시기로부터 18년이 지나고서 회고를 하며 다시 한번 나는 운이 좋았던 사람이구나라고 느낀다. 끝으로 당시엔 짓궂은 이유였지만 나를 추천했던 우리 반의 까불이 김성민에게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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