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좋은 해결책은 나를 버리는 것일지도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을 때 운 좋게 답을 찾았던 시기를 회상하며

by 신윤호

교환학생 교류회. 내가 대학생 때 가장 즐겁게 한 활동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바로 이것이다. 봉사단체의 탈을 쓰고 외국인 교환학생들과 매주 놀 수 있는 모임. 나는 이 봉사단체(?)를 좋아해서 2학기나 참여했고, 두 번째 학기는 하나의 조를 이끄는 조장 역할을 했다. 이 당시의 나는 군 전역한 지 채 1년이 안되어 병장의 마인드를 장착하고 있었고, 이 꼰대 습성은 주변의 다른 남자 조장들과 교류하며 더 커졌다. 그리고 내가 면접을 통해 뽑은 멤버들과 함께하는 가을 학기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나는 카리스마 가득한 리더 콘셉트가 성공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강압적인 태도에 지치는 멤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군대를 다녀온 남성 멤버들은 그래도 이런 분대장식 조 운영에 익숙해서 별 얘기를 안 했지만, 여성 멤버들은 나에 대해 불편해했고 어린 친구들은 나를 무서워하기도 했다. 조의 부조장들이 여성 멤버들이었는데 이 친구들과는 조 운영 관련하여 언쟁도 수차례 벌이기도 했다. 즐거운 우리 조를 위한 카리스마 리더되기 계획은 망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이때 나의 내적 갈등은 극에 달했다. 처음으로 든 생각은 충신(?)들만 잘 남기면서 나의 기존 플랜대로 조를 운영하자였는데, 뭔가 직감적으로 안 좋은 결말이 눈에 아른아른거렸다. 그리고 파격적인 플랜 B로 생각했던 두 번째 생각으로 나는 나의 조 운영 계획 그리고 내 자신을 결정했다. 그것은 바로 기존의 나의 태도를 뒤집는 것이었다. 나는 우선 말투부터 고쳐먹었다. 딱딱하고 명료한 말투가 카리스마 넘친다고 느끼던 나는 이모티콘과 'ㅠㅠ'를 달고 사는 'F'적 인간으로 하루아침에 탈바꿈했다. 사실 속에서는 오글거리고 불편했는데 이 태도를 한 달을 유지하니 조의 분위기가 좋아지는 것을 몸소 느꼈다. 나는 혼내고 윽박지르는 꼰대 조장에서 이해하고 배려하고 부드러운 리더로 변모했다. 그 결과 초반 분위기에 지쳐 나간 멤버와 갈등이 쌓인 부조장과 끝끝내 절친이 되지는 못했지만, 학기가 끝날 때 우리 조는 그 시기의 어느 조보다도 무탈하고 화기애애한 조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좋은 분위기로 조를 마무리하고 10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나는 우리 조의 한국 멤버들 그리고 이따금 한국을 찾아오는 외국 버디들과 인연을 맺고 있다.


P.S. 나와 함께 꼰대 조장을 자처했던 남자 조장 중 한 명은 결국 조에서 탄핵을 당해 내쫓기고 말았다.. 꼰대는 언제 어디서나 옳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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