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50에 새로운 도전으로 시작한 카페일은 생각보다 녹록지않았다. 카페에서 커피만 주문하는 나는 이렇게 다양한 메뉴에 놀랐고, 그동안 카페하면 떠오르는 여유, 아늑함, 포근함, 커피향 같은 이미지가 뒤바뀌는데는 4시간으로 충분했다.
그동안 카페에서 “원두는 어떤걸로 하실까요?” 라는 말에 아는척 주문했던 에디오피아, 과테말라,케냐등의 커피 종류는 무용했다. 이곳에는 그저 일반,스페셜,디카페인 만이 존재할뿐.
과일주스를 주문하면서도 당에 예민하다는듯 시럽을 한번만 넣어달라느니 뺴달라느니, 또는 과일 본연의 맛을 느끼겠다고 얼음의 양을 줄여달라느니 생과일이냐고 아는 척 물어왔던 그동안 쓸데없는 아는척을 남발했구나 비웃어주고 싶었다.
하루에 다양하고 많은 황당한 일들을 받아들이고 적응하기에 이곳은 너무 바빳다. 각자의 일에 적응했다쯤이면 나오는 실수에 한순간도 방심할수가 없다.
폭풍같은 인사이동(?)이 마무리 되었을때 카페에는 새로운 팀장과 매니저가 카페에서 부지런히 샷을 내리고 손님응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첫 인사말이 오가기도 전에 역시나 쉴새없이 영수증을 토해내는 포스기를 잠깐 노려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메뉴가 적힌 영수증 종이는 어쩔껀데, 움직여. 라고 빽빽~ 존재감 과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새로운 팀장은 남자아저씨. 점장과는 예전부터 친분이 있는 아니 점장을 점장으로 만들어준 사람이라 했다. 젊어서부터 안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는 이쪽 분야에서는 뼈대가 굻은, 그리고도 같은 학교 반대편에 또 다른 매장을 가지고 있다했다. 임용에 능숙하지 못한 점장이 힘들어하자 본인 매장은 매니저 직원에게 맡기고 그야말로 이곳으로 스카우트 되어 온것이다. 전 팀장은 남자 팀장이 올것을 직감했는지 폭탄을 던지고 갔다.
첫째 나이든 여자를 싫어한다는것.
둘째 못생긴 여자를 싫어 한다는것.
뭐야? 나 들으라고 하는거야?. 전 팀장은 끝까지 미꾸라지 같이 진흙탕을 만들어 놓고 본인만 쏙~ 빠져 나갔다.
그 얘기를 들어서인지 새로운 남자 팀장에게 적개심이 들었다. 그때였다.
“여사님~여기 얼음컵즘 만들어 주세요!”
여사님? 맞는말 같은데 나 왜 당황하고 있는거지? 그래 내 나이가 카페에서 아줌마도 아니고 이름을 불리기에도 그렇고 누나는 으아악…아니야!! 그러니 여사님이 맞는 호칭 같은데… 나 왜 부끄럽고 당황스러운거지? 아무렇지 않은척 얼음컵을 만들려는데 같이 일하는 아르바이트 학생이 야무지게 대꾸했다.
“여사님이 뭐예요~여사님이..!”
“아..그럼 뭐라고불러요?”
“이름이 있자나요.저희는 은희님이라고 부르거든요?”
“처음이니까 이름을 몰라서 그랬지”
“그럼 물어보셨었야죠. 아무리그래도여사님이 뭐예요?”
똑부러지게 호칭을 바로 잡아주는 그 학생 덕분에 나는 뻘쭘한 분위기의 한가운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팀장은 본인이 이름 외우는게 쉽지 않다며 이후 ‘은희‘라는 이름은 이제 잊어버리지도않겠다며, 비꼬는건지 다짐을 하는건지 어쨌든 이후 여사라는 호칭은 두번다시 듣지 않았다.
나이가 들어 아르바이트를 하니까 호칭에서도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올 줄이야.
야무진 그 아르바이트 학생에게 고맙기도 미안하기도 했다.
새로 온 나의 두번째 매니저는 20대 후반의 작고 귀여운 까무잡잡한 여자 사람. 본인의 매장을 준비중이라 했다. 때문에 매니저 역시 이쪽분야에서는 모르는게 없는 야무진 사람이었다.
카페 알바가 처음인 나는 전의 팀장과 매니저가 제일 일을 잘하는, 없으면 커페가 어떻게 운영이 될지를 걱정했는데, 나의 두번째 팀장과 매니저는 그들보다 더 베테랑급 전문가들이었다.
반백년 살고나면 사람보는 안목이 자연스럽게 생겨날줄 알았는데, 나는 그냥 그림만 그리고 집안 살림만 하는 아무것도 모르는 우물 안 아줌마 였다.
오늘의 원픽-남의 말만듣고 선입견을 갖는건 위험. 나부터 온전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할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