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카페를 내 부엌처럼, 내 부엌을 카페처럼

by 역전하는 삶

하루는 팀장이 물었다.

“은희씨는 집에서도 그렇게 깔끔하게 하고 살아요?”

그러고 돌아보니 깔끔 떤다는 소리를 여럿 들었다. 그러나 스스로 깔끔하다 인지해본 적은 없다. 상대적이라 그런 얘기를 한다고 생각할 뿐.

이 나이 되어서 젊은 사람들과 일 할 때 인정받고 내세우는 것이 나름 부지런함과 청결함이라 생각했다. 아무래도 학생들이 블렌더 설거지나 행주를 깨끗하게 빨아서 쓰는 일에는 익숙지 않을 테니 말이다.

해서 나름 다짐한 건 카페를 내 부엌처럼 사용하리라! 였다.

그때부터 잠깐의 틈만 나면 행주를 빨랫비누로 빨았고, 제조하는 상판을 수시로 닦았고, 픽업대 행주는 더 신경 써서 뜨거운 물로 삶아 빨았고, 퇴근시간이 다가오면 행주들을 모아다 락스에 담가놓았다. 그 모습을 팀장이 유심히 지켜봤는지 집에서도 그러냐며 물었다. 그 질문에 답도 하기 전에 팀장과 매니저가 은희 님은 집도 예쁠 것 같다, 바닥에 머리카락 하나 없을 것이다, 남편은 안 힘들어하냐(?) 등등 나를 앞에 두고 답 들을 생각도 없이 서로 대화하고 있다. 당사자를 앞에 두고.


매니저는 여러 다른 곳에서 일해봤지만 행주를 빨랫비누로 매번 빨아서 쓰는 사람은 처음이라며 너무 좋단다.

나름 카페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결심한 차별성이었는데, 성공하고 인정받는 거 같아 뿌듯했다. 처음에는 열심히 일 할 생각에 다짐한 각오였는데, 일하는 곳이 적응되고 사람들과도 친해지고 그로 인해 편해졌는지 억지로가 아니라 진짜 내 살림처럼 카페일이 능숙해졌다.


퇴근 후 집에 와서 저녁준비를 하는데 그날따라 유독 지저분한 싱크대가 눈에 들어왔다. 확 밀려오는 짜증에 카페는 일하면 월급도 나오고 칭찬도 듣는데…라는 나쁜 마음의 소리가 잠깐 나를 흔들었으나 결국은 스스로 좋아서 하는 일. 이란 생각이 들면서 직장 다니는 남편도 학업 중인 아이들도 다 각자 있는 자리에서 열심히야 라는 착한 마음의 소리가 나를 붙잡았다.

이후 ‘밖에서는 깔끔 떤단 소리 들으며 닦고 쓸고 하는데, 정작 내 부엌은 엉망이구나…’ 내적 창피함이 올라왔다. ‘그래… 카페를 내 부엌처럼 여기고 쓸고 닦았으니, 내 부엌을 카페처럼 생각하자 ‘

다시 행주를 든 내 손에 힘이 들어간다.


오늘의 원픽-나이 들어하는 아르바이트일에는 다른 사람과는 차별이 있으면 좋다. 나는 청결함을 내세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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