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일만 하고 싶다

by 역전하는 삶

대타로 온 남자 팀장은 거의 두 사람의 역할을 소화해 냈다.

샷 내리는 속도도 전 팀장에 비해 두배로 빨랐고, 남자라서 그런가 힘도 좋아서 원두나 여러 시럽, 우유등을 창고에서 가져오는 일도 힘들지 않게 바로바로 해주었다. 부탁만 하면 투덜거림 없이 빠른 일처리에 감사했다. 그동안 가득 찬 원두 찌꺼기를 버리려 해도 매니저랑 둘이 힘에 부쳐 힘들었는데 이제 팀장 혼자 아주 거뜬 하게 처리해 주니 몸이 조금은 편해졌달까.

말은 또 어찌나 많은지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했다. 웃기는 얘기도 많이 해서 웃을 일이 많아졌다. 일은 여전히 힘들고 몇 시간을 서서 일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지만 그래도 새로 온 남자 팀장님 덕에 예전보다 카페 아르바이트 일이 재미있었다. 그러나 사람이 거기까지만 하면 딱 좋은데, 선을 넘는 치명적인 두 가지.

음담패설에 거리낌이 없다는 점.

결혼을 한 아줌마인 나는 뭐 그려려니 듣고 수위가 높아질 때면 딴짓을 하거나 주방 쪽으로 간다거나 등 여러 방도를 찾지만, 종일을 옆에서 붙어 있어야 하는 젊은 매니저는 참기가 힘든 모양이었다. 점장이 쉬러 나가는 틈에 샷 내리러 앞으로 나가면 오전에 있었던 불쾌했던 일을 힘들다는 듯 나에게 쏟아냈다. 하긴 나도 학교 다닐 때 아르바이트하면서 같이 일하는 남자들의 불편했던 일이 있던 날은 친구들이랑 “세상에~ 미친놈이네~”하며 받은 스트레스를 욕하며 먹으며 풀었으니까. 나는 매니저 얘기를 들으면서 많은 육두문자까지 써가며 같이 맞받아 맞장구를 쳐 주었다.

나의 두 번째 매니저는 그 이후로 내가 편했는지 이런저런 여러 얘기들로 많은 대화를 했다. 손님이 뜸할 때는 어김없이 둘이 떠들고 웃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고, 벌써 퇴근시간임을 뒤늦게 확인할 정도였다.

말 많고 일 잘하고 아는 것이 습자지처럼 얇으면서 많은 남자 팀장의 또 다른 불편함은 극우파라는 것.

말 많고 아는 것이 얇고 넓게 많은 팀장은 손 빠르게 샷을 내리면서도 나라 걱정과 함께 정치를 비판했는데, 중요한 건 나와 지지하는 당과 정치성향이 다르다는 것. 그로 인해 듣고 있기 불편했다.

“나는 딱 사실만 믿어요~”라는 말로 시작하는 그 사실이 그들의 세상에서나 사실이지 내가 알기로는 다 짜고 치는 고스톱에 이 넘이나 저 넘이나 다 도적넘 같더만.

팀장의 음담패설과 정치 얘기만 나오면 매니저와 나는 서로 눈을 마주치고 서로 바쁜 척 열심히 쓸고 닦고 채운다. 그리고 팀장한테 부탁한다.

“팀장님~창고에서 우유즘 같다 주세요~”

“팀장님~원두즘 갖다 주세요~”

“팀장님~~!! “

팀장님?~~”

여기저기 일부러 팀장을 필요로 하는 곳을 가리키며 어색하고 불편한 대화를 끊어냈다.

하지만, 그것도 다 해결이 되고 나면… 그냥 팀장의 얘기에 귀 기울이는 수밖에.. 무념.. 무상..


이곳에서 팀장과의 관계가 상하 수직관계라 그런가 나름 불의를 쉽게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인데도 젊은 매니저가 듣기 싫어하는 야한 얘기나 음담패설을 할 때 그만하시라! 얘기하지 못했다. 나와 다른 정치성향에 대해 내 생각을 내비친적도 없다. 아니 그게 쉽게 나오질 않았다. 직장에서 회식할 때 좋아하는 메뉴 말하기도 눈치가 보인다는 얘기에 직장 생활을 해본 적 없는 나는 음식얘기도 말하기가 어려우면 어쩌냐 했는데 아르바이트도 직장이라고 바른 소리 한마디, 내 생각 한 구절 표현 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여사님이란 호칭을 바로잡아준 학생 하며, 본인은 카페경력이 있어 가르침은 됐다며 딱 잘라 말하는 요즘 mz세대들은 대단한 것 같다.

그런데, 나도 x세대란 소리를 들으면서 ‘요즘 것들은…ㅉ‘ 이란 소리를 듣고 자랐다규….

그나저나 또 시작되는 저 정치선동질에 조용히 일만 하고 싶다. 아니면 ”듣기 싫어요! 그만즘 하세요!! “라고 한마디만 외쳐보고 싶다. 직장인들이 사직서를 들고 다닌다는 게 이런 심정일까? 나이 들어 새로 시작하는 일에 많은 하고 싶은 말을 아껴두어야 할 때가 있는데 그게 자제가 안되면 꼰대라는 소리를 듣는 거 같다. 가끔은 하고 싶은 말을 자제할 수 있는 지혜도 필요하지만 해야 할 말은 할 줄 아는 용기도 필요하다. 그 시점을 기똥차게 알 수 없다는 것에 그저 웃지요.


오늘의 픽-점장이나 매니저들의 쓸데없는 잔소리가 시작될 때는 슬그머니 행주라도 들고 여기저기 닦거나 쓸거나 정리하거나 해보세요. 바보가 아닌 이상 듣기 싫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해 4절 할 거 2절만 하더라고요. 카페 점장은 잔소리가 시작될 때 제가 행주를 들고 여기저기 닦고 다니면 ”딴짓하는 거 봐 듣기 싫구나. “하더라고요? 그러나 생각보다 눈치 없는 바보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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