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아이고~내 관절

by 역전하는 삶

팀장은 여러 힘쓰는 일에도 많은 도움이 되지만, 또 다른 변화는 15분의 쉬는 시간을 준다는 것. 전 팀장과는 쉬는 시간은 얘기를 들어본 적도 없던지라 15분의 쉬는 시간은 그야말로 꿀 보다 달고, 빛 보다 빠르며, 겨울 새벽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야 하는 아쉬움과 맞먹는다.

월수금 주 3회 4시간씩의 일이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이젠 쉬는 시간도 있고 학생들의 수업시간에 맞춰 몰리는 시간과 한가한 시간이 대충 감이 온다. 새로 온 매니저와 알콩달콩 재미있는 수다도 즐겁고 아르바이트 학생들과도 친해져서 카페일이 너무 즐거웠다.


갱년기를 앞두고 나의 통제 안 되는 들쑥날쑥 감정들은 카페 일을 하면서 씻은 듯이 해결되었다. 큰 딸아이의 빈방을 봐도 이젠 눈물은커녕 기분 좋게 청소에 정리까지 했고, 월수금 재택근무인 남편의 서재로 쓰이니 오히려 기숙사에 잘 갔구나. 방학 때 집에 들어오면 어쩌지.라는 생각까지 미쳤다.

수업하는 아이들과도 더 신나고 즐겁게 일할 수 있었다. 아니 아이들을 속이고 오전 카페일을 하는 데 있어 나 혼자만의 쾌감까지 있었다. 아무도 관심 없고 알아주지도 않는데 말이다. 물론 매월 10일 생각지도 못한 날 월급이 들어오는 재미는 모든 시름과 수고로움을 한방에 해결해 주는 기력을 회복해주는 보약 같았다.

그러나 지금처럼만 즐겁게 일하면 좋겠는데….. 나의 관절들은 그렇지 못했나 보다.

안 쓰던 무릎 관절을 4시간씩 서서 일하니 무슨 일인가 했는지 나 좀 신경 써 달라는 듯이 부어오르더니 통증으로 앉고 서기가 힘들었다. 병원에 가니 무릎에 물이 찼단다. 아니. 무슨 100미터 전력 달리기를 한 것도 아니고, 42.195 마라톤에 출전을 한 것도 아닌데, 고작 주 3회 4시간을 서서 일했다고 무릎에 물이 차다니. 것뿐만이 아니다 행주를 좀 빨아댔다고 오른쪽 손목에 무리가 오기 시작했다. 심지에 출근길 살짝 넘어짐에 부딪힌 왼쪽 손가락에 인대가 늘어났다고 손가락 깁스를 해야 한단다. 이런 관절들의 반란이 하나씩 나에게 경고를 하고 있다.

‘살살 해라~ 니 나이가 몇인데..’라는 듯이.

어찌하랴. 그들의 반란에 바꿔 끼울 수 없고 평생 아끼고 보살피면 살아야 하는데.

일단 정형외과 가서 염증약으로 무릎의 찬 물을 없애고 한의원에 가서 무릎에 침을 맞기로 했다. 그리고 관절에 좋다는 한약을 주문했다. 내가 직접 한의원에 가서 약을 지은건 다이어트 한약 이후로 두 번째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증거. 이번에는 남겨서 버리는 일 없이 다 먹겠노라 다짐하며 결제를 했다. 손목은 국가대표 선수들이 쓴다는 스포츠 밴드를 구입해서 유튜브를 보고 감고 다녔다. 스킨색의 밴드를 단단히 감고 다니니 통증이 사라지고 좋았다. 왼쪽 손가락 깁스는 의사 선생님께 말씀드려 차고 빼고 할 수 있는 반 깁스로 부탁드렸다. 물론 물리치료와 염증약은 계속 복용을 해야만 했다.

남편은 그러다 몸이 다 망가지겠다며…, 얼마 안 되는 아르바이트비가 다 병원비로 나가겠다며…,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뼈 때리는 말을 해댔다. 나는 남편의 이런 반응이 잔소리로 나올 줄 미리 알고 모든 병원치료비를 남편카드로 결제를 해버렸다. 관절에 좋다는 한약까지.

그나저나 나이가 숫자로만 늘어나는 줄 알았는데, 피부로도 머릿결로도 불규칙한 생리로 속 썩이는 자궁으로도 관절까지 다 같이 나이 들어 늙어가고 있다.

내가 더 신경 써서 관리 잘할게..


오늘의 킥-서있는 일을 시작하게 되면 그 시간이 짧든 길든 무장할 필요가 있다.

나는 요즘 출근 준비 시간이 오래 걸린다. 나가기 전 관절에 좋은 영양제와 기타 종합 비타민제 복용, 양쪽 무릎 보호대 착용, 손목에 스포츠 밴드 착용, 마스크 준비, 손가락 보호장갑 준비.

이제 내 몸은 내가 지킨다는 생각으로 하나씩 준비하며 무장하고 출근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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