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손이 빠름이 장점인 내가 그 누구보다 손 빠르게

by 역전하는 삶

“안녕하세요~!!!”


어색함을 티 내지 않으려 큰소리로 외친 나의 인사는 포스기에 쉬지 않고 나오는 메뉴 영수증 소리와 무언가를 열심히 갈아대는 블렌더의 소리에 묻혔버렸다.


“아~은희 씨? 어서 와요. “


그나마 목소리로 일면식이 있었다고 점장님의 아는 척이 그리 반가울 줄이야.


”안녕하세요~“


다시 한번 인사를 건넨 후 점장님은 짧고 빠르게 어마어마한 할 일에 대해 브리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뭐, 간단히 요약하자면 일단, 아메리카노는 고소한 맛, 산미, 디카페인을 기본으로 커피메뉴만 5,6가지이고 헤이즐넛이나 캐러멜, 바닐라 등 시럽에 따른 커피메뉴를 합치면 10여 가지 정도 된다. 여기에 커피, 크림의 조합으로 나온 아인슈페너나 비엔나커피등 메뉴도 3~4가지 포함. 다음으로 딸기, 바나나, 키위, 망고, 아보카도등의 블렌더 과일 메뉴가 10여 가지. 다음으로 블루베리, 딸기, 키위시럽과 요거트 파우더로 만드는 요거트 스무디 3종류. 프라푸치노가 6종류. 그 외 곡물라테나 말차라테등 제조음료가 15여 가지 등이 있다. 음료로만 끝이 아니다. 공부하는 학생들 추출함을 책임져줄 핫도그 종류가 5가지 이 역시 시즌별로 새로운 메뉴가 출시된다. (참 부지런한 본사분들) 여기에 핫도그 메뉴에 뿌려져 나가는 소스가 5,6가지. 양파, 블루베리, 플레인맛인 베이글 3종류. 공부하다 떨어진 당을 보충해 줄 딸기,초코,바닐라,크렘브륄레,인절미맛의 마카롱 5가지. 쿠키 2가지. 머핀이 2가지. 대추, 생강, 레몬, 자몽, 유자 등 차가 5종류. 티백 종류가 9종류. 아이스티는 미리미리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어둘 것. 밀크티 역시 전날에 우려서 준비할 것, 크림, 시럽 미리 만들어 놓을 것. 뭐, 읽고 보니 간단하쥬? 다들 이렇게 주문해서 드시자나유?.


물론 여기에 핫, 아이스는 나눠야 하며 사이즈도 스몰 레귤러 라지 사이즈를 잘 구분할 줄 알아야 하며, 사이즈에 따른 물, 우유양과 계량컵등도 다 다르게 제조해야 한다. 이 모든 메뉴를 다 외울 것!! 또한 얼음케이스에 얼음은 항상 채워져 있을 것. 컵도 떨어지기 전에 미리 채워 넣을 것. 시럽도 미리, 핫도그빵도, 소시지도, 냅킨도, 티백도, 빨대도, 뜨거운 물도, 이것도, 저것도, 미리미리, 알아서, 채워놓을 것, 알아서, 알아서, 직접 알아서….


하아… 나는 누구… 여긴 어디…


감사하게도 이 모든 것은 점장을 포함 5명의 인원이서 분배하며 하고 있다. 더 감사한 건 위의 레시피들이 그 구역마다 벽에 붙어있어서 커닝을 할 수 있다는 점.

이래서 나이가 50인 나 같은 사람도 손이 빠르고 경력이 있다니까 채용을 했구나 싶었다.

정직원인 점장과 매니저 팀장을 제외한 아르바이트생들은 모두 그 학교 학생들로 그들도 오늘이 처음이었다.

학생들도 나와 같은 표정으로 속았다 싶었을까? 다들 당황해하는 기력이 눈에 띄게 드러났다.

문제는 일에 실수를 하거나 막힘이 있을 때마다 도와주세요 제발요~라는 고양이 눈망울로 나를 찾았다.


‘얘들아~믿기 힘들겠지만, 나도 너희들과 같은 아르바이트생으로 오늘이 처음이란다.’


손이 빠른 나는 누구보다 빠르게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

요거트 스무디는 얼음을 넣고 갈아야 하고 과일주스는 얼음 없이 갈아 컵에 얼음을 넣어 나가야 하는데. 스무디에 얼음을 빼고 블렌더를 작동하거나 과일주스에 얼음을 넣고 갈아서 버려야 하는 상황. 티백을 우려 내 보냈는데 레귤러 사이즈를 라지 사이즈로 나가거나 그 반대로 나가거나.

사이즈 실수를 가장 많이 했고 다음으로 개수 실수가 잦았다. 분명 1개로 봤는데 다시 보니 3개로 찍혀있는 영수증이라니. 진짜 미치고 팔짝 뛴다는 게 이런 건가 싶었다. 좀 차근차근 여유 있게 메뉴를 확인하고 그럼 나았을 것을 커피와 나가야 하는 메뉴 중 커피는 준비가 되었는데 제조음료가 아직일 때 서두르라는 소리와


“음료 나오나요?”


라는 소리에 기가 눌렸는지 나도 모르게 LTE급으로 빠르게 실수를 앞지르는 내 두 손이 통제가 안되었다.

하아~나 진짜 이것밖에 안되는구나.


“은희 씨 오늘 고생했어요, 오늘까지만 일해주세요. 내일부터는 안 나오셔도 됩니다.”


라고 나를 잘라주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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