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알바 첫째 날.두려움과 설렘 중 완전한 두려움에

by 역전하는 삶


약속한 알바 첫 출근일이 왔다. 밤에도 잠을 잘 잤을 리 없다. 긴장감이 맥스에 이르면 잠깐 단기 기억상실이 오는 나는 솔직히 출근 첫날의 기억이 희미하다.

그도 그럴 것이 평생을 프리랜서로만 일해온 나는 출퇴근이라는 걸 해본 적이 없다. 결혼 후, 출퇴근이래야 남편의 아침, 저녁 식사준비와 출타로 가늠이 될 뿐.

그런데 나이 50에 대학교 내 카페에 등교하는 학생들과 알바로 인한 출근이라니. 긴장감이 최고조일수 밖에.

나이가 있으니 피부톤을 위한 마스크팩도 붙이고, 화장도 어떻게 하면 더 어려 보일까 심려를 기울여 공을 들이고. 복장도 너무 어른스럽지 않게.

아무튼 머리부터 발끝까지 일명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꾸민 스타일) 스럽게 보이려 얼마나 애를 썻는지.

나갈 시간은 또 왜 이리 더디 가는지. 내가 무슨 정신으로 지원을 했을까 보건증의 거사를 치른 후 두 번째로 후회하는 순간이었다


반면, 이런 긴장감이 또 얼마만인지. 첫 수업을 준비하는 긴장감과는 사뭇 다르게 호들갑스럽다가 차분해졌다가 이게 무슨 감정인지 인지도 안 되는 새로운 설렘이 도파민 같이 생겼다. 그러나 그런 풋풋한 도파민 같은 설렘은 손등을 스치고 지나가는 월급처럼 빠르게 사라지고 그 뒤로 온갓 두려움의 생각만으로도 내 심장의 박동수와 맥박이 비웃듯이 더 날뛰는 것 같았다.


심장아 맥박아 제발 나대지 말라고!


날씨는 또 왜 이리 좋은 건데!!


집에서 15분쯤 걸으면 도착하는 우리 집 앞 명문 이공계 대학교는 남편의 모교이다. 결혼 전에도 자주, 학교 구경또는 데이트를 즐겼기에 좋은 추억이 넘쳐나는 낭만 가득 캠퍼스인데. 그랬는데. 그런 곳에. 파트타임으로 첫 출근 중이다.

화이트 벽에 블루 차광막이 쳐져있고 나무테크 위로 야외 테이블이 있는 햇살도 좋고 막 움튼 초록이들도 싱그러운 날. 저기 보이는 카페 도착하기 50m 전.

그런데, 맙소사! 풋풋함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시커먼 덩어리 무리의 남학생들이 (공대입니다) 카페 앞 키오스크에 줄지어 늘어서 있다.

그 옆줄은 주문한 메뉴를 픽업하기 위해 또 다른 검은 무리들이 (공대입니다) 줄지어 있다.

이곳이 내가 앞으로 일할곳이다.


나의 일터는 성인 어른 5~6명이면 꽉 차는 좁은 공간의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이다. 들어가는 입구도 보이지 않는 곳을 뚫고 부끄럼을 무릅쓰고 매장 앞 직원으로 보이는 분께 도움을 청했다.

“오늘부터 일 할 아르바이트생인데요… 어디로 들어가나요오오오…“

죄 지은 것도 없는데 내 목소리는 이미 기가 죽어있다.

카페 일할 복장은 단순했다. 앞치마, 모자, 마스크 착용. 본인소유의 것도 오케이.

매니저의 도움을 받아 직원 휴게실을 빙자한 창고에서 마스크를 뺀 모든 복장을 카페의 것으로 무장한 후, 전쟁터로 향하는 장수처럼 심호흡과 함께 일터인 매장 안 블랙홀로 빨려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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