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보건증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by 역전하는 삶

“홍은희 님 되시죠?”

“네”

“00 카페 이력서 내셨죠?”

“네에? 아~네네”

“혹시 카페 경력은 있으세요?”

“카페 경력이요? 그럼요~저 카페 경력도 있고, 패스트푸드점 경력도 있습니다.”

“아~그래요? 카페 일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음…2년 정도는 됩니다. 패스트푸드 경력도 2년 정도 되고요.”

“네~혹시 손이 빠르신가요? 여기가 학생들 위주라 수업 시간 때문에 경력도 있고 손도 빨라야 하거든요.”

“네네~저는 경력도 있고, 손도 빠른 편인 데다가, 일머리도 있어요.”


알바 기업의 광고에 나오는 이미지가 이리 중요하다. 그 와중에 업주가 좋아하는 멘트가 그리 바로바로 나올 줄이야.


“좋아요. 그럼 혹시 이번 주부터 나올 수 있어요?”

“이번 주요? 음…네!! 가능합니다.”

“보건증은 있어요? 보건증은 필수인데.”

“보건증이요? 뭐.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준비해 가겠습니다.”

“좋아요 그럼 보건증 준비해서 이번 주 10시까지 오시면 됩니다. 그때 뵙죠.”

“네네~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고는 입 틀 막을 하고 대박대박을 연신 외쳐댔다.

내가 알바라니… 내 나이 50에 카페 알바라니… 대박…


저녁에 퇴근하는 남편을 붙잡고 나 카페 알바됐다며 온갖 호들갑을 떨었다. 남편은 시큰둥 무슨 소리냐며 웬 알바라는 둥 나의 감정에 1도 공감 없는 메마른 대꾸로 의아한 질문을 해댔다.

“당신이 무슨 경력이 있어?”

“나 경력 있어 카페 아르바이트 해봤어. 홍대 카페에서 우리 연애할 때 해봤잖아.”

“야, 그게 무슨 경력이야~~ 그게 언제 적 알바냐고? 20년도 더 된 일을, 그 사실을 점장도 알아?”

“아니? 안 물어봐서(구체적으로) 그래서 나도(사실직시) 바로 얘기 안 했을 뿐, 거짓말은 아니야.”

“그 정도면 경력도, 경력단절도 아닌 그냥 초짜야 초짜!!”

“아니이~알바가 됐다는데 뭐 이리 부정적이야? 됐다 내가 뭘 기대하고.”

“그럼 미술수업은.”

“미술수업은 4시 이후니까 그전으로 시간 됨”

“아니, 왜 알바를 하려는 거야? 돈 필요해?”

“내가 돈 때문에 하는 거 같아? 그리고 돈이야 있음 더 좋지 뭘 그래?”

“안 하던 짓 하면 아파. 그러다 몸 아프면 네가 번 아르바이트비 보다 돈 더 든다?”

“아오, 씨 확~”


공감대가 1도 없는 ISFP 공대생 남편과의 대화에 나 혼자 신나서 떠드는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려려니 하고 나니 보건증이라는 걸 어떻게 받아야 하는 건지 걱정이 앞섰다.

재수시절 알바로 보건증 경험이 있는 기숙사에 있는 큰딸한테 바로 연락을 했다. 큰딸도 엄마의 카페 알바 취업했다는 얘기에 “갑자기?”라는 반응과 함께 보건증을 받기 위한 절차를 설명해 주었다. 일단 보건소에 가야 한다는 것!

다음날 아침 일찍 보건소로 오픈런을 했다.

보건소에는 보건증을 발급받기 위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와있었다. 그리고 보건소 직원분들도 가자마자 능숙하게 순서 순서를 인지해 주었다.

간단한 작성과 신분증 확인 후 1번 방으로 가니 직원분 두 분이 젓가락만큼 기다란 면봉을 주며 “처음이세요?” 한다. “네~” 하니 화장실에서 면봉 끝에 엄지 반 마디가 들어갈 만큼 항문에 넣고 뺀 후 담아 오란다. “네에???” 나는 너무 놀라서 아주 짧은 순간 시작도 안 한 알바를 그만둘까 생각했다.

세상에 코로나에 콧속 면봉 질도 토 나오게 무섭고 싫었는데. 그보다 더 긴 이 면봉인지 나무젓가락 같은걸 내 항문, 그러니까 똥꼬에 쑤셔 넣다 빼서 가져오라니… 난 못해! 절대 못해!! 그렇게 뒷걸음을 치려 할 때쯤, 나보다 한참 연세 많은 할머니, 어르신들이 능숙하게 면봉을 들고는 화장실로 직행하는 모습에 얼떨결에 나 역시 면봉을 받아 들고 화장실로 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거한 보건증 받기 임무를 완수한 후였다.

알고 보니 식료 업계는 위생상 일 년에 한 번씩 보건증을 새로 발급받아야 한단다. 나 역시.. 내년에도.. 만약.. 알바를 계속하게 된다면… 또다시…이 거사를 치러야 하는 것이다.

하고 나니… 별게 아니라는 점이 참 위로가 되기는 하지만.

keyword
작가의 이전글2. 반백 년 나이에 카페 알바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