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이라 저녁은 뭘 먹을지 고민이다. 집밥을 해 먹기에는 아이들이 아쉬워할 것 같고, 외식을 하게 되면 외식비가 많이 들 것 같고, 이제 아이들이 초등고학년에 저학년이다 보니 식당 가서 주문을 하더라도 3인분을 주문하면 식당 주인에게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다.
오후 3시경에 아이들과 남편과 함께 스포츠 센터에서 수영을 하고, 저녁은 치킨을 시켜 먹으면서 남편이랑 맥주 한 캔을 하기로 했다.
3월부터 육아휴직으로 백수생활을 하다 보니 점심도 집밥 저녁도 집밥. 백수가 되어 보니 바깥에서 먹는 밥이 그리울 때도 있는 법이다.
그래서 주말 하루쯤은 배달 음식을 하거나 외식을 했으면 하는 생각도 들지만, 외식 후에는 항상 후회가 밀려든다.
이 돈으로 마트에서 장을 봤다면 몇 끼 먹을 장을 볼 수 있었을 텐데.. 하고 머릿속으로는 계산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다.
그리고 퇴근이 늦은 남편은 거의 회사에서 밥을 먹고 올 때가 많다. 남편저녁을 챙기지 않아서 좋겠다는 지인들도 있지만, 나는 평일 한번만큼은 남편과 아이들과 식탁에 도란도란 둘러앉아서
저녁을 먹는 모습을 상상으로만 그리게 된다.
토요일 저녁, 통닭은 주문해 놓고 남편과 살랑살랑 걸어서 집 앞 전통시장에 갔다. 매번 가는 야채가게에 가서 다음날 아침에 먹을 샌드위치에 넣을 청상추를 샀다.
청상추를 계산하고 돌아서는 찰나 호박잎 2000원이라고 적혀있는 호박잎을 보게 되었다.
어릴 때 친정엄마가 자작자작 된장국을 끓여서 쌀뜨물을 받아 씻은 호박잎을 쪄준 그 맛이 생각나서
남편한테 이야기해서 호박잎도 좀 살까? 이야기했더니, 남편도 호박잎에 강된장 올려서 먹는
상상을 잠시 했다고 했다.
다시 카드를 드리며 호박잎을 계산하고 집으로 걸어왔다.
영수증은 받았지만 확인도 하지 않고 바로 주머니에 넣었다. 돌아오는 길에 통닭을 찾고 구입한 물건들을 냉장고에 정리하면서 마지막으로 영수증을 확인하면서 가계부 어플에 오늘 사용한 내역서를 정리하는데, 분명 2000원으로 적혀 있는 호박잎이 5000원으로 계산이 되어 있었다.
다시 야채가게에 가서 영수증을 보여주고 이야기를 할까? 하고 남편에게 이야기했더니,
그 시간 통닭을 먹기 위해 식탁은 세팅이 되어 있었고, 아이들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리 집 앞 시장이라도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이 15분 이상은 걸릴 것 같고,
남편이 옆에서 " 호박잎 5000원으로 우리의 저녁 시간이 날아갈 수 있어.. 그냥 아주머니가 계산실수 한 거라고 생각하자. 주말 한 끼 가족들과 먹는 저녁시간을 행복하게 사용하자."라고 이야기해서
나도 확인한 영수증은 그냥 찢어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다음날 나들이를 다녀온 후, 전날에 사 온 호박잎을 잘 정리해서 쌀뜨물에 씻어서 냄비에 쪘다. 친정엄마표 된장과 멸치를 넣고 자작자작하게 끓인 강된장에 호박잎을 먹으니, 밥을 한 그릇 먹고도
또 생각나서 조금 더 덜어서 밥을 더 먹었다.
아무튼 원래 가격보다 3000원을 더 주고 싼 호박잎으로 남편과 나는 고향의 맛을 느끼면서
저녁 한 끼를 잘 먹었다.
매번 가는 야채가게라 장 보러 갈 때 아주머니께 계산이 잘못되었다고 이야기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고민이 된다.
그런데 아주머니의 흙 묻은 손과 굵은 손가락 마디마디를 보면 차마 그 말이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
그냥 비싼 호박잎을 먹을 걸로 생각하고, 다음에는 꼭 그 자리에서 영수증을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