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시코이 Jul 04. 2023

육아휴직 중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처음으로 취미가 생기다 

3월부터 나는 육아휴직 중이다. 둘째가 초등 2학년이다. 초등 2학년 육아휴직을 쓰지 못하면 영영 쓸 수 없을 것 같아 눈치가 보였지만 육아휴직을 선택했다. 

그러나 육아휴직을 쓰겠다고 생각하면서부터 '과연 내가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염두에 두고 육아휴직을 선택한 것 같다.

나는 양가 부모님이 3~4시간 걸리는 곳에 살고 계시고 두 아이를 키우면서 한 번도 다른 누군가의 손에 우리 아이들을 맡긴 적이 없었다. 아파도 나는 아이를 봐야 했고, 어떤 상황이 와도 나는 아이들을 케어해야만 했다. 첫째가 초등 1학년이 들어갔을 때, 다시 일을 시작했고 집에 있는 무려함이 싫었고 다시 일을 하고 싶다는 갈망이 너무 컸다.

내 전공에 맞는 일을 했지만 나는 아이들을 케어해야 했기 때문에 나의 경력에 비해서 적은 월급을 받고

빨리 퇴근하는 조건으로 일을 다시 시작했다. 처음에는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음에 그 순간들이 행복했지만 

첫째 아이가 초등 6학년이 되고 둘째가 2학년이 된 지금의 시점에서 나는 내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음을 느꼈다. 나보다 경력도 적지만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들의 틈에서 한없이 나의 자존감은 바닥으로 떨어져 있었다.

괜찮아. 아이들을 케어하면서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감내하자..라는 생각으로 5년을 버텼지만

그 속에서 나는 발전이 없었고 그렇게 하루가 흘러가고 있었다.

육아휴직 5개월 차, 태어나서 처음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결혼 전에는 직장생활에 허덕이다 취미생활  하나 만들지 못하고 결혼을 했고 남편 학위를 위해 다른 나라에 가서 남편 뒷바라지를 했고 아이 둘을 낳고 키우면서 내 나이는 40대 중반으로 접어들었다.

40대 중반이지만 제대로운동을 배운 적이 없다. 난 왜 이렇게 살았지... 3월부터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사실 코로나 터지기 3년 전 3개월 정도 수영을 배우다가 코로나가 터져서 더 이상 수영을 배울 수 없었다.

그 당시 배울 때도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수영을 접했기 때문에 정말 힘들었다.

호흡하는 것도 힘들고, 수영의 기본인 발차기도 정말 힘들었다. 같이 시작한 아이의 엄마들은 어릴 때 

수영을 배운 감이 있어서 그런지 나보다 진도가 쭉쭉 나갔다.

나는 점점 그 엄마들보다 진도가 늦어졌고 어릴 시절 한 번도 경험해주지 못한 부모님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나의 환경과 아이의 엄마들의 살아온 환경부터가 달랐다.

나는 시골에서 그들은 도시에서...

같이 배우기로 했을 때는 괜찮아 괜찮아 따라갈 수 있어 잘할 수 있을 거야 위로를 해주던 엄마들도

점점 자기들 보다 뒤처지기 시작하다 자기들만의 레벨 안에서 자기들끼리 즐기기 시작했다.

그런 순간에 코로나가 터졌고 그렇게 자유수영의 맛을 알아갈 때쯤 나는 다시 수영을 접어야 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이사한 곳 그 엄마들이 없는 동네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 틈에서 수영을 배우고 있다

처음 배울 때는 나의 단계가 없어 숨을 허덕거리며 배우기 시작했다

5개월째 접어든 지금은 자유수영도 자유롭고 수영의 꽃이라고 하는 접영단계애 접어들었다.

물에 뜰 수 없을 것 같던 내가 자유수영을 하게 된 것 자체가 신기하다.

아직은 많이 배운 사람들 틈에서 여전히 못하는 단계에 속하지만 나이 40에 접어들어

수영이라는 취미 생활이 생겼다.

수업을 가지 못한 날은 시간을 꼭 내서 자유수영을 가려고 한다.

모르는 것을 알아가고 할 줄 모르는 것을 내가 점점 할 수 있을 때의 기분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남편에게 이야기했다 "나 다시 복직하기 싫어~ " "40대가 될 때까지 내가 할 수 없었던 것 

하고 싶은 거 배우면서 살고 싶어." 

육아휴직을 하면서부터 나는 안 쓰던 가계부를 적게 되었고, 외식보다는 집밥을 선호하는 주부가 되어가고 있다.

일해서 조금 버는 돈 보다 내가 배우고 싶은 것 배우고, 아이들이 집에 왔을 때 엄마가 직접 만든 따뜻한 간식을 먹게 하고 싶다. 

그리고 더 늦기 전에 내가 못하는 걸 배우고 채우면서 살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호박쌈과 강된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