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의미

언제부터일까, 내일이 두려워진 게

by fernweh

수학여행 전 날, 설레는 마음에 밤잠을 설친 경험. 크리스마스 이브, 머리맡에 어떤 선물이 놓여 있을까 기대하며 잠 못 이룬 경험. 여행 전 날, 새로운 곳에서 펼쳐질 일들을 상상하며 밤을 꼬박 새운 경험.

이처럼 누구에게나 '내일'을 기다리는 부푼 마음에 잠 못 이룬 유년시절의 기억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처음'이 주는 설렘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어린 시절 우리의 눈 앞에 놓인 세상은 매일 새롭고, 탐구할 것 투성이였을 테다.


그랬던 아이는, 점차 '하고 싶은' 보다는 '해야 하는' 일들이 가득한 세상을 마주하게 된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노력해야만 살아남는 세상. 더 이상 세상은 '탐구하고 싶은' 대상이 아니라, '견뎌내야 하는' 곳이 되어버린다. 매일매일이 틀에 박힌 듯한 갑갑한 일상을 살아가며, '내일'을 떠올리면 한숨부터 나온다.

그렇게 우리는 어른이 된다.


하루하루가 / 참 무거운 짐이야

무덤덤한 그 눈빛을 기억해 / 어릴 적 본 그들의 눈을 / 우린 조금씩 닮아야 할 거야

잔나비, 꿈과 책과 힘과 벽


그렇게 아이의 호기심어린 눈빛은, 점차 빛을 잃어간다.


어른이 된 아이는, 생각한다. '사는 게 왜 이렇게 재미없지?'

어릴 적 사진을 다시 꺼내어본다. 티없이 맑은 눈빛을 하고 있는 자신을 마주한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새삼스레 어색하게만 느껴진다.


언제부터 나에게 '내일'은 무거운 짐이 되어버린 걸까.


사진 속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다짐한다. 어린시절의 내가 느꼈던 '내일'의 감각을, 오늘의 나에게 선물해주겠다고. '기대', '호기심', '설렘'으로 가득한 그 부푼 마음을, 나에게 선사해주겠다고.


우선 연초에 작성했던 버킷리스트를 꺼내어본다. 벌써 반년이 흘렀는데, 아직 해본 게 하나도 없다. 아이는 생각한다. '이제 이것들을 하나씩 해봐야지!'

당장 이번 주말 계획부터 세운다. 그동안은 평일을 열심히 보내고 나면, 주말엔 집에 웅크려 쉬기 일쑤였다. 그것 또한 좋았지만, 일요일 저녁만 되면 우울감이 잔뜩 몰려오곤 했다. 하지만 이번 주말은 다르다. 마치 자신과 데이트라도 하는 듯, 가고 싶었던 곳에 위치한 맛집까지 검색해보고 사진도 찾아본다. 오랜만에 생기가 도는 것만 같다.


반복되고 지루하게만 느껴지던 일상도, 조금쯤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기대되는 '내일'이 생기니, '오늘'을 활기차게 살아갈 힘이 생긴다.


삶이 나에게 신 레몬을 주더라도, 그걸로 달콤한 레모네이드를 만들겠다는 말처럼.

우리네 일상이 견뎌내야 할 '숙제'처럼 느껴지는 날에는, 나에게 '선물' 같은 하루를 선사해주자.

내가 행복하길 바라는 건,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다. 그러니 내가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자.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내 삶을 끌어안을 수 있기를.

나를 우리 어른들의 눈빛도 별처럼 빛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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