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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뿌뿌니 Oct 12. 2023

9. 유언장 말고 엔딩노트를 작성해 볼까?

내가 꿈꾸는 은퇴생활

<공원이 좋아졌다는 건 나이 든 증거인가?>


죽음을 미리 준비한다는 것은 왠지 불길 한 생각이 든다

인생사 모든 일에는 준비를 하는데 왜 죽음을 준비하는 데는 소홀할까?


고독사 돌연사 자연사 안락사...

어떤 죽음도 선택할 수 없다


방송에서 이상민가수가 유언장을 써 놨다는 말에 주위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자신이 죽고 나면 그 뒤에 일을 처리해 줄 가족이 한 명도 없기 때문에

이것저것 어떻게 처리할지 미리 써 놨다는 것이다


"아..."


나도 모르게 탄식이 터졌었다

짠하기도 하면서 나는 아들이라도 있어 다행이라고 해야 되나?






한때는 사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죽은 다음에  어떻게 되든 무슨 상관인가?

오히려 나보다 부모님의 장례식이 더 걱정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 죽으면 너는 가만히 있어라 여그 동생들이 다 알아서 할거여~

 넌 동생들 하자는 데로 하면 돼  알겠지?"


할머니는 아흔이 넘으셨고 아빠와 16살 차이가 나신다

아빠는 6남매에 첫째다

늙어가는 아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노모는 자기 죽을 때 늙은 아들이 고생할까 봐 걱정이다

자신이 늙어가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오직 자식 늙는 것만 보이는 듯하다


나는 부모님과 부모님이 죽은 후 어떻게 할지 얘기한 적이 없다

그냥 흘러가는 말씀으로 '화장해라'라는 소리는 몇 번 들었지만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씀이 없었다


부모님의 죽음을 미리 준비한다는 건 불경스럽고 죄스럽기까지 하다

아흔이 넘으면서 스스로 '나 죽으면..'  이렇게 자식들을 볼 때마다

한 마디씩 하는 것으로 유언을 하시는 할머니처럼 자식들은 그렇게 본인이 말할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고 있어야 할까?




살았을 때 어떻게 살지도 준비해야겠지만 마지막 죽음도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혼자 살던 엄마가 갑자기 죽으면 혼자 남은 아들이 당황할 생각에 벌써 마음이 아프다

혼자 남겨진 건 둘째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망막할 것이 분명하다


TV에서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부모가 상조가입은 해야 한다는 광고를 보았다

부모님은 상조가입을 두 분 다 안 하셨고 나만 얼마 전에 상조가입을 했다

장례비용이 2500만 원 이상 든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죽는 것도 나 몰라라 할게 아니고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물건들을 많이 정리하고 별로 없는 것이

이런 생각들을 하는 도중 그나마 다행인 것 같다


요즘 외출 할 때 집안 정리를 하고 나가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나갔다 들어왔을 때 집이 정리되어 있으면 기분이 좋기도 하지만

혹시라도 외출하고 돌아오지 못하게 됐을 때

정리되지 않은 집안의 모습을 누가 보게 될까 봐 하게 된 것이다


중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매일 집에서 나올 때

속옷을 신경 써서 입고 나온다고 하신 것이 기억났다

혹시 밖에서 갑자기 죽게 됐을 때 누군가 자신의 속옷을 보게 되면

창피해서라고 했다

저런 생각을 왜 하지?

같이 들은 반아이들도 어정쩡하게 웃어넘겼었다




50살이 되고 나니 죽는 건 누구에게나 갑자기 닥치고 반드시 생길 일이다

핵가족을 넘어 핵개인시대로 되고 있다고 한다

그건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젊든 나이 들었든 상관없이)

혼자 살면서 불편하고 힘든 것들(밥 해 먹는 것, 세탁, 청소등)을

편리하게 해  주는 시스템들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고독사도 더 늘어나게 될 것이다


우스개 소리로 가끔 전화하는 지인들에게 말한 적 있다


" 가끔 전화해 줘서 고마워

혹시라도 전화했는데 두 번 이상 받지 않으면 119나 경찰서에 신고 좀 해줘"


"... 네? 알겠어요 하긴 저도 혼자 계시니까 어쩔 때 전화 늦게 받거나 안 받으시면 걱정되긴 했었어요

꼭 신고해 드릴게요"


가볍게 한 말인데 상대가 진진하게 답하는 걸 보고 말한 내가 오히려 당황했었다







유언장을 쓰는 건 아직 두렵다

대학 때 철학시간에 써 본 적 있지만 그때와 지금은 입장이 달라도 너무 다르지 않은가?


엔딩노트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노인이 인생말기에 맞는 죽음을 대비하기 위해서 자신의 희망을 적어놓는 노트이다


첫째 자신의 재산과 부채에 대한 상세한 정보와 분할 방법


둘째 자신의 의료와 간병에 대한 희망과 의사

(예: 장기 기증, 현행 치료, 돌봄 시설 등)


셋째 자신의 장례와 무덤에 대한 희망과 비용

(예: 장례 방식,  납골 장소, 유품 등)


넷째 가족과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지막 인사와 감사의 말


다섯째 삶에 대한 회고와 소감 그리고 후회와 미련...


(출처: 유튜브 콕알 TV)


유언장처럼 법적으로 효력이 있는 건 아니라

자유롭게 쓰면 된다고 한다

이렇게 한 번씩 기록하다 보면 낯설고 두려운 죽음도 준비되지 않을까?




오늘 엔딩노트 하나 예쁜 것으로 구입해야겠다

옆에 두고 생각나는 대로 적어 놓으면

혹시 모를 상황에 아들 혼자 당황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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