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yet

'아직'의 힘에 대하여

by 마리

방금 시계를 힐끗 보고 나서 '나는 하루에 시계를 몇 번이나 확인하는 걸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언젠가부터 '12시간 후'를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지금이 저녁 9시니까 12시간 후인 내일 오전 9시에는 내가 뭘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죠.

그렇게 생각하면 12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하는 것인가 싶어 감탄이 나오곤 해요.

저는 참 대단해요. 당신도 그렇지만.


오늘은 '아직(not yet)'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려고 해요.

시카고의 한 고등학교는 졸업하려면 일정 수의 과목을 통과해야 하는데, 통과하지 못한 과목의 학점은 바로 'not yet'이라고 합니다.

'낙제'라는 학점을 받은 아이는 좌절감을 느끼지만 'not yet'이라는 학점을 받은 아이는 다른 것을 느끼지요.

바로 '나는 아직 배우고 있는 중이구나.'하는 점을.


학교나 회사에서 우리에게 '약간' 어려운 문제를 준다면 우리는 노력하고 성장하게 될 거에요.

만약 우리를 시험하려고 한다고 느낀다면, 그리고 그 과제에서 실패했다면 우리는 도망가고 싶겠죠.

그리고 앞으로 영영 도전하고 싶지 않게 될지도 모르지요.

당신은 실수 앞에서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나요?

당신은 실패했나요? 아니면 '아직 도전 중'인가요?


우리는 어려움에 굴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지요.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작품들은 대부분 주인공이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이겨내는 강한 모습을 보여주곤 해요.

어려움 속에서 다시 일어나게 하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칭찬?

인정?

아니면, 여러 번 성공했던 경험?


혹시 당신은 끊임없이 인정을 받아야 하나요?

어떤 보상이 없다면 끝까지 버티지 못할 때도 있나요?

실패하면 다시는 도전하지 않고 포기한 적이 있나요?


저는 스스로에 대해 잘 알지 못했을 때 도전하기를 두려워했던 것 같아요.

나의 한계도 잠재력도 모른 채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없어서 실패하지 않을 쉬운 과제만을 선택하곤 했죠.

'나는 안전한 것을 선호한다'고 합리화하면서 아무 도전도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때는 왜 그랬는지도, 왜 도전해야 하는지도 몰랐죠.

만약 계속 실패를 겪게 된다면 유리처럼 와장창 깨져버릴 것 같은 불안함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 번 해 보고 싶어서라면.

보상 때문이 아니라 어떤 문제를 해결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면.

실패했을때 끊임없는 플랜 B를 만들어본다면.

'아직' 성공하지 못했지만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해본다면.


'not yet'은 우리가 과정 속에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줍니다.


아직 학교나 회사, 내가 머무는 장소가 편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아직 그 사람과의 관계를 잘 모르겠나요?

아직 제대로 잘 하는 게 없다고 생각하나요?


그건 우리가 아직 결론에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요.

우리는 아직, 과정에 있을 뿐이니까요.

인생에 완벽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있기나 할까요?


-냉장고 속 음식들의 날짜를 생각해 보며, '아직' 먹을 수 있겠군,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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