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hope)과 무망(hopelessness) 사이

by 마리


희망에 관한 명언은 참 많기도 합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꿈을 꾸어야 한다고, 희망이 없는 삶은 의미가 없다고 말합니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절망에서 얼른 빠져나와 희망의 빛으로 향하라고.



사람들이 이토록 희망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요.


희망이라는 것은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으며 그저 막연할 뿐입니다.


오히려 절망이 무엇인지는 명확하게 알겠고 절망에 빠진 기분도 잘 알겠는데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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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리 산책 중 어느 건물 앞



희망은 잘 될 거라는 느낌, 기대를 의미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흘러가기를 바라는 바라는 것.


아마도 그 느낌을 뒷받침해 줄 만한 단서들이 있을 때 희망을 더 잘 느낄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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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립미술관 나혜석과 백남순의 방, 1920년 파리



무망감은 무엇일까요?

hopelessness는 절망감이라고 번역이 되기도 하는 단어입니다.

무망감은 무슨 수를 써도 지금의 상황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신념을 의미합니다.

살면서 우리는 그런 느낌을 가끔 마주하게 되는데, 마치 창밖의 일들이 나와 아무 관련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요.

무망감이 활성화되면 점차 자신과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잘못 해석하여 "이 상황은 절대로 바뀌지 않을 거야."라는 확고한 신념이 생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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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을 바꿀 수 없다는 무력감.


내가 통제할 수 없다는 생각.


뭔가를 시도해 봤자 헛수고 일뿐이라는 느낌.


어차피 다 망쳤다는 신념.


스스로에 대한 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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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ithluke, 출처 Unsplash




살다 보면 그런 늪에 빠지는 날이 있지요.

어쩌다가 늪으로 접어들어 발목쯤 빠져들어갔을 때가 되면 잠시 무망을 멈추고 생각을 해봅니다.

"지난번에는 어떻게 빠져나왔더라?"


조금만 가라앉았다면 힘을 내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도저히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면 도움이 필요한 때가 된 겁니다.


가끔은 늪에 빠져 있지 않더라도 늪에 빠지는 상상을 해봅니다.

"어, 그런데 내가 늪에 빠진지 어떻게 알지?"라는 의문이 생긴다면 스스로에게 관심을 가져야만 알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요.


그리고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누구에게?

어떤 도움을?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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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kocs, 출처 Unsplash



반대로 내 주변의 누군가가 무망감에 빠져있을 때 나는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니 도움을 요청하기가 좀 더 쉽게 느껴지네요.


당신은 기꺼이 그 손을 잡을 준비가 되어있나요?

아마 당신의 주변에도 기꺼이 손 내밀어 줄 사람이 있을 거예요.

그런 생각을 하니 친구 목록을 한 번 살펴보고 싶어집니다.



희망은 다른 사람이 쥐여준다고 해서 내 손에 들어오지는 않는 것 같아요.

어쩌다 잘못된 일은 당신 혼자만의 잘못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 상황을 정면으로 마주 보겠다는 용기가 희망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내일은 팔이 더 길어졌으면 하고 생각하는 밤에.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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