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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WER 팬이 된 이유

가짜 기자 일기장1: '가짜 아이돌'이라는 곡을 만든 걸그룹에 대해

by 방구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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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WER이라는 밴드 그룹을 아시는지? 본인이 최근 관심 갖게 된 뮤지션이다. 당초 해당 그룹의 존재 정도만 알았지, 눈길 던진 건 아니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이 혀를 내두르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본인을 QWER에게 인도했다. 해당 그룹의 '고민중독'이라는 곡은 그 경쾌함과 음색, 약간 혼란스러운 뮤비 등으로 흥미를 선사했다. 그리고 '가짜 아이돌'이라는 곡은 본인이 해당 그룹을 본격 응원하게 된 계기다.


필자는 기사라고 일컬어지는 것을 만 2년째 꼬박 써오고 있다. 회사가 만들어 준 내 명함에는 기자라고 직책이 명시돼 있기도 하다. 그러나 스스로를 '가짜 기자'라고 여긴다. 흔히 업계에서 말하는 기자란 한국기자협회 소속 매체로서, 출입처 내외 사람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고, 출입처 소식 놓치지 않고 보도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그러나 본인은 제 명함 건네받은 사람으로부터 '여긴 또 어디냐'는 시선 받는 게 떨떠름해 가급적 취재를 피해오고 있다.


희한한 건, 우리 공장이 한국 제1포털 콘텐츠파트너사(CP)에 속해 있어 어떤 기사는 조회수 수십 만을 거뜬히 기록한다는 것이다. 포털에 노출되는 덕분인지, 본인 기사가 종종 타사로 하여금 '받아쓰게' 만들기도 한다. 딱히 개인적인 연락이 없었던 지인들이 내 기사 보고 연락 오는 일도 왕왕 있다. 독자 반응이 있다는 데서 본인은 기사 쓰는 재미를 느낀다. 이에 비추어 볼 때, 사람 만나는 건 피하지만 기사 쓰기에 나름 진심인 본인은 '반쪽 기자'쯤 되지 않을까.


가짜 기자라는 정체성을 스스로 확립한 이후, '진짜'라는 게 무엇인지 줄곧 궁리해 왔다. 이에 대해 본인은 '전형적인 시험 절차(또는 채용 프로세스)를 통과해 얻는 정통성' 정도로 결론 내려 보았다. '진짜 기자'란 언론고시 통과한 사람을 지칭할 테고, '진짜 아이돌'은 연예 기획사에서 연습생 시절을 거쳐 데뷔한 그룹에 부여되는 타이틀이 되지 않겠나. 언젠가 법조계에서 사법고시 통과 전적이 없는 서울법대 교수를 탐탁지 않아 한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는데, 이 또한 법조인으로서 정통성이 사시 통과와 연관돼 있음을 짐작케 한다.


가짜 기자로서 지적하고 싶은 부분. 진짜는 가짜보다 당연히 실력이 더 좋을 것이라 사회 분위기에 대한 것이다. 본인 또한 성인이 되기 전까지 그랬고 대학교 입학 후에도 한동안 그렇게 생각해 왔다. 선생님 강의력보다 출신 대학에 더 주목했고, 군 장교들을 두고 사관학교/학사/RT 등 출신 성분을 괜히 따졌던 적이 있다.


그러나, 사회 진출 이후, 특히 언론계에 몸담으면서 '사바사' 또는 '닝바닝'이라는 단어를 되뇌고 있다. 이곳에서 '메이저 매체' 소속 기자더라도 반드시 신의성실한 건 아니고, '마이너 매체'에 속한 기자라도 시선 끌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물론 메이저라고 분류되는 곳은 시스템이 탄탄(혹은 빡빡)하다. 그만큼 조직 구성원들이 전반적으로 마이너에 비해 더 높은 퍼포먼스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다만 기사 보도에 있어서 내용의 창의성과 형식의 자율성 등을 살펴보거나, 현장에서 타이틀 떼고 사람 대 사람으로서 만났을 때 느낌 등을 감안해 보면, 결국 하기 나름이라는 다소 진부한 이야기로 귀결됐다.


'방망이 깎던 노인(윤오영)'이라는 수필이 있다. 방망이 깎는 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한 노인 이야기다. 이야기 주인공은 '고작 방망이 깎는 일'이라고 치부하며 그 노인에게 방망이를 받아 왔다. 그런데 주인공 아내가 노인이 만든 방망이를 써보더니 너무 좋다며 야단이었다고. 흘깃 보는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쓰는 이는 단박에 알아보는 명품이라는 것이다. 현직 가짜 기자는 이 이야기에 마음이 동했다. 이후 방망이 깎는 심정으로 기사 써오고 있다.


인터넷 방송 출신이자 비주류 밴드 걸그룹이면서, "가짜 아이돌"이라는 세간의 지적을 받아온 뮤지션이 한국 주요 음원차트 3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기협 비소속 언론사, 인지도 떨어지는 인터넷 매체 근무한다고 언제까지고 영향력 없으리라는 법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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