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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살 앞 30날」29

29. 02 / 함께

by 구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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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소중히 여기던 기억은 오래도록 내 자신마저도 소중하게 만든다.

그러니 사람이 사람을 만난다는 건 얼마나 귀한 일인지.

늙고 쭈글러터졌어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사랑하고픈 이유다.’


이석원의 <2인조>에 나오는 글 중 일부다. 이 글에서 가장 밑줄을 긋고 싶은 부분은, ‘그러니 사람이 사람을 만난다는 건 얼마나 귀한 일인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연애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러지 못 하는 시간들이 꽤나 길었다. 혼자서도 잘 지내는 편이라 괜찮은 나날들도 많았다. 그러나 이따금씩 외롭기도 했고, 연애를 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다소 답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딱히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러다 누군가와 조금씩, 조금씩 더 친해졌다. 친구와 친해지는 것과는 비슷하면서도 또다른 느낌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나눴다.


계속 대화하고 싶었다. 이야기하는 게 너무 재밌고, 듣는 것도 좋았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더욱더. 꼭 만나지 않더라도 하루를 함께 하는 것 같았다. 아직 어떠한 관계인지도 잘 알 수 없는 사이, 그저 친구일 수도 있지만, 그 사람과의 연락하는 시간들이 따스했다.


자연스럽게, 그 사람에게도 내가 따스한 존재로 다가가길 바라는 마음이 커졌다. 그렇지만 선뜻 마음을 표현할 수는 없었다. ‘나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하면서도 확신은 하지 못했다. 연애를 안 한 기간이 꽤 있다 보니, 연애 세포가 다 사라져버려서 이 정도는 그저 남녀 친구 사이에서 할 수 있는 연락인데 내가 오버하는 거 아닐까? 라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다.


이미 나에게 너무 좋은 친구였다. 그런데 괜히, 섣불리 이성으로 다가갔다가, 그러다 친구 관계조차 잃어버릴까 두려운 마음도 있었다. 소중했다. 내 마음보다는 그 사람의 마음을 더 생각하려고 했다.


그만큼 소중했다.


두려운 마음보다, 더 다가가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제대로 고백을 한 건 아니지만, 조금씩은 표현을 하려고 노력했다. 소심한 나로서는 최대한의 노력...! 어느 순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나의 마음과 그 사람의 마음이 다르지 않다는 걸.


눈을 마주치며 웃고, 이야기 하고, 밥을 먹고 그리고 손을 잡고, 같이 걷는, 둘이서 함께하는 순간들이 소중하다. 그의 다정함과 따스함이 너무 좋다. 덕분에 나도 다정하고 따스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고 싶다.

2021년에는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일들이 또 얼마나 많을까!


2020년이 이틀 남은 지금, 내가 느끼는 이 마음을 글로 적어두고 싶었다. 물론, 있는 그대로 여기에 오롯이 다 표현하기는 쉽지 않고, 다소 쑥스럽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적고 싶었다. 고맙고 사랑하는 이 마음을.




구보라


보고 듣고 씁니다.

12월 1일부터 매일 글을 썼는데, 벌써 이제 하루 남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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