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가을에 쓴 글
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보고 바로 책상에 앉았다. 심장이 쿵쿵 뛴다. 처음에 범수 PD(안재홍)의 고백씬을 보면서는 설레서 뛰었다. 그런데 그 다음씬. 은정이 나오는 씬을 보면서는 슬퍼서 쿵쿵, 거렸다. 극중에서 은정의 연인이었던 홍대는 아파서 세상을 떠난다. 그 과거 회상씬이 나왔는데... 죽기 전, 갑자기 의식을 차리고 은정을 바라보는 홍대. 말을 할 수 없는 홍대를 보면서도, 홍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그의 옆에 눕는 은정. 그 모습을 보며 몇 달 전이 떠올랐다. 엄마가 떠나던 그 날이 떠올랐다. 최대한 떠올리지 않으려고 하는 날이다. 홍대의 침대 옆에 심장박동수와 혈압 등이 표시되는 기계가 있는 것만으로도, 그의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바로 와닿았다. 아마 이런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으레 그냥 환자 옆에는 저런 기계가 있다고 생각할테지만.
다시 그날로 돌아간다면, 엄마 옆에 눕고 싶다. 그런데 그 침대는 그러기엔 좁았으니깐, 그럴 수는 없겠지. 엄마가 떠나기 전까지 계속 얼굴을 쓰다듬고,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뽀뽀를 했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비현실적이었지만, 현실임을 받아들여야 했다. 심장박동수가 갑자기 뚝 떨어지고, 혈압도 뚝 떨어졌다. 정말 이제 정말로 엄마가 떠나는구나... 내 곁엔 아빠도 있었고, 이모와 이모부가 있었다. 전혀, 내겐 힘이 되어주지 않았다. 나에겐 오로지 엄마만 필요했는데, 엄마만 있으면 되는데...
그런데 엄마가 내 곁을 떠났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곳으로. 나는 아직 서른이고, 엄마는 예순도 되지 않은 나이인데... 이제 다시 일하면서 돈 벌면, 엄마랑 같이 가고 싶은 곳도 많고, 아니. 어딜 같이 가지 않더라도 그냥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많았는데...
내가 스물 두 살이었던 봄, 유방암 판정을 받았던 엄마. 그로부터 8년을 더 함께 살다가 떠났다. 인생이 참 허무하다는 생각도 들고, 이 아픈 경험을 했으니... 아무래도 인생을 조금은 더 가치 있고 보람있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하다.
누구나 죽는다. 마치 아무도 자신만은 죽지 않을 것처럼 살아가지만. 아프든 아프지 않든, 어떻게든 누구나 죽는다. 살아있을 때,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많이 보내야 한다. 일을 하더라도, 자신을 갈아 넣으면서까지 해서는 안 된다. 물론 돈을 벌어야 하는 건 중요하고 생존과 관련이 되어있는 일이지만. 나 자신을 잘 지키면서, 해야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을 듬뿍 나누고 싶다. 어차피 앞으로 살아도 몇십 년밖에는 더 못 살텐데. 사랑한다고 말하고, 이 세상 좋은 것 같이 보면서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그런 사람 만나면, ‘나, 그때 많이 힘들었어’라면서 말도 하고...그럼 고요히 들어주겠지.
이 글을 쓰면서 눈물이 계속 났다. 마치 드라마가 끝날 무렵, 심리상담을 받던 은정이 갑자기 펑펑 눈물을 흘렸던 것처럼. 울고 나니 후련하기도 하고, 오늘 하루종일 다음주에 있을 면접을 준비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 골치가 아팠다. 그런데 그냥... 왠지 내일, 그걸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이 세상에 힘든 일이 얼마나 많은데... 면접 과제쯤이야, 그렇게 힘든 일도 아니지
이런 마음이랄까? 엄마가 살아있었더라면, 이런저런 조언도 많이 해주고 나랑 수없이 많은 대화를 했을 거다. 나랑 이야기가 제일 잘 통하는 친구 같은 엄마였으니까. 엄마의 생각, 엄마의 안목들을 떠올려보면서 내 할 일들을 해나가다 보면 실마리가 풀릴 것 같다. 이렇게 울고 있는 내 모습을 엄마가 본다면, 마음 아파할 텐데, 이제 글을 마무리하고 잘 준비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