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미 7월 리추얼 하루를 매듭짓는 <주 3회 저녁 달리기 x 글쓰기> ⑪
8월 4일(수) 달리기
1.
저번에 한번 글에서도 언급했던 ‘도시팝(도매가로 시간을 팝니다)’를 요즘 가장 자주 듣고 있다. 그중에서 상민님이 진행하는 코너를 많이 들었는데, 상민상 & 예근님 그리고 진행자 호경님의 합이 재미있다. 세 사람의 스타일이 제각각 달라서.
오늘 달리면서 들으려고 저장해두었던 에피소드는 영화 <남자사용설명서>. 좋아하는 영화라서, 아껴두고 있었다. 달릴 땐 재밌는 걸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개봉 당시 영화관에서 본 건 아니었지만... 그 해에 봤는데 너무 웃겨서 때마다 한번씩 보곤 했었다. 최근엔 안 본 지 몇 년이 되었지만 좋아하는 명장면들은 기억에 남아있다.
재생을 누르고, nrc앱도 누르고 달리기 시작했다. 들으면서 영화 내용이 다시 떠오르기도 하고, 좋아하는 명장면이 소개되기도 해서 더 잘 떠올랐다. 이렇게 편하게 웃으며 볼 수 있는 영화가 생각보다 몇 없다고, 소중하다고 한 호경님의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2.
요즘 도시팝을 자주 듣다보니 영화에 대한 애정이 다시 샘솟는다!! 영화.. 생각해보면 고등학생 때부터 이런 B급 감성의 영화들을 좋아했다. 그땐 다양한 영화를 접할 기회가 별로 없어서 ‘독립영화’를 알지는 못 했다. 찾아본 영화들은 상업 영화 중에서 B급 감성을 지닌 영화들.. 가장 좋아했던 영화는 <천하장사 마돈나>. 이해영 감독, 류덕환 주연. 여자가 되고 싶어하는 주인공 동구의 감성, 동구를 둘러싼 캐릭터들, 내용 전개 모두 다 마음을 따뜻하게, 뭉클하게 그러면서도 산뜻하게 웃을 수 있게 만들어서 보고 또 봤었다.
세상의 다양함을 보여주는 영화들이 좋았고, 좋아하는 영화들이 쌓이고, 영화를 보다보니 영화가 너무 좋아져서 영화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졌다. 그렇게... 원래는 책을 좋아해서 국문과를 가려다가, 영화에 대해 공부하는 과에 갔다. 1, 2학년 때 영화에 대한 애정이 가장 컸다. 알수록 새로운 영화가 끊임없이 쏟아졌고, 공부할 게 많아서 버겁기는 했지만 재밌었다. 막연히 평론가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고학년이 될수록, 스토리가 담긴 영화보다는 다큐멘터리 영화나 TV 영상으로 관심이 갔다. 영화에 대해서 너무 계속, 학문으로 배우다보니 사람들의 삶에 닿아있지 않은 영화들도 자주 보고 접해야했다. 뭔가 영화에서 커다란 의미를 발견하고, 어려운 이론서의 용어도 쓰면서 비평을 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이 심했다. 실제로 많은 선배, 동기, 후배들이 그렇게 글을 썼다. 잘..
근데 나는 그런 영상 비평은 하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영화에 대해서 알지 못 하는 언어로 쓰면 그 글은 누가 보는 걸까? 그 글을 쓸 수 있는 그 사람들끼리 보는 걸까? 어려워하는 영화더라도 좋은 영화라면 조금 더 쉬운 언어로 풀어 써서 사람들에게 알리고, 같이 나누는 게 좋은 것 아닐까. B급 감성의 영화를 좋아하지만 그런 영화들로 논문을 쓰는 사람은 없었고 알아주지도 않았다. 뭔가 그냥... 그러다보니 회의감이 들던 시기였다. 그러다 영화보다 TV라는 매체가 사람들에게 더 쉽게 다가가고, 영향력을 끼치고 일상에 함께하니까 그 영상에 대해 비평하고 싶어졌고 그 영상을 만드는 PD가 되고 싶어졌다. 지금 떠올려보면, 내가 잘 할 수 없는 영역이라서 관심을 다른 데로 옮긴 걸까 싶기도 하다. ‘하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니라 ‘못한’ 거기도 하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4학년 땐 영화를 마음 편하게 보는 즐거움을 좀 잊어버리고 살았던 것 같다. 졸업을 하고나니 영화가 달리 보였다. 회사에 다니면서도 영화와 영상에 대해 공부했던 그 시간들이 그리워지기도 했다. 영화가 다시 재밌어졌다.
3.
다시 도시팝 이야기로 돌아오면, 도시팝을 들으면 영화 보는(듣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진행자와 출연자들의 즐거움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즐겁다. 본 영화에 대해서 들을 땐 본 영화니까 재밌고, 안 본 영화는 그냥 스포까지 다 들어도 본 기분이 나서 재미있다. 그리고 영화를 둘러싼 다양한 정보들을 알 수 있어서 좋다. 졸업 이후 영화가 다시 재밌어지긴 했어도, 본 영화만 계속 본다거나 아주 협소하게 봤기 때문에, 영화나 영화 감독, 영화 배우, 영화계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게 없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들을 듣는 게 흥미롭다. 이야기가 잠시 다른 곳으로 빠지려고 하면 칼같이 끊는 편집, 듣기에 딱 적당한 길이도 좋다.
4.
오늘 달릴 때 13~14분부터 다리가 아팠다. 어제와는 다른 컨디션. 멈추려다가 듣는 에피소드까지는 달리자고 생각했다. 에피소드는 17분 27초였는데, 끝나고 더 달리려다가 이내 멈추고 벤치에 앉아버렸다. 에피소드가 20분이었다면 좀더 버틸 수 있었을까...!
(도시팝, 아직 안 들으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콘텐츠는 알리고 싶어하는 성향이 강해서...도시팝 팟빵 페이지에 댓글은 달지 않고, 이렇게 달리기 리추얼 글쓰기에 도시팝 이야기로 채워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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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글 올릴 때 썼던 멘트)
8월 4일 달리기 기록과 함께 글쓴 것도 공유합니다.
달리면서 들었던 팟캐스트 > 영화에 대한 제 이야기 > 다시 팟캐스트로 이어졌어요.
2번이 제 이야기인데 쓰다보니 길어졌네요...
이 인증글에 달렸던 댓글 중에서
-도시팝 홍보요정 보라님의 강추에 따라 저도 주말엔 도시팝을 들으며 달리겠어요��♀✨☺저도 왼쪽 발바닥 사마귀가 물집이 지금 터질랑 말랑해서 오른쪽 발목에 힘이 더 들어가는 느낌이라 살짝 아팠는데 보라님도 다리가 아프셨군여ㅠㅠ그럴땐 또 우리 무리하지 말고 쉬엄쉬엄 해요�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아
-다리가 아플땐 결코 무리말구 걸어주세요. 요즘 보라님 달리기 마일리지가 많이 쌓이며 다리가 조금 놀랐나싶기도하네요. 천천히 적응할 시간을 주자고요 :) 우리는 빨리보다 오래 멀리 뛰어야하니까영! 고생 많으셨어요!!
-저도 20대 내내 영화 보는게 삶의 1순위였어요 그쪽일도 해볼까 했는데 여차저차 제 삶의 방향성과 맞지 않아서 제일 좋아하는건 일로 하지 않기로 했지만 ㅜㅜ 다리 아플땐 폼롤러 사용해서 충분히 풀어주시면 훨 상태가 좋아져요!
이 글을 올리는 8월 10일의 메모
-팟캐스트를 들으며 달릴 땐 덜 지루하다. 그래서 좀더 힘을 내어서 달릴 수 있는 것 같다.
-달리며 생각한 걸 기록하는 글쓰기였는데, 쓰다보니 영화에 대해, 나에 대해 더 생각해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