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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보라 Aug 25. 2021

사회초년생,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

천주희 <회사가 괜찮으면 누가 퇴사해>(바틀비, 2019)

제가 추천할 책은 천주희의 <회사가 괜찮으면 누가 퇴사해>입니다. 11월 15일 발간됐습니다. 이 책은 일터에서 소진되기보다 성장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보고서입니다. 청년들이 문제가 아니라 변하지 않는 일터가 문제라고 말합니다. 이 책을 쓴 천주희 작가는 문화연구자이기도 한데요, 그동안 천주희 작가는 삶의 문제와 밀착된 현장 연구를 해온 연구자입니다.  

    

이번 책에서는 청년 퇴사자 21명을 인터뷰해 당사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냈습니다. 왜 청년들이 회사를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 일터는 어떤 곳이었는지 드러납니다.      


‘취준-입사-퇴사-입사’/ 1장에서는 청년들이 취업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현장실습생/인턴 같은 과도기적 노동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2장은 입사 후 목격하는 일터의 풍경, 3장은 버티고 버티다 끝내 퇴사를 결행하는 단절점’, 4장은 퇴사 이후의 다양한 시도, 5장은 퇴사를 해도 괜찮은 사회가 되기 위한 제언. 이 순서로 적혀있습니다.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2장과 3장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하는 지점이 너무 많았어요. 저는 2018년 여름, 3년 가까이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그만두기 까지 8~10개월 가량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그 때에 가장 많이 찾아 읽었던 책이 ‘이미 퇴사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었습니다. 책에서 “퇴사해, 퇴사하면 행복해져” 이런 답을 구하려던 건 절대 아니었습니다.      


다만, 제가 찾고 싶은 건 그것. 내가 회사에서 겪고 있는 일이, ‘참고 견뎌도 괜찮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다른 이들의 경험담에서 찾아내서 공감받고 싶었습니다. <월간 퇴사>를 읽으면서 제가 겪은 것과 비슷한 일을 겪은 사례를 발견하면, 반갑기도 하고, 역시 부당한 일이구나, 새삼 깨닫곤 했습니다.      

 

그리고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내가 문제가 아니라, 회사가 문제라서 퇴사하는 거라고. 이 책에도 적혀 있지만, 우리 사회의 분위기는 퇴사의 원인을 개인적 문제라고 여기니까요. 나약해서, 아직 덜 절박해서, 회사생활은 원래 다 힘든건데 그것 하나 못 견디고 그만두냐는 시선들은 여전히 존재하니까요. 85페이지에 적힌 것처럼 ‘조직 내에서 열악한 노동환경이나 의사소통, 결정 과정 등에서 변화 가능성이 차단’됐기에 성장 가능성이 없다 여겼고, 88페이지에 적혀있듯이 본받을 만한 선배들이 없어서 퇴사했습니다.      


92페이지를 보면서도 놀랐습니다. 제 이야기였거든요.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회사를 당장 그만두는 사람은 없었다. 직장 밖에서 해소 방법을 찾으면서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다. 태화 씨는 일터에서 무기력감을 느꼈을 때 독서하고 글 쓰는 모임에 나가기 시작했다’.      


저자가 만난 21명의 청년 퇴사자들은 퇴사 후에도 전 직장에 대해 편하게 말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전 직장, 상사 얘기를 하면서 눈물을 흘렸고 오랫동안 침묵하기도 했고, 퇴사의 순간을 말하며 “회사가 우르르 무너졌으면 좋겠다”, “불이 났으면 좋겠다”, “회사를 박살내고 싶다”고 했다는데, 1년하고도 4개월 전의 일이지만(책을 추천할 2019년 12월 기준) 저도 그 당시의 답답함과 울분이 아직까지도 기억납니다.      

-     

이 책을 읽길 바라는 사람은? 회사생활이 힘든 사회초년생들, 퇴사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스스로에게 언어가 되어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회사의 부당함에 당당히 맞서보거나, 적어도 동료들과 개선방안을 이야기해볼 만한 하나의 시작점이 되어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보다도 더, 꼭 읽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어느 조직에서든, 경영자의 위치에 있거나 중간관리 등 일단은 신입 직원의 위치가 아닌 모든 이들. 자신은 어떤 선배, 어떤 상사인지. 어떤 CEO인지 생각하면서 읽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이 읽고 생각이 바뀌어야 실질적인 변화가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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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 그러나 낯선 환경에서 처음 일을 하는 사람이 입사하자마자 업무에 능숙할 리 만무하며, 동료를 하대하는 문화는 평등한 일터로 가는 데 방해가 된다. 또한, 미숙하므로 임금을 적게 줘도 된다는 관습은 사회초년생들에게 투잡을 강요하거나 이직을 고려하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이직을 하기 위해서라도 경력이 필요하다. 경력을 쌓기 위해 저임금, 위계적이고 폭력적인 조직문화, 고된 노동환경 등이 부당하다고 느낄지라도 참아내고 있었다. 59     


■ 이렇게까지 일을 해야 하는 건가요? 다들 행복해지고 싶고,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일을 하는 건데요. 물론 자신의 능력치를 보여줘야 하는 건 맞다고 생각해요. 저도 에너지를 끌어다 써서 능력치를 만든 사람이니까. 이해는 하지만 개인의 희생을 반복하게 하는 사회는 아닌 거라 생각했어요. (69)     


■ 청년들이 조직에서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느끼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저성장 사회에서 성장 가능성이 점점 더 줄어들 것이라는 산업구조적인 차원이 있고, 다른 하나는 조직 내에서 열악한 노동환경이나 의사소통결정 과정 등에서 변화 가능성이 차단됐을 때이다. (85)     


■ 청년들이 퇴사를 고민할 때, 중요하게 여긴 요소 중의 하나는 선배의 존재와 역할들이었다. 선배의 삶이 자신이 희망했던 삶과 일치하지 않을 때 비전을 보지 못하거나 “선배처럼 살기 싫어서” 일터를 떠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선배가 없어서 퇴사하기도 해다. (중략) 특히 중간관리자에 해당하는 30대 후반~40대를 일터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은 기이할 정도였다. (88)     


■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회사를 당장 그만두는 사람은 없었다. 직장 밖에서 해소 방법을 찾으면서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다. 태화 씨는 일터에서 무기력감을 느꼈을 때 독서하고 글 쓰는 모임에 나가기 시작했다. “워크 라이프 밸런스를 키워서 워크를 살리려고” 모임에 나갔다. 매일 글 쓰는 연습을 했고, “마음을 정리하는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일터에서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일터 바깥에서 취미나 의미를 찾더라도 퇴사를 결정한 이유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었다.      


■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혹은 신중하게 고민하기 위해 더 일하려고 했다. 일이 익숙해질 무렵에는 조직 시스템에 대해 깨닫게 되고, 프로세스와 동료와 선배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었다. 상사의 결정에 따라 모든 것이 바뀌고, 직장 내 위계질서가 견고해서 괴롭힘을 당하더라도 호소할 수 없고, 해고 통보나 불합리한 인사고과에도 발언권을 얻기 힘든 위치에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도 경력을 쌓을 수 없고, 일도 배울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중략) 그러다가 ‘남아야 하는가’, ‘떠나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반복되는 시기를 맞이하는데 그때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신체적, 정서적 어려움을 겪을 때였다. 몸과 마음은 이미 망가졌지만퇴사하는 순간까지 감정노동을 한다왜 이런 모순이 발생하는 걸까     


■ 일신상의 사유란, 무척 다양한 이유를 손쉽게 설명할 수 있으며, 퇴사 원인을 개인 사정으로 돌리는 효과를 발생시킨다. 조직에서 발생한 문제로 퇴사를 하더라도 기록에는 개인의 사정으로 퇴사한 것으로 남는다. 청년의 퇴사는 사직서처럼 겉으로는 개인의 의지에 따른 자발적인 퇴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른 경우가 많았다.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을 경험하거나 퇴사하는 순간까지도 자신이 일을 그만두는 정확한 이유를 꺼내거나 공론화하기를 꺼렸다107      


■ 회사는 전쟁터이지만회사 밖은 지옥이다라는 말은 퇴사를 머뭇거리게 한다하지만전쟁터라면 그 또한 문제이지 않은가전쟁터에서 참고 견디라는 말 자체가 누구에게는 폭력이다그 전쟁터에서 사람들은 퇴사하지 않으면 삶을 지속하기 어려울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가 시달리거나 우울증, 무력감 등 신체적 증상을 경험하고 있었다. 과도한 업무, 육체적,정신적 소진, 저임금, 군대 문화와 성희롱 자체가 그들에게는 폭력인 셈이다. 이런 곳이 일터라면, 우리는 이제 전쟁터가 되어버린 일터의 폭력성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밖은 지옥이니 나가지 말라는 협박을 걷어차버리고! (109)



니은서점에서 1년 반 정도 일하면서,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추천했다. 그 첫 시작이 천주희 작가의 <회사가 괜찮으면 누가 퇴사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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