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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보라 Dec 10. 2021

도시락에 담긴 영이의 마음

영화 <연애의 온도>를 보면서 

영화 <연애의 온도>(노덕, 2013)의 주인공인 영이와 동희는 싸우다가 헤어지고도 회사에서 마주칠 수밖에 없는 동갑내기 사내 커플이다. 헤어지고 계속 으르렁거리던 두 사람은 서로에게 마음이 아직 남아있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다시 만나는 커플이 계속 만날 확률은 3%’라는 말을 듣는데 그러고도 ‘우리, 다시 만나도 잘 지낼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안고서 만난다. 


헤어져봤기에, 두 사람은 서로에게 더 조심스럽다. ‘우리는 잘 지낼 수 있어’라는 마음과 ‘또 헤어질 수는 없어’라는 생각에 서로의 눈치를 살피고, 점점 더 마음이 불편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동희는 영이에게 놀이동산에 가자고 제안한다.      


놀이동산에 가기로 한 날, 영이는 일찍 일어나서 도시락을 준비한다. 김밥 재료를 다듬고, 김밥을 말고, 유부초밥까지 만든다. 미소를 짓는 영이의 표정에서, 어쩔 수 없이 기대감이 비쳐진다. 그런데, 동희는 늦잠을 자느라 약속에 늦는다. 설상가상 비까지 내려, 두 사람은 우산을 쓰고, 별로 신나지 않은 표정으로 놀이기구를 탄다.       


그후 두 사람이, 놀이동산 안에 위치한 휴게소에서 마주보고 앉아 있는 장면이 이어진다. 그들 사이에 영이가 정성껏 만들어 온 음식들이 놓여있다. 유부초밥, 김밥, 반찬들. 서로의 대화는 영 허공을 맴돈다. 결국 영이는 우산을 쓰고 밖으로 나가고, 그대로 주저앉아서 울어버리고, 둘은 다시 싸운다.      


도시락에 담긴 영이의 마음을 동희가 봤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새벽같이 일어나서, 이것저것 재료를 손질하고 요리했을 영이의 모습을 헤아렸다면 둘 사이는 조금 달라졌을까?      



영화의 후반부에 그렇게 또 다시 헤어진 두 사람은 다시 만나 같이 밥을 먹으러 간다. 두 사람 사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좋아하는 영화라 여러번 봤다. 여러번 볼 때마다, 이런 궁금증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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