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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보라 Dec 10. 2021

다림질 그리고 요요

다큐멘터리 <요요현상>을 보며 생각한 것 

다큐멘터리 <요요현상>(고두현, 2019)의 주인공 중 한 명인 동훈은 10대를 ‘요요’ 덕질을 하며 보냈다. 동훈은 이제 20대 후반이 되어 밥벌이의 고민 앞에 서게 되었고 고민 끝에 그는 취업을 했다.      


동훈이 자취방에서 출근 시 입을 셔츠를 다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끝까지 요요를 붙잡고 공연 등을 이어간 친구들의 모습과 매우 대조적으로 다가온다. “(촬영 때문에 말하는 게 아니라) 직장생활 스트레스 받을 때, 다림질을 하면 스트레스가 진짜 많이 풀려. 심플하잖아. 구겨진 옷이 착하고 정돈되는 맛이 좋아.” 동훈은 요요를 할 때 즐거웠던 순간을 회상하면서도, 이내 다림질한 셔츠를 옷장에 착착 걸어둔다.      


다큐가 끝나갈 즈음, 동훈은 다시 요요를 잡는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요요를 놓지 않았던 그는 “(요요가) 회사 생활에서 충족되지 않는 부분을 충족시키는 부분도 있어. 오히려 회사에 들어간 뒤 더 재밌게 하는 부분도 사실이야”라고 말한다. 요요 대회에 다시 나가 동훈이 화려한 기술을 펼치는 장면에서 그는 활짝 웃고 있다. 요요 공연을 하며 요요를 매일 마주하는 친구, 취업을 해서 요요와 아예 연을 끊은 친구들의 표정과 사뭇 다르다.

 

     

동훈에게 다림질은 최선의 삶은 아니지만 자신이 선택한 삶이 지속될 수 있도록 돕는 ‘심플’한 행위다. 요요 공연은 동훈이 한때 가장 하고 싶었고, 최선이라고 믿었던 삶이다. 이제 동훈은 둘 중 하나가 최선이라고 믿기 보다는 어느 하나로 충족되지 못하는 삶의 원리를 깨친 것처럼 보인다.      


설령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최선의 삶’을 선택하더라도, 그를 유지하기 위한 심플한 행위는 필수적이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나 김연수 같은 작가들이, 글쓰기 루틴을 유지할 때 ‘달리기’란 행위가 일상에서 매우 소중한 행위라고 밝히는 것처럼. 


동훈은 아마 오늘도 내일 출근할 때 입을 셔츠의 구김을 펴면서 만족감을 느낄 것이고 틈틈이 요요를 연습하면서 또다른 충족감을 채워나가고 있을 것이라 상상해본다.      


다큐멘터리 <요요현상>을 보면서 내 삶에서 다림질과 요요가 무엇인지 찾고 꾸준히 행하는 삶, 그런 삶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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