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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보라 Dec 30. 2021

고등학생 때 바라던 직업 그리고 지금의 나를 떠올리며

'문화예술계종사자'가 되고 싶었다, 나만의 전문성을 지닌 사람이 되어야지



고3 때 원하는 직업을 적어서 내야했다. 앞번호 학생이 쓰고 뒤로 넘기는 동안 고민했다. 뭐라고 쓰지?


초/중학생 때는 '작가'라고 쓰곤 했는데 고등학생이 되면서 '작가'는.. 엄청난 소설 작품을 쓰는 사람이란 생각이 커졌다. 또는 전문적인 직업을 지닌 사람이 50대쯤 되어서 에세이를 쓰거나. (당시 내 주위에는, 다양한 작가가 있단 걸 알려주는 이가 없었다.) 그래서 '작가'라고 쓰지 않았다. 영화에 빠지던 시기였지만 '영화 평론가'라는 한 단어만 쓰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게 쓰면 마치 그 직업만 가질 것 같아서였을까..


생각해보면 그당시 책을 읽으며 유심히 보던 건 책 날개에 적힌 작가 소개였다. 그리고 같은 포인트에서 늘 감탄했다. 직업이 이렇게 많다니? 저자들이 'ㅇㅇ 겸 ㅇㅇㅇ 겸 ㅇㅇ' 이런 경우가 굉장히 많았다. 멋있었다. 마음 저 깊은 곳에서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단 욕망이 생겨난 것 같다.


그래서 그 종이에 쓴 단어는 '문화예술계종사자'였다.


쓰고나서 혼자서 좀 뿌듯해했던 기억도 난다. 범위를 넓게 잡았지만 가고자하는 분야는 분명했다. 어떻게든 문화예술계에 가면 고등학생 때의 내 바람을 이루는 게 되는 거니까~~! (다른 친구들은 주로 교사, 의사, 외교관, 판사만 썼다...)


20대 첫 사회생활부터 EBS국제다큐영화제였다. 이후로 언론 쪽을 갔다가, 지금은 독립출판, 책과 책방 쪽에 있다. 문화예술계.


앞으로도 문화예술계에서 나만의 전문성을 지닌 종사자가 되고 싶다.


아래 글은 사진 속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될 수 있을까>의 에필로그 중 일부다. 김해리 작가의 말처럼, 나도 예술적인 삶을 살고 싶다. 주체가 되어 창조적인 삶�


‘예술적인 삶을 살고 싶습니다. 저에게 예술적인 삶은, 단순히 예술을 소비하는 삶도 아니고, 예술을 직업으로 삼는 삶도 아닙니다. 주체가 되어 창조적인 삶을 사는 것입니다. 나의 삶을 창조적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은 작가가 작품을 만드는 과정과 닮아 있고, 저는 자기만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 자기다운 철학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예술가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 생각에 가 닿기까지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예술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입니다. 흔히 ‘예술’이라 하면 예술공간에 있는 ‘작품’을 떠올리고,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예술가의 이름을 이야기합니다. 왜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그런 사람이었고요.)


(중략)


앞으로도 계속해서 ‘나만의 일’을 만들며 살고 싶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좋아하는 방식으로, 잘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고민이 저 혼자만을 위한 일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제 삶이 다른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고 저도 다시 그 에너지를 돌려 받으며 함께 나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예술적 삶을 만들어 나가는 데에 영감을 주는 일, 스스로의 삶을 예술적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을 돕는 일, 그건 또다른 의미의 예술경영 작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 또한 그런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또 다른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새롭게 발견하고 정리해보기를, 자신의 일을 자유롭게 상상하고 스스로의 언어로 이름 붙여 보기를, 자기만의 예술을 하기를 기대합니다.’


#좋아하는일이직업이될수있을까 #문화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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