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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보라 Jan 11. 2022

공감이 가면서도 안타까웠던 인물 '요조'

[독후감] 2018년 트레바리 ‘책바 살롱’ <인간 실격> 6월 21일


3주전 일요일 오후 2시 무렵, 너무 한낮이었다. 조용하면서도, 햇살이 비치는 책방에서 차를 마시며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펼쳤다. 순식간에 읽어내려갔다. 다 읽는 덴 2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만약 집에서 혼자 읽었더라면 술 한 잔 마시며 읽었을텐데. 감정을 마구 흔들어버리는 책이었다.     


주인공인 요조는 음울한 인간이다. 근데 요조만 그런걸까? 조금씩은 다르더라도 ‘나도 이렇잖아’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깊고 깊고 깊은 슬픔과 우울, 섬뜩함은 공감을 주기도 했고, 안타깝기도 했다. ‘익살’ 속에 감추며 살아가며 거절을 하지 못 하고, 인간들에게 상처받는 요조가 안타까웠다. 유일하게 요조와 감성이 통하는, 그가 사랑했던 쓰네코가 죽는 지점도.      


요조는, 자신에게 ‘인간 실격’이라고 규정했다. 책을 다시 살펴보다보면 요조가 아니라 호리키가 더 눈에 띈다. 읽으며 가장 놀라웠던 인물이다. 방석 실 끊기는 걸 걱정하며 쌍심지 켜고 나무라는 부분이 압권.      


‘생각해보니 호리키는 지금까지 저하고 교제하면서 뭐 하나 잃은 적이 없었던 것입니다.’(84)라는 문장에서는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호리키의 태도 그리고 이를 통해 그와 자신의 관계를 깨달아버리는 요조. 그 일 이후에도, 요조는 가출했던 날 자신을 그렇게 쓸쓸하게 만들었던 사나이인 호리키를, 거절조차 하지 못한 채 희미하게 웃으며 맞이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아아, 인간은 서로를 전혀 모릅니다. 완전히 잘못 알고 있으면서도 둘도 없는 친구라도 평생 믿고 지내다가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상대방이 죽으면 울면서 조사 따위를 읽는 거 아닐까요.’      

호리키에게 ‘너 자신의 끔찍함, 기괴함, 악랄함, 능청맞음, 요괴성을 알아라!’ 이런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르지만 말하지 않는 요조의 모습도 마음에 남는다. 하지만 그 말은, 결국... 요조 자신에게도 해당된다. 호리키가 쓰네코에게 키스할 뻔한 순간에도, 요시코를 내려다 본 순간에도 요조는 모두 피해버렸으니까. 피해버리고, 이후 인간에 대한 신뢰는 더 무너져버렸고, 자살을 시도하고, 술과 약에 중독되어버린 요조.    

  

그래선지 ‘적당히 만족하거나 타협하지 못하는 자아가 처량하고 처연하지만, 또 그게 어떤 선택의 핑계가 되는 데서는 애잔함과 경멸감이. 하지만 그런 끈적하고 불쾌한 냄새가 인간 냄새 아니겠는가 생각도 든다.’라는 친구의 <인간 실격> 리뷰가 가장 공감이 갔던 것 같다. 결국 끔찍함, 기괴함, 악랄함 이 모든 것들도 인간의 일부니까. 그걸 인정하지 않은 채 기묘하게 일그러뜨린 웃음으로 마주한다면 평생이 괴롭겠지.      



2020111 comment

: 2018년에 썼던 글. <인간 실격>을 다시 읽는다면, 나는 아마도 요조를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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