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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보라 Jan 26. 2022

블로그에 기록을 남기던 시간들

블로그 주소를 공유하지 않았지만,  누군가 글을 읽고 공감해주길 바랐다.


혼잣말하듯이 글을 끄적이던 공간. 써놓은 긴 글을 올려두던 공간. 저장해두고 싶은 기사를 스크랩두던 공간.


그런 공간이 있었다. 블로그. 브런치는 2018년 7월 무렵부터 시작했고 (첫 글을 보니), 블로그는 2018년 8월 12일 오후 2시 27분 저 글을 쓰며 시작했다.


2018년 8월 14일이 마지막 출근일이었으니까, 퇴사 D-2일 때부터 시작한 블로그다. 이 블로그에는 글을 정리해서 쓰기보다는 그때그때마다의 마음을 적어두었다. 그래서 다소 중구난방이긴 하다.


그러나 이 블로그가 나의 가장 솔직한 모습, 마음, 상태들이 적혀있긴 하다. 그래서 내겐 꽤 많이 소중한 온라인 공간이다.


퇴사 무렵의 고민들, 암이 재발된 엄마에 대한 걱정들, 취업 준비하던 나날들, 마음이 고되었던 나날들 속에서 좋아하는 작가들을 찾아다니고 그들의 글을 읽으며 느꼈던 기쁨과 보람. 어떻게든 답답함이든 기쁨이든 무엇이든, 글로 써보던 시간들. 2018년에 좀더 에세이를 잘 쓰고 싶어서 글쓰기 워크숍도 신청하고 글을 써두었었는데, 그때 쓴 글들을 블로그에 옮겨 적어두기도 했다.


그리고 2019년 봄, 엄마가 아플 때 겪어야했던 힘듦

2019년 여름, 엄마가 세상을 떠났을 때의 마음...

2019년 가을, 독립출판 세계에 들어가면서 느낀 즐거움, 2020년 그 이후의 과정들~~

2021년엔... 자궁 근종 건강 걱정, 이별 후의 충격도 조금은 적혀 있다.


지난해 8월 이후로는 글을 올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머릿 속에 생각이나 고민이 없는 건 아닌데... 블로그에 쓰기보다는 다이어리처럼 쓰는 한글 파일이나, 생각들을 풀어넣는 원노트 등에 쏟아넣는 것 같다.


어디든 기록했으면 됐지 싶지만, 그럼에도 블로그와 개인 노트북에만 저장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블로그에 한 줄이든, 두 줄이든 썼다는 건 그걸 남들이 봐도 괜찮다는 의미였다. 주위 친구들에게 이 블로그를 알려준 적은 전혀 없기에 주위 사람들이 읽기를 기대한 건 아니었다. 그냥 어느 검색어로든 들어온 이들이 블로그에 올 수 있었다.


그래서 생각해보면... 누구든 블로그에 와서 내 글을, 내 하소연을 읽고 공감해주길 바랐다.


이 블로그에 글을 많이 쓰던 시기는, 내가 정말 굉장히 외롭던 시간들이다.

주위 친구들에게 할 수 없는 말들을 적어두었다. 아주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무거운 이야기도. 나는 하고 싶은 말들, 나누고 싶은 말들이 많았는데, 그런 이야기들을 친구를 붙잡아 두고 다 할 수는 없는 거니까.

외로울 때 블로그에 글을 썼다. 그래서 그 블로그를 볼 때면 눈물이 나는 경우가 많다.


많이 애쓰면서 살았구나.

괴로웠을텐데 어떻게 저 시간들을 보냈지...?


자기 객관화가 안 되는, 지나친 '자기연민'이 아니라, 그저 그 시기의 내가 많이 안쓰럽다. 그렇다고 2022년 1월 현재의 내가 객관적인 지표로서 뭔가 더 잘 되었거나 괜찮은 환경에서 일하고 돈을 잘 벌고 그런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그때보다는 마음의 힘은 좀더 생겼고, 그래도 조금은 다르니까. 달라졌으니까. 안쓰럽게 생각하게 된다.


블로그 주소는 언제나 제일 위 즐겨찾기 줄 두 번째에 위치해있는데, 좀처럼 클릭을 하지 않고 지내왔다. 오늘 들어간 게, 거의 반 년만이었던 것 같다.




최근엔 미래를 고민하느라, 현재의 고민들을 쏟아내거나 일어난 일들만 짧게 기록을 해둔다. 글을 쓰더라도 과거를 반추하며 쓰거나... 과거에 쓴 글을 퇴고하거나.


지금, 나의 시점에서 쓴 글이 생각보다 많이 없다. 일기도 매일 쌓이면 그것도 글이고 책이 될텐데~ 그래서 오늘은 이렇게 3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책상에 앉아서 블로그도 보다가, 브런치에 이렇게 글을 적고 있다.

 

그러나 글을 안 쓰는 건 아니다. 인스타그램을 열심히 하고 있다. (하하, 열심히라는 말이 조금 어색하려나, 중독까지는 아니지만... 인스타그램이 재밌어서..) 


브런치도 일주일에 1~2편씩은 쓰려고 하고 있다. 추가적인 근황은 올해에 낼 책을 구상하고 있다. 올해에 이뤄내고픈 목표,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아보고 준비하고 있다.


인생이 계획대로는 다 안 될지라도, 그래도 준비하고 현재를 충실히 살아야 계획의 반의 반의 반이라도, 바라는 바에서 노선을 이탈하진 않지 않을까 싶다.  




아직은 블로그의 주소를 브런치에 공유하기가 망설여진다. 정리되지 않은 나의 머릿 속같은 블로그. 그래도 누구든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에 썼으니, 언젠가는 공유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또는 그 블로그의 글을 어떻게든 잘 모으고 엮어서 책으로 낼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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