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보라 Jan 24. 2023

이번 설엔 '골 때리는 여자들 - 골림픽'이 최고였다!

오래 쌓은 출연자들 케미가 <골림픽>에서 터졌다! 


골림픽에서 서문탁이 <사랑, 결코 시들지 않는>을 노래하는 장면. 네이버TV 화면 캡처


이 장면은 2023년 설 특집 <골 때리는 그녀들 - 골림픽>(SBS)에서 서문탁이 본인의 노래 '사랑, 결코 시들지 않는'을 노래하는 장면이다. (커다란 공에 적힌 제목 글자를 보고 맞추고, 그 노래를 해야 점수를 획득하는 게임이었다.)


서문탁이 직접 나와서,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하는데 짜릿했다. 


“기억해줘~ 널 사랑한~”


첫 소절부터 엄청난 힘과 카타르시스가 느껴졌고, 서문탁을 에워싸고 출연자들이 다같이 모여서 신나게 노래하고 춤을 추는데 정말 흥겨웠다. 서문탁이 내지르는 고음에서는 전율이 났다. 


그 모습들을 보면서, 어제도 느꼈지만 정말 이 프로그램 재밌네 생각했다. (어제는 골림픽 1회 방송을 했다.)


오랜 시간 쌓아온 출연자들의 케미가 골림픽에서 터졌다. 웃고 또 웃었다.


-


이번 설 연휴에 아빠랑 티비 프로그램을 꽤나 많이 같이 봤다. 그중에서 <골림픽>, 이 프로그램이 단연 최고였다. 


평소에는 (평소 = 서울에서는) <골 때리는 그녀들>을 볼만큼 팬이진 않지만. 집에 내려왔을 때는 아빠와 대화하면서 꼭 챙겨 보는 프로그램이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이다. 


아빠는 본 회차도 또 볼 정도로 좋아한다. 파일럿 프로그램 때부터 지금까지. 처음엔 축구를 아예 모르던 출연자들이 하나둘씩 축구를 배워가고, 축구의 재미를 알아가고, 축구를 함께하는 팀원들과 친해지고 축구를 사랑하는 모습들이 아빠에게 큰 재미를 주는 것 같다. (파일럿은 2021년 2월 설에서, 정규 방송은 2021년 6월부터 시작했다) 축구를 하면서 출연자들끼리 서로들 친해지면서 생기는 케미도 엄청나다. 


<골때녀>에는 팀이 많다. 총 6팀. 시즌이 바뀌면서 새로운 팀도 추가된다. 이번에는 시즌2에서 한 팀이 방출되는 룰이 생기기도 했다. (그래서 홈페이지에는 10개 팀 소개가 적혀 있다.)


팀이 많으니 당연히 이 프로그램과 함께한 출연자들도 상당하다. 코미디언, 모델, 아나운서, 배우, 가수 등등…! 각자의 분야에서 굉장히 멋진 사람들이, 여기 <골때녀>에 와서 축구를 엄청나게 또 열심히 한다. 

멋진 언니들이 너무나도 많다. 나는 연예인들을 잘 알지는 못 하는 편인데, 이 프로그램 보면서 멋진 사람들을 더 많이 알게 되었다. 보면서 인물들을 검색하곤 했다.  


-


특히 이번 설특집에서는 축구 경기를 하는 건 아니고, 6팀이 모두 모여서 올림픽처럼 여러 경기를 했다. 그 과정에서 또 멤버 개개인들의 운동 실력이 드러나서, 빛이 났다. 


시즌 내내 함께 하던 사람들끼리 나와서, 서로 다른 팀이더라도 친하고 잘 안다. 그래서 그런 케미가 잘 드러났다. 아빠랑 보는 내내 즐겁게 웃었다. 


예전에 올드한 TV 프로그램 예능들이 했던 것처럼 누군가를 놀리거나, 비하하는 포맷이 아니더라도. 

이렇게나 건강하게 재밌을 수 있다! 


여자들이 떼로 잔뜩 나오고, 재밌고 따스하고 웃긴 예능!!! 


앞으로도 시즌3, 시즌4 등등 더 많은 여성 출연자들이 나와서 축구하고, 웃고 울고 감동 주는 거 다 하면 좋겠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내가 예전에 썼던 기사가 떠올랐다. PD저널에서 <‘여전히’ 여성 진행자 없는 예능의 시대>라는 기사를 썼다. 지금으로부터 6년하고도 2개월 전이다. 


2016년 그때의 나는, 지금과 같은 프로그램이 지상파에서 할 거라 기대를 하지 못 했다. '대체 왜 이렇게 예능엔 남자들만 나오는 거야?',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여자들도 웃기잖아!', '얼마나 웃긴데!!' 이런 생각이었다. 고구마 100개를 먹은 것 같은 심정으로 기사를 기획하고 취재하고 제작진과 평론가들의 말을 들었었다. 들으면서 방송사에는 보이지 않는 유리 천장이 아니라 그냥 시멘트로 만들어둔 콘크리트 천장이 있는 것 같았다. '아하, 이래서 여성 예능이 안 만들어지는 거구나'. 힘이 빠졌다. 


지상파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진들은, 본인들도 여성 출연자 출연시키고 싶은데 재밌을만한 여성 출연자가 없다고 하거나, 여성 예능 몇 개 망하지 않았냐고 하고, 남자 출연자 잔뜩 그리고 여성 한 두명 끼워넣으면 된다는 식으로도 말했다. 종편 말고 지상파. 


그때 여러 평론가들에게도 취재하며 이 상황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았었다. 모두 좋은 말들을 해주셨는데, 그 멘트들을 다 인용하긴 어려우니 이승한 평론가가 했던 말을 인용해본다. 


-


‘이승한 평론가는 “보통 예능 PD들은 ‘남성들은 옷을 벗겨서 입수시킬 수도 있고 가학적으로 서로 때리게 할 수도 있지만 여성들에게는 그러기 힘들다’고 말하곤 하지만 그런 프로그램들은 이미 남성들에게만 최적화된 포맷”이라고 지적했다.


이승한 평론가는 “과거 인기를 끌었던 KBS <여걸식스>나 지금의 <언니들의 슬램덩크>를 보더라도 여성 연예인들이 출연하면서도 충분히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입증됐다”며 “결국 방송사와 제작진들이 여성들과도 재미있게 진행할 수 있는, 새로운 포맷 연구를 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한 평론가는 이어 “종편과 케이블이 생겨나면서, 방송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현실적으로 새로운 포맷을 연구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제작진이 조금만 더 고민을 해보면 여성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프로그램 제작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

<골때녀> 말고도 더 많은 TV 프로그램에서 여자들이 잔뜩 나오고 잔뜩 웃기면 좋겠다. 


물론, 지상파 TV의 영향력이 떨어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지상파의 역할이 있는 거니까. 






추가1. 기사를 보니 실제로 지표로도 '골림픽'이 시청률이 높았다.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23일 첫 방송된 ‘골 때리는 그녀들 - 골림픽(이하 골림픽)’은 가구 시청률 6.6%(수도권 기준), 화제성 지표인 2049 타깃 시청률 2.7%로 단숨에 월요 예능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승부에 진심인 감독들의 캐논 슈팅 대결에서 이영표 감독이 1위를 차지하는 순간에는 최고 분당 시청률이 8.8%까지 치솟았다.'


추가2. 이승한 평론가의 멘트를 보다보니, 새삼 떠오른다. <언니들의 슬램덩크>도 정말 꿀잼이었는데! 

지금 KBS에서는 이런 예능이 있나, MBC는? 생각해보다가... 이제는 여성이 나오든 남성이 나오든 지상파의 예능 프로그램을 잘 안 보는구나, 깨달았다.  


그래서 생각했던 제목. 


<"누가 요즘 지상파 예능 봐?" 내가 보고 씀!>





작가의 이전글 요즘, 많이 읽고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