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을 하면서 느끼는 감정은 무엇일까. 작가들과 소통하며 작품을 만들어나가는 일을 하고 있다. 소설에 대한 아이디어, 트리트먼트도 살피고 피드백하고 작성한 원고를 가장 먼저 보고 의견을 남긴다. 평소에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는 두 세명 정도인데 친구들에게, 이런 업무를 할 때 너무 재밌고 좋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일의 재미’. 그런데 ‘불안감’도 있다. 이 불안감에 대해서는 아래에 더 쓰겠지만.
생각해보면 정확히 1년 전엔 더 불안했다. 그전까지 3년 정도 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채 책방에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외주 작업도 하고 독립 출판으로 책도 내보고, 그렇게 프리랜서로 지냈었다. 그러다 회사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사이 시간을 ‘경력 단절’로 보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컸다.
그 걱정이 매우 컸는데, 정말 다행히도 예전에 3년 정도 했던 기자 경력과 3년 프리랜서 기간 동안 책 관련 일을 했던 것 등등의 경력과 이어진다고 볼 수 있는, 지금의 회사에 들어갔다. 책 속의 문장을 저장하고 나누는 소셜 리딩 플랫폼 '텍스처'. 이 플랫폼을 사용하는 ‘앰배서더’들에게 연락하고 홍보 이야기도 하는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역할을 했다.
‘회사에서 정해진 일을 하고, 월급이 나온다’ 이 자체로도 내게 안정감을 주었는데, 일을 하면서 회사 사람들과 친해지고, 일 관련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온통 재미있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그래서 입사 2개월차 쯤에는 인스타그램에, 여기서 일하기 시작했다, 재미있다, 이런 이야기를 써서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회사에 들어온 지 이제 11개월차를 맞았다. 지금도 재미는 있지만 불안함(걱정)도 있다.
많은 변화 속에서, 나의 일
변화가 많았다. 그 11개월 동안 회사도, 내게도 계속 변화가 있어 왔다. 2022년 3월에 입사할 땐 텍스처의 마케팅팀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로 들어왔는데 2022년 11월 콘텐츠팀으로 소속이 바뀌었다. 입사하고 3개월이 지나서, 회사 방향성이 확 달라져서 지난 반년 정도 웹소설 플랫폼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초반에 가장 많이 한 업무는 오리지널 작품을 쓸 작가를 섭외하기 위해서 작품을 살펴보는 일이었다. 원래 소설을 좋아하지만, 읽는 한국 문학의 범위가 넓지는 않았다. 작가를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섭외하려고 리스트업을 하고보니 많지 않았다. 계속 찾고 찾고 찾고 또 찾았다.
나에겐 새로운 영역이었던 웹소설에 대해서 알아가는 것도 기꺼운 마음으로 알아가고 있다.
일반적인 출판사에서 문학 편집자로 일을 했다면 접하지 않았을 세계라고 생각해서 배우는 마음으로 탐험하는 마음으로, 열린 자세로 일하고 있다.
아마도 ‘나는 웹소설은 정말 안 맞다’, ‘한국 문단 문학만이 내가 사랑하는 문학’ 이런 마음이었다면 지금의 회사 업무와 정말 맞지 않았을 것이다.일을 하면서 문학에 대한 외연을 많이 넓혀갈 수 있어서 좋다. 원래 좋아하던 소설에 대한 생각이나 지식에 더해, 더 많은 이들에게 잘 읽힐 소설에 대한 고민까지 확장하며 일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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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둘씩 작가 섭외도 했고, 대면 미팅도 하고, 트리트먼트 검토를 하고, 트리트먼트 검토가 끝나면 원고를 받아서 읽어보고 피드백하는 과정이 계속해서 이어져왔다. 이렇게 쓰니 두 줄로 쓰였는데, 꽤나 시간이 많이 들고, 생각도 많이 해야하는 작업이다.
일 하는 것 자체는 재미있고 적성에 맞다. 작년 10월엔가, 팀이 바뀌기 전 대표님이랑 면담을 할 때도 마케팅팀에서 콘텐츠팀으로 옮겨도 괜찮냐고 할 때 ‘저는 콘텐츠팀에 가도 좋아요. 가고 싶어요’라고 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일을 하며 느끼는 어려움은 이제 곧 새롭게 플랫폼을 런칭해야 하기에. 회사 내에서 이렇게 웹소설 플랫폼을 론칭해본 사람은 아무래도 없기에.. 그리고 회사 투자 이슈도 있다. 투자가 잘 이루어져야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데 쉽지는 않은 상황.
그럼에도 여러 업무가 한번에 다가오고, 약간 그래서 저글링을 하는 느낌이다. 그럴 땐, 그래서 ‘잘 하고 있는 걸까?’ 이런 고민도 드는 것 같다. ‘더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한데, 마음과 달리 혹여 잘 못 해내고 있는 게 있을까봐.
곧 서비스가 론칭한다. 잘 해봐야지
2/27 추가로 적어보는 문단
근데 이런 문제도 회사의 경제적 여건이 보다 더 안정적이고, 회사 구성원들이 마음을 합쳐서 으쌰으쌰하는 분위기라면 "불안감"이 덜 했을텐데 싶다...!
2월부터 [뉴그라운드] 프로그램 '워커스 에세이 클럽: 일의 기쁨과 슬픔 편'을 듣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