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 <녹즙배달원 강정민>, <가장 질긴 족쇄...>
<펑>(이서현, 마카롱, 2021)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우수상 수상작을 찾아 보다가, 이 작품도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다. 책의 목차는 간결하다. 노부부가 죽는 프롤로그 그리고 네 명의 자식들의 이름이 한 번씩 소제목으로 나오고, 마지막은 ‘김영춘과 이정숙’ 그리고 에필로그. 읽을수록 ‘이 정도라니…’ 하는 마음과 함께 무거워졌다. 결코 밝은 이야기가 아님에도 외면하기는 어려운 이야기라서 계속 읽었다.
<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 가족>(류현재, 자음과모음, 2022)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사제 폭탄이 터졌다는 뉴스 속보로 시작하는 소설. 그리고 그 집의 장녀인 아라의 시점부터 시작해 시사 프로그램 피디, 목격자, 다른 가족들의 이야기 등으로 소설은 속도감 있게 이어진다. 갑작스럽게 배달된 사제폭탄으로 인해 가족의 비밀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사람들은 그 가족이 ‘폭탄을 받을만한 일을 했다’고 몰아간다. 가족들도 서로에게 ‘너가 폭탄 보낸 거 아니야?’라고 말한다. 책의 분량이 많았음에도, ‘대체 누가 왜 폭탄을 던진 거야?’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 끝까지 잘 읽어냈던 작품이다.
<녹즙 배달원 강정민>(김현진, 한겨레출판사, 2021)
소설이지만 마치 강정민이라는 사람의 에세이를 읽는 느낌이었다. 찰진 입담을 지닌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라서 몰입감이 높았다. 웹툰 작가가 되고픈 강정민이, 회사에서 온갖 어려움을 겪다가 그만두고 녹즙을 배달한다. 그 과정에서 만나는 불합리함을 어떻게 풀어가는지 보는 재미가 크다. 작가는 실제로 1년 정도 녹즙 배달을 했다고 한다. 노동 르포처럼 읽히기도 하지만, 강정민의 유머러스함 덕분에 재미있게 읽히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