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요일의 일기
2024년 4월 28일 일요일
도서관에 왔다. 이력서 작업을 하거나 자기소개서를 좀 적어보려 했다. 어제 오전에 집에 있을 때, 특정 회사에 많이 꽂혔었다. 그동안 가고 싶은 회사에 대한 뚜렷한 마음이 확 들지 않아서, 도대체 내가 어느 회사를 갈 수 있을지, 어떤 직무를 할 수 있을지 너무나도 안개같았다. 그래서 우울했다.
나는 일을 하는 걸 좋아하고, 일을 잘 할 수 있는데... 그동안의 커리어를 잘 살려서 내가 어디로 갈 수 있을까?
그런데 명확하게 한 곳이 다시 떠오른 것이다. 머리에. 원래부터 염두해두었던 회사이긴 한데 그런 안개같은 시기를 지나고나니 ‘왜 꼭 이 회사인지’에 대해서 더 잘 생각이 났다. 이것저것 자소서에 쓸 이야기,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많이 메모해두었다.
오늘은 많이 적어내진 못 했지만 그 회사에 대해서도 좀더 찾아보았다.
그리고 지난해에 읽었던 책 중에서 노션으로 옮겨놓고 싶은 책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최인아)를 집에서 가져와서, 필타했다. 몇 달 전에 읽었던 내용에 붙어있는 포스트잇을 보면서 적어내려가며 한 번 더 읽었다. 지금의 내게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방법도 타인을 존중하는 방법과 다르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시시때때로 묻는 겁니다. 특히 중요한 것들을 질문하는 거예요. 그러지 않으면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고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됩니다. 바깥의 흐름을 내 생각인 양 착각하며 살게 돼요.
주체적으로 산다는 건 자신을 중요하게 여기며 존중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세상이 가는 대로 말하는 대로 그냥 따르는 게 아니라 나는 뭘 하고 싶고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 살마인지, 왜 하필 그걸 원하는지 자꾸 스스로 묻고 알아차려서 그걸 중심에 두는 삶입니다. 자신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그저 세상의 흐름을 좆기 전에 자신의 뜻을 물으세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그 뜻에 따라 인생을 운영하는 겁니다.
요즘 꾸준히 글을 쓰고 기록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여러분 자신에 대해 써보시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자신에게 묻고 생각해 본 것을 쓰는 겁니다. 오늘 한 생각 중 제일 마음에 든 건 뭐였는지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생각하며 기록해 보세요.
(중략)
이렇게 자신에 대해 묻고 생각하다 보면 묻지 않을 땐 그냥 지나쳤을 것들을 하나하나 알아가게 됩니다. 이런 것들이 축적되어 있다가 중요한 선택을 할 때 바탕이 되는 거죠. (214-215)’
그동안 나는 글을 계속 써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나를 바라보면서, 나의 일상에 대해서 떠올리며 쓴 글이 많이 없다. 인스타그램에 지난 동유럽 여행이나 최근 4월에 혼자 다녀온 양양 여행 후기, 드럼 연습하고 찍은 영상 등을 올리고는 있지만. 요즘의 내가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지를 쓰는 건 다소 어렵다.
제대로 살아가고 싶은데, 제대로 살아가고 있지 않다는 생각에 괴롭고 도태되고 싶지 않은데 도태되고 있단 생각에 무섭다.
그래도 일단 최소한으로 내가 할 수 있는 노젓기가 카페나 도서관에 오는 것이다. 그러면 뭐라도 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의욕이 조금은 올라오고, 그 집중력이 다만 2-3시간일지라도... 나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낸다. 그러면 그날 하루, 24시간 중 2-3시간.. 많으면 4-5시간 정도를 나를 위한 시간을 썼단 생각에 마음이 좀 나아진다.
근데 그러지 못하는 나날들도 꽤 많다. 나가면 나가는데, 그 나가는 게 잘 안 되는 것이다. 몸이라기보다는 마음의 문제?
어떻게든 나를 카페, 도서관으로 데려다두려고 노력한다. 직장인처럼 주 5회는 안 되더라도.
글을 적어가다보니 지금 내가 자전거를 탄 사람이라고 치면, 그냥 세워두고 쉬는 정도가 아니라 자전거가 진흙에 쳐박힌 상태인 것 같다. 그러면 일단 자전거에 내려서 다른 방법을 모색하거나 좀 쉬거나... 그래야 하는데 불안해하면서 자전거에 타고 있는 느낌이랄까. 이런 비유도 쓰다보면 또 너무 나아갔나 싶다. (지금 도서관에서 앉은 자리에서 보이는 창문으로, 중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그 뒤에서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이 잡아주는 모습이 떠올라서 자전거로 비유했다.) 여튼 답답하다는 소리다.
바다에 떠 있는 배라고 치면, 멈춰있는 건데. 최소한의 노라도 저으면서 아니면 가끔은 에너지도 쭉 빼고 가만히도 있어보면서 이 시기를 현명하게 지나가고 싶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어제부터는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앞으로 나는 그렇게 하지 못 할 거야’라는 생각이 사람을 괴롭게 한다는 것도 이번 기회에 알았다.
우울증인가 싶어서 3월말에 심리 검사도 하고 4월초에 해석 상담도 들었는데, 우울증이 아니었다.
나: 우울증이 아니네요...! (우울증이었길 바란단 나의 말투)
선생님 : 우울증이 아니라 얼마나 다행이에요.
이번주의 대화다. 위에 올려둔 사진은 이번주 평일, 점심 먹고 한강을 걸으며 찍은 사진이다. 잠시 30분 정도 산책이었다. 백수인데 집에서 점심 먹고 산책한 적이 없었다. 이날은 왜 했냐면... 아랫집 누수 문제로 이번주 수목금토 내내 공사가 있었다. 이날 오전에는 집 베란다에 방수 페인트를 뿌려서 집 전체에 페인트 냄새가 너무 심해서... 그래서 나갔다왔다. 덕분에 잘 나갔다 왔다.
이렇게 브런치에 기록을 올리는 것도 쉽지만은 않은데 일단은 기록을 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