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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보라 May 16. 2024

8년만에 전주국제영화제를 다녀왔다

피순대국밥 먹고 산책도 하고 


5월의 첫 주에는 전주국제영화제를 다녀왔다. 5월 2일 목요일 오후 2시에 전주역에 도착했고, 5월 4일 토요일 오후 4시에 전주역에서 창원으로 오는 기차를 탔다. '더 있고 싶다'는 아쉬움도 남았지만 그래도 짧고 굵게 잘 다녀왔다. 



5월 2일 목요일 전주 1일차



설레는 마음으로 서울역으로 향했다. 오전에 다른 일정이 있어서 그 일정 이후에 12시에 출발하는 기차로 예매해두었다. 


얼마만의 전주인가!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2021년 3월에 당시 남자친구와 처음으로 같이 간 여행지가 전주였다. 그리고 그 전에 만났던 남자친구랑도 전주로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전주는 내게 좋은 기억이 가득한 곳이다. 

 

전주역에서 내리자마자 버스를 타러 갔다. 버스를 타고 예약해둔 숙소인 브라운도트 호텔로 왔다. 혹시나 체크인이 안 되면 짐이라도 두고 가려고 했는데 다행히도 바로 체크인을 했다. 짐을 두고 초록색 가방에 필요한 거 넣고 내려가서 다시 버스를 타고 전주 영화의 거리로 갔다. 거리는 3.5km이고 버스로는 15분 정도 걸린다. 화요일에 예약을 해서 영화의 거리 근처에는 가능한 숙소가 거의 없었고, 있어도 가격대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높아서 검색하다보니 아중동이라는 곳에 있는 숙소로.. (아파트가 많은 주거 지역)


전주 영화의 거리 근처 정류장에서 내렸다. 공사가 한창이었다. 영화제 전에 끝내지 아직도 이러고 있다니.. 싶었다. 고향인 창원시에서 계속 늦어지고 있는 도로 공사가 떠오르기도 했다. 가게들이 많이 모여 있는 아케이드 그 거리를 걸으니 전주 영화의 거리가 실감이 났다. 제천에도, 제주에도 이런 아케이드 거리가 있다. 



찬찬히 걸어서 메가박스로 갔다. 현장 매표소를 우선 갔다. 현장 예매는 다른 줄 알았다. 뭔가 더 표가 있을 줄 ㅎㅎ 그런데 물어보니 같았다. 온라인으로도 바로 표가 뜬다고 했다. 그래서 그 라운지에서 검색하다가 정말 다행히도 영화 표를 잡았다. 


영화표를 예매했으니 밥을 먹어볼까 싶었다. 뭐 먹지? 싶었는데 뭔가 크게 배는 안 고픈데 그렇다고 안 먹기는 아쉬웠다. 그때 시간이 3시 반 정도였다. 


전주 오면 꼭 먹고 싶었던 건... 순대국밥. 미리 계획을 해오진 않았지만, 예전에도 와서 먹었던 조점례피순대국밥이 먹고 싶어졌다. 걸으면 17분 거리인데 카카오바이크를 탔다. 날씨가 참 좋았다. 근데 가는 길에 돌길이 꽤 길어서... 돌길... 쉽지 않았다. 타고 금방 가서는 들어가서 먹었다. 순대국밥이랑 맥주 한 병. (4분의 3 정도 마셨다) 


국밥을 한 숟갈 떠서 먹는데 캬 이 맛이지, 싶고 정말 맛있었다. 정말 내가 좋아하는 맛. 얼큰함 그 자체. 얼큰하고 시원하고. 이 순대국밥은 처음부터 매콤하게 되어있다. 경상도 돼지국밥의 경우에는 처음엔 뽀얀데 다대기를 본인의 취향껏 넣는다. 


그런데 나는 애초부터 이렇게 얼큰하게 나오는 국밥이 정말 잘 맞네. 먹으면서 망원동에서도 국밥집들을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여행을 혼자 오면 밥을 혼자 잘 먹네, 그 생각을 했다. 굳이 유튜브 안 봐도 편안하게 잘 먹었다. 먹다가 술도 한 잔 곁들이고 싶어서 맥주를 주문했다. 모주를 마시고 싶었으나 병째로 팔아서.. (그런데 맥주도 병째이긴 했다) 


그리고 그때 시간대가 4시를 향해가고 있어서 사람이 정말 거의 없었다.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정말 한가로웠기 때문에 더 마음 편히 먹을 수 있었다. 한 입, 한 입 감탄하며 계속 먹었다. 청양 고추도 정말 내가 딱 좋아하는 매운 맛. 전라도 음식, 내 입에 너무 잘 맞는다. (이 한 곳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예전에도 전주 여행하면서는 밥 맛있게 잘 먹었었다) 


아! 국밥을 먹다가 예매창에 들어갔는데 원래 보고 싶었던 영화 자리가 하나 생겼다! 잔여석 1 !! 바로 예매했다. (그전 영화는 취소) 


국물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다 먹고 계산을 하고 나왔다. 맥주를 마셨으니 음주 자전거는 안 되겠고 ㅎㅎ 걸어서 가자 싶었다. 근데 그곳 바로 옆이 한옥마을이었고 전동성당이 보였다. 2021년 3월에 왔을 때는 공사를 하고 있어서 그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전에도 전주는 갔었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전동성당 옆에 있는 보호수. 너무 예뻐서 찍었다.


아직 시간도 있으니 보고 가자 싶어서 길을 건너서 갔다. 정말 보고 사진 찍고 왔다. 그 앞에서 찍지는 않았다. 학생들이 우르를 정말 많이 한옥마을에서 나왔다. 현장학습인걸까.  


걸어서 다시 전주 영화의 거리로 갔다. 가는 길에 잠시 고민한 건, 서점 카프카를 가볼까 였는데 그러기엔 시간이 촉박했고, 마음이 확 동하지는 않았다. (결국 이번에는 방문하지 않았는데 다음에 간다면 가보고 싶다.) 





간 곳은 영화관에서 가까운 카페. 카페 닉. 에스프레소 바였다. (이런 걸 보면 김석준이 자연스레 생각은 난다. 이런 데 찾아서 가면 참 좋아했겠다 싶은). 닉 커피(아이스크림이 있음)라는 걸 시켰는데 전주영화제 관객이냐고 해서 그렇다고 했더니 할인해줬다. 전주에 머무는 동안 한 두 번 더 와야지 싶었다.

 

주문하고 테이블에 앉아서 바깥을 보는데 정준호가 지나갔다. (옆 테이블 남성이 "오 정준호다!!") 그냥 오호? 했다. 근데 그러고 곧바로 허남웅 평론가가 지나갔다.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20대 중반에 EBS국제다큐영화제 출판팀에서 일을 했었다. 그때 리뷰 필진으로 허남웅 평론가님을 섭외했었는데, 마감을 정말 엄청나게 잘 지켜주시고(수십 명의 필진 중 거의 유일) 보내주는 글도 참 좋았었다. 마감 하루 전쯤 글을 준 걸로 기억한다. 마감과 글의 퀄리티 모두를 잘 지키는 사람이라니... 드물다. (사회생활을 할수록 더욱더 드물단 걸 알게된다.) 그리고 메일에서도 친절함과 따스함이 묻어나서 그 기억이 계속 남아 있다. 


영화 시간이 다가와서 오래 머물진 않고 10여분 정도 앉아서 커피를 마시다가 메가박스로 갔다. 그리고 첫 영화를 보았다. <고코구 신사의 고양이들>이라는 일본 다큐멘터리였다. 영화 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적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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