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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보라 Dec 11. 2019

책장을 소개합니다

동미와 함께 브런치를 하자고 말한 건 늦여름, 8월이었다. 물론 그전부터 계속 ‘블로그를 해야해’, ‘블로그를 하자’라고 서로에게 말하고는 했다. 그러다 그 때, 같이 글을 쓰고 올리자고 꽤 구체적으로 정했다. 도서관 메이트답게 그날도 우리는 함께 도서관을 찾았다. 동네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마포중앙도서관 맞은편에 있는 홍제천을 걸었다. 걷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브런치 이름을 고민했다. 대학이 돌곶이(역)에 있었으니까 ‘돌곶이 책방’?, ‘돌곶이 서점’? 그러다 우리는 도서관 메이트였고, 대학을 졸업한 지금도 도서관 메이트고, 이제 쓰기 메이트가 될테니까! 라며 지금의 브런치 제목을 생각해냈다. 도서관메이트에서 쓰기메이트까지! 


그날은 가을의 시작이라는 처서였는데, 우리도 같이 글을 쓰기 위해서 뭐든 시작은 한 셈이다. 3달이 넘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바쁜 일상 속에서 첫 번째 글을 올리지 못 했다. 그러다 드디어 일주일 전 매거진을 만들었다. 12월이 다가오니, 더이상 미루면 안 되겠다 싶어졌기 때문이다. 며칠 전엔 브런치 소개 글을 올렸다. 이제 정말, 브런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바뀔 수도 있지만, 일단은 매주 한 명씩 글을 올릴 계획이다.      


이제 매거진도 만들고 소개글도 올렸으니, 최근 재밌게 읽던 책 이야기를, 동미에게 말하던 것처럼 글로 풀어내면 되는데…. 근래에는 책을 여유있게 읽은 시간이 많이 없었다. 10월부터는 도서관도 자주 가지는 못 했다. 주5일 일하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그 여유가 없었다. 지금도 머리맡이나 책상에는 책이 가득하다. 하지만, 한 책을 한 번에 완독하지 않고 여러권 읽는 스타일이라, 다 읽은 책은 많이 없다. 최근에 인상깊게 읽었던 (완독한) 다른 책들에 대해 쓰기엔 글 쓸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      


그래서 브런치의 첫 글은, 내 방 책장에 있는 책들에 대해서 짧게나마 적어보려 한다. 책장 칸에 따라, 대략 10가지 자체 기준으로 분류해두었다. 모든 책을 사서 읽진 않았고, 꽤나 많은 책들을 빌려 읽기도 했으니 책장의 취향이 나의 책 취향을 전부 반영한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렇게 책장 이야기를 쓴다면 대략적으로 나의 책 취향이 소개될 수 있을 듯 하다.       


- 가장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 : 제일 긴 칸이다. 박완서, 정세랑, 은유, 장강명, 한승태, 임경선, 김혼비, 오지혜, 구달, 이슬아, 김보통의 책이 40권 정도 꽂혀 있다. 이 작가들의 모든 작품을 다 모아서 꽂아두고 싶다.   


- 한국 문학 : 한국 문학은 중학생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엄청, 좋아했다. 그당시 좋아했는데 지금까지도 좋아하는 작가는 박완서 뿐이다. 다른 작가들의 책은 시간이 흐를수록 별로 안 읽고 싶어졌다. 심지어 표절했거나, 뭔가 구설에 많이 휩쓸리곤 했다. 대학에 올라오면서 많이 읽지 않았는데, 지난해부터 다시 찾아서 읽고 있다. 최은영, 황정은, 김세희 등의 책이 있다. 정기구독 중인 릿터도 꽤 쌓여있다. 그런데 한국문학 책은 구입보다는 빌려봐선지... 책장에 많이는 없다. 좋아하는 한국 문학 책들은 좀 사두어야겠다.  


- 한국 에세이 : 에세이를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한국 사람이 쓴 책 읽는 걸 좋아한다. 특히 유머러스함이 듬뿍 담긴 책들. 권여선, 이경미, 박정민, 이진송 등의 책. 아, 좋아하는 신해철의 책도 빼놓을 수 없다. <신해철의 쾌변독설>. 


- 책방에 관한 책 : 책을 파는 일, 책방에 관심이 많다. 10월에 책방 스터디를 하면서 구입했던 <앞으로의 책방 독본>, <꿈의 서점>이 있다. 마찬가지로 10월에 산 <당신에게 말을 건다>, <언젠가는, 서점>, <오늘이 마지막은 아닐거야> 등도 책방 주인들이 쓴 책이다. 지난해에 산 <굶어 죽지 않으면 다행인 -이후북스 책방일기>도 있다. 이보람 헬로인디북스 사장이 쓴 곧 <적게 벌고 행복할 수 있을까2>도 살 생각이다. 읽고 싶다!  


- 책에 관한 책: 난다의 ‘읽어본다’ 시리즈. 그중에서도 <읽을 것들은 이토록 쌓여가고>, <우리는 나란히 앉아 각자의 책을 읽는다>를 좋아한다. <이동진 독서법>, <밤이 선생이다>


- 여성 작가의 책이거나 여성 이슈를 다룬 책 : 벨 훅스, 리베카 솔닛, 우에노 치즈코 등이 쓴 책. <아내 가뭄>, <싱글 레이디스>,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등.  


- 인문사회학 책 : <쫓겨난 사람들>, <핸드 투 마우스>, <세상 물정의 사회학>, <거리의 인생>, <사람, 장소, 환대> 등 


- 아픔과 죽음에 대한 책들 :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아픈 몸을 살다>, <애도 일기> 등. 엄마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 이 책들을 읽으면서 슬픔에 직면하거나 공감을 받았다. 읽다가 마음이 힘들어서 멈춰둔 책들도 꽤 많다. 


- 독립출판물 : 많이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세어보니 35~40권쯤 된다. 


- 외국 문학 : 생각보다 더, 외국 문학 책이 많이 없다. 도스토예프스키와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들이 같이 있다. 


- 운동과 영어 등이 담긴 실용서 그리고 기타 등등


- 좋아했지만 이제는 잘 읽지 않는 작가의 책들 : 김중혁과 이석원 등. 정말 좋아했어서 3~4권씩은 소장하고 있는데, 다시 잘 안 펼쳐보게 된다...


그리고, 한 칸을 다 차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중요한 책을 둔 칸이 있다. 바로 9월말에 출간된 <쎗쎗쎗, 서로의 데드라인이 되어>. 함께 글을 쓰던 사람들과 같이 낸 독립출판물이다. 책이 나온 이후로 웬만한 친구들에게는 다 팔았고(고마워 친구들아...!), 선배나 감사한 어른들에게는 선물로 드리기도 했다. 이제 몇 권 정도 집에 남아있다. 볼 때마다 책이 참 예쁘다고 생각한다.(하하하) 그리고 자주 열어보지는 않는데, 일단 열어보면 내 글은 다 읽어본다. 후루룩~ 


이 책을 내고나서, 독립출판페어에서 책을 파는 경험도 해보고 이를 통해 새로운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책을 통해 나를 드러낸다는 게 어떤 건지도 조금 알 수 있기도 했다. 그 이야기는 이 글에 다 적을 수는 없으니, 조만간 브런치에 써서 올려봐야겠다.      


마지막으로 책상과 머리맡에 있는 책을 써본다면, 요즘 태재 <스무스>, 강민선 <외로운 재능>을 재밌게 읽고 있거나 읽었다. 두 권 모두 지난달 언리미티드에디션에서, 작가들에게서 직접 샀다. <스무스>는 어제 다 읽었는데, 틈틈이 발췌 중이다. 적어두고 싶은, 마음 가는 문장이 많다. 한 손에 쏙 들어가는 크기지만 두꺼운, 강민선 작가의 책은 아껴가며 읽고 있다. 마찬가지로 포스트잇을 많이 붙여두었다. 닮고 싶다. 꾸준히, 매일, 재밌게, 잘 쓰는 사람들. 머리맡에는 <릿터> 12월호도 있다. 가장 좋아하는 코너, 김혼비 작가와 박태하 작가의 글이 있는 전국 축제 자랑부터 읽은 상태다. 월요일에 내를 건너서 숲으로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도 있다. 11월에 ‘독립출판물보고’랑 ‘서점시대’ 행사에서 사온 <날마다 작별하는>, <사랑한 후에>도 야금야금 읽고 있다.      


글을 쓰면서 책장을 계속 보고 또 봤다. 지난주에 이사를 했는데, 정리를 덜 했더니 맞지 않는 곳에 위치한 책들도 더러 보인다. 글을 다 쓰고, 책 정리를 다시 조금 더 해봐야할 것 같다. 깨달은 점도 있다. 오랜 시간 내 책장에 머물러 있었는데도, 책등만 계속 본 책들도 많다는 것. 올해에 알라딘 중고서점이나 헌책방에 30권은 팔았다. 10권 정도는 나눴다. 그런데도 꼭 소장하지 않아도 될 듯 한 책도 꽤 보인다. 찬찬히 다시 읽을 건 읽고, 정리해서 기록해두고, 나눌 책은 나누고 싶다. 정말 꼭 소장하고 싶은 책들로만 가득찬 책장이 되길 바란다. 읽은 책에 대해 한 편씩, 브런치에 글을 쓰다보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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