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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보라 Jan 13. 2020

북크리에이터 마켓 다녀온 후기

[BETWEEN BOOK & BOOK ] 1월 12일 @연남장

연남장에서 열린 북크리에이터 마켓을 갔다. 북크리에이터 마켓은 동네 책방과 독립출판 제작자들이 참여한 마켓이다. 11일과 12일, 이틀 동안 열렸다. 원래 오늘의 계획은 합정역 근처에 있는 종이잡지클럽 그리고 문학살롱 초고를 갈 계획이었지만, 가기 전에 연남장을 들르자고 제안했다. 지난 겨울 동안 북마켓을 꽤 오래(?) 못 갔기 때문에 가고 싶었고, 사고 싶은 책도 있었다. 보고 싶고 궁금한 사람들도 있었다.      


2시 10분 무렵, 연남장에 도착하니 마켓은 지하 1층에서 열리고 있었다. 굉장히 힙한 스타일의 조명과 함께 음악이 흘러나와서 다른 북마켓과는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힙한데...?’. 하지만 입구만 그럴 뿐, 역시나 친숙하면서도 반갑고 재밌는 게 많은 북마켓이었다.      



1번 부스가 다시서점이었는데, 잠시 자리를 비우셨는지 안 계셔서 일단 옆 부스부터 구경하기 시작했다. 풀무질! 성균관대학교 근처에 있는 인문사회과학 위주 서점이다. 30년 넘게 운영하던 사장님이 지난해 청년들에게 인수했다. (기사로 많이 나기도 했다.) 인디밴드를 하는 전범선 그리고 장경수, 홍성환.(전범선 이름만 기억나서, 글을 쓰기 위해 다시 기사를 찾아봤다. ) 아무튼, 부스에는 남자 한 분이 있었는데, 지금 기사 속 사진을 보니, 홍성환 씨였다. 친절하고 의욕적으로, 책 설명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자연, 환경과 채식에 대한 기성출판 책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확고한 취향이 돋보였다. 그리고 오른쪽에 두 권의 귀여운 사이즈의 책이 보였다. 그중 한 권을 집어 들었다. <나의 단발과 단발 전후> .


‘독립운동가, 사회주의 여성해방 운동가 허정숙. 1920년대 단발 운동을 주도하였으며 동아일보 최초의 여성 기자, 신여성 편집장이었습니다. 허정숙의 글은 여태껏 대한민국에서 한 번도 출판된 적이 없습니다.’    

 

세상에! 정말이지, 허정숙은, 제대로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었다. 여성들의 역사란 이렇게...얼마나 많은 여성들의 역사가 지워진 채로 지내왔는지 참. 주머니에 들어갈 만큼 귀여운 이 책을 얼른 사고 싶었다. 그 옆에는 장준하에 대한 책도 있었다. 그래서 친구가 그 책을 사고, 내가 이 책을 샀다. 나중에 서로 빌려서 보기로! 풀무질. 멋지다... 출판도 하고 책방 일도 하고, 앞으로도 더욱 더 잘 됐으면 좋겠다. 조만간 놀러 가봐야지. 가면 간 김에 동양서림도 다시 들러보고, 위트앤시니컬도 가보고~.      


오혜서점 부스로 갔다. 오혜서점은 원래 연신내역 쪽에 있던 오프라인 서점이다. 그런데 이제는 사정상, 오프라인 서점이 아니라, 온라인으로만 운영 중이다. 사장님의 이름은 유재필. <원래 그렇게 말이 없어요?>라는 책이 있는데, 지난해엔가 구입해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유재필 사장님이 이 유재필 사장님이구나! 부스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니 신기했다. 친구와는 이미 알고 있는 사이라 두 사람이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을 보다가, 나도 인사드렸다.      


그 부스에는 유재필 사장님 말고도 누군가가 또 앉아 있었다. 아! 낯익은 얼굴이었다. 프랭크 작가님! 지난달 DDP에서 열린 ‘서점 시대’ 행사에서도 봤었다. 그땐... 작가님의 책을 사진 않았는데, 오늘은, 사야겠단 생각을 했다. 앞으로 독립출판을 계속하고 싶다면 꼭 읽어야 할 책. <독립출판 제작자를 위한 대형서점 유통가이드> (부록도 있다. <독립출판 제작자를 위한 대형서점 마케팅 노트>) 사인도 받았다. 이거 읽으면 대형서점 유통을 잘 알 수 있겠지? 기대된다.      


여러 부스들을 거쳐서...(분명히 부스에 앉은 분들과도 말을 많이 했는데, 구입하지 않았으니...) 박지용 시인의 부스. 디자인이음에서 나온 시리즈로 구매했다. <점을 찍지 않아도 맺어지는 말들>.      


나는 부스에서 책을 잘 살펴보지는 않는다. 이미 이름을 많이 들어왔던 사람들이면 아, 오늘이구나, 오늘 사면 작가님에게 사인 받을 수 있구나,란 생각에 산다. 믿고 사는 거지. 주위에서도 그 작가 책 좋다, 이런 말을 많이 들었으니까. 아무튼 박지용 시인도 그런 작가였고, 그래서 샀다. 역시나 사인을 받았다.      


김종완 작가의 부스도 있었다. 김종완 작가는... 정말, 정말, 독립출판계에서 뭐라고 해야 할까. 이슬아 작가보다도 유명한 사람이지 않을까? 이슬아 작가는 단기간에 유명해졌다면, 김종완 작가는 그 전부터도 계속 작업을 해오던 사람으로 알고 있다. 그렇게 이름을 많이 듣고, 지난해 참여했던 북마켓에 이 작가님도 분명히 참가를 했었는데... 그런데도 실제로 뵌 적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이제, 오늘 이 작가님의 책을 구입해야하는 때가 왔구나, 그런 생각. 김종완 단상집으로 여러 책이 있었는데 가장 먼저 나온 <달빛 아래 가만히>를 구입했다. 정말, 손바닥 안에 쏙 들어가는 사이즈의 작고 가벼운 책이다.(다행히 가격도 가벼워서 부담이 덜했다.)      


마켓의 반 정도 돌았을까? 어느새 1시간이 넘게 시간이 흘러 있었다. 서점 사장님들, 제작자 분들과 이야기하면서 구경하다 보니 목이 말랐다. 잠시 편의점을 가서 물을 사서 다시 왔다.      


2라운드 시작! 하지만 친구는 이미 지쳐있었다. 처음 구경할 때의 적극성이 없어졌다. 손을 뻗어 책을 들지 않았다. 이후로 나도 책을 적극적으로 살피진 못 하고, 사고싶던 책을 두 권 샀다. gaga77page 부스에는 사장님이나 직원분들이 아니라, 작가 두 명이 앉아 있었다. <가족 같은 소리 하고 있네>를 쓴 요시 작가 그리고 <밥을 짓다, 마음을 짓다>의 곽영 작가. 그중에서, 인스타 피드로 많이 접한 <가족~>을 샀다. 표지도, 제목도 센 책. 내용은 어떨지? 내용도 그만큼 세게 다가올지. 한 번 읽어봐야 알 것 같다. 


마지막으로는 다시서점에서 김경현 사장님의 책을 구입했다. 필명이 채풀잎이란 건 오늘 알았다. 책방을 하는 사장님의 에세이라면 무조건 읽고 싶다. 책방 이야기가 아닐지라도. 그리고 사장님이 쓰신 <작은 책방 설명서>는 이미 읽었는데, 꿀잼이었다. 그래서 고민 없이 <보이지 않는 영원>을 샀다. 역시나 사인도 받았다. 다른 책도 있었는데, 오늘 구입한 책이 재밌다면 다음에 또 사야지. 아, 이제껏 다시서점도 가본 적이 없는데, 올해 상반기엔 꼭 가봐야겠다.   


이렇게 북크리에이터 마켓 구경이 끝났다. 2시간 만에. 퍼블리셔스테이블이나 언리미티드에디션에 비해 규모는 1/5 정도지만, 딱 적당히 좋았다. 책방 부스도 많았고, 제작자 부스도 있었고. 이런 행사들이 자주 열리면 더 좋을텐데. 제작자들이 독자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계기도 만들어지고! 겨울은 이런 북마켓이 잘 열리지 않는 계절이다. 이제 또 언제 이런 북마켓이 열리려나... 봄까지 기다려야 할까. 아, 지금은 북마켓 기다릴 때가 아니다. 북마켓 그리고 최근에 산 책들을 읽기도 시간이 많이 걸릴테니까. 


다음 브런치 글에는 오늘 북마켓에서 산 책들을 읽고 난 감상을 한 번 써봐야겠다.  



*오늘 구입한 책들

[구입한 책방/제작자 이름] - <책 제목>(저자, 연도)


풀무질 - <나의 단발과 단발 전후>(허정숙, 2018)

       - 무가지 <혜화 vol2>(풀무질, 2019)

오혜 - <독립출판 제작자를 위한 대형서점 유통 가이드>(프랭크, 2019)

박지용 - <점을 찍지 않아도 맺어지는 말들>(박지용, 2019)

김종완 - <달빛 아래 가만히>(김종완)

gaga77page - <가족 같은 소리 하고 있네>(요시, 2019)

다시서점 - <보이지 않는 영원>(채풀잎,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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