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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보라 Feb 25. 2020

온통 머릿 속은 '책방'

[구보라의 책방 일기] 2_책방에서 일하기 시작하다 

*이 글은 10월 20일 작성했습니다. 


책방에 관심 있어요?”   


지난번 글에서 책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썼다. 그로부터 3일 뒤(10월 9일 한글날!), 니은 서점을 방문했다. 너무 감사하게도, 니은서점의 노명우 교수님이 <쎗쎗쎗, 서로의 데드라인이 되어>를 입고를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니은서점을 좋아해서, 평소에도 종종 가곤 했는데, 좋아하는 서점에 내 책(함께 쓴 책이니 ‘우리 책’이지만!)이 입고되다니! 기뻤다. 사실 개천절에도 책을 들고 찾아갔었다. 책을 선물하 싶었기 때문이다. 그 땐, 교수님 대신 다른 분*이 있었다. 그래서 드리지 못 해 아쉬웠는데, 이렇게 다시 찾으니 좋았다. 


오랜만에 뵌 교수님과 인사를 나누고, 책을 보여드렸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혹시, <앞으로의 책방 독본>이란 책이 있는지 물었다. 그 주 일요일에 시작하는, 서점 리스본 책방 스터디에 필요한 책이었다. 교수님은 그 책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 책이 없었다.      


교수님이 "책방에 관심 있어요?"라고 물어보았다. “네, 너무 관심 있어요!”라고 답했다. 그리고는 나중에 니은서점에서 일할 사람이 더 필요하면, 보라씨와도 같이 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했다. 


교수님이 나에게 책방 관심 있는지 물어봤던 그 찰나의 순간, 역시 나의 관심사를 표현하고 말해야하는구나! 싶었다. 말을 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모르니까. 정말 그렇게 되면 너무 좋을텐데! 책방 일일지기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이렇게 말을 하니 뭐라도 이어지는구나 싶었다. 미래의 어떤 막연한 기회일지라도.       

그날 저녁, 빌라선샤인 ‘내 콘텐츠 만들기 -뉴스레터’를 들으러 갔다. 뉴스레터를 기획하기 전, 자신의 관심사를 마인드맵으로 그려보는 시간이 있었다. 마인드맵을 하기 전에는, 책에 대한 리뷰를 뉴스레터의 콘텐츠로 채워볼까 싶었다. 그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정작, 마인드맵을 그리다보니 온통 동네책방으로 이어졌다. 동네책방에서 계속해서 가지가 뻗어나갔다.      


마인드맵을 그리면서 새삼 깨달았다. 내 머릿속에서 지금 ‘동네 책방’이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뉴스레터에 들어갈 콘텐츠도, 책방 설명이나 책방 주인 인터뷰 등으로 발전해서 기획 중이다.     


그주 일요일인 13일, 서점 리스본의 ‘미래의 책방 주인 스터디’가 시작했다. 서점 리스본의 정현주 작가님 그리고 7명 정도의 사람들이 함께 했다. 나 말고도, 책방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6명이나 더 있었다. 신기하고 반가웠다. 다들 본업이 있는데도, 꽤나 구체적으로 ‘미래의 책방’을 구상하고 있었다. 내가 가장 막연한 편이었다.


그런데 마침 며칠 전부터 서점 리스본은 파트 타이머 구인공고를 내고 면접을 진행 중이었다. 책방 스터디가 끝나고, 파트타이머에 지원했다. 그날 바로 매니저와 면접을 봤다. 다음날인 14일 아침, 주말에 교육 받으러 서점에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책방에서 일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이렇게 현실이 되는 중이다. 


내가 바라는 책방은?


20일 일요일 책방 스터디 두 번째 시간이었다. 첫 번째 시간보다도 더 깊이 있고, 밀도 있었다. 자신이 원하는 책방에 대해 구체적으로 적어오는 과제가 있었다. 한 명씩 차례대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앞에 4명 이야기가 듣는 데에 1시간 넘게 걸렸다. 그만큼 다양한 아이디어가 오고갔다.      


그리고 드디어 내 차례.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는 명확한 컨셉이 없었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동네 책방들처럼, 늘 가고 싶고 머무르는 곳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다. 과제 항목 중에서 ‘서점의 특징은? 내 서점에 한 줄 설명을 덧붙인다면?’이 있었다. 고민하다가, 적은 건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서점이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 먼 미래에 낼, 나의 책방은 “영감이 넘치는 곳” “영감과 몰입의 공간”이 되면 좋겠다. 끝없는 새로움, 깊이와 확장의 공간. 결국에는 동네 문화 사랑방 같은 곳. 내 책방에 오면 좋은 책도 있지만, 좋은 사람들도 만날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나의 관심사인 책, 글쓰기, 음악(아무래도 주로 인디 음악), 건강에 대한 관심 그리고 음식 등이 어우러지는 공간이길 바랐다. (너무 바라는 게 많나요?) 


지난 1년 동안, 써냈던 자기소개서 늘 등장하는 단어는 ‘좋은 영향력’이었다. 좋은 영향력을 주며 살아가고 싶고, 그걸 일을 통해서 실현하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최근 몇 달 동안에는 ‘좋은 영향력’이 ‘영감’으로 살짝 바뀌었다. ‘저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며 살고 싶습니다. 제가 가장 잘하는 건 좋은 걸 발견하고, 몰입하고, 공유하는 것입니다. 이 능력으로 영감을 주고 싶습니다. PD를 지망할 때도 사람들의 일상을 채우는, 함께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늘 강했습니다. 그 콘텐츠를 통해 조금이라도 사람들의 삶, 제 삶도 나아지길 바랐습니다. 무슨 일을 하든 사회에 밝고 좋은 영향력을 끼치며 살고 싶습니다.’ (9월에 쓴 자기소개서 중)


책방에서 일하면서 이 모든 걸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 글도 계속 쓰면 되니까. 우선은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 정도, 책방 알바로 시작하고, 점점 더 시간이 흐르다보면 책방의 일에 대해서 차근차근 더 알게 될 것이다. 그러다보면, 조금은 더 나의 꿈에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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