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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보라 May 25. 2020

완화의료 의사가 바라본 죽음들  

<내일 아침에는 눈을 뜰 수 없겠지만>(캐스린 매닉스, 사계절, 2020

5월 초 무렵, 일하고 있는 니은서점에서 <내일 아침에는 눈을 뜰 수 없겠지만 - 완화의학이 지켜주는 삶의 마지막 순간>(캐스린 매닉스, 사계절, 2020)이라는 책으로 5월 말에 북토크를 한다고 했다. 원래는 책의 저자와 노명우 교수님이 함께 북토크를 진행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코로나19 상황상 독자들을 많이 부르지 않고 5명만 부르고, 책의 편집자, 교수님 그리고 니은서점 북텐더(책방지기)가 함께하는 방향으로 정해졌다.


참여한다고 했다. 제목만 봤을 때 죽음에 대한 책이라는 감각만 할 수 있었고, 그냥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 책을 지는 캐스린 매닉스는 영국의 완화의학 의사다. 사려 깊은 대화를 통해 환자를 이해한다. 그렇기에 환자도 의사를 믿는다. 그 이해와 믿음을 통해서, 환자와 가족이 임박한 죽음을 함께 직시하며 사랑을 담아 마지막 날을 살아낼 수 있었다. 들어가며에 있는 말을 인용하면     


‘완화의료의 대상은 단지 임종이 머지않은 환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증상 관리는 어떤 질환을 가진 사람이든 경중에 상관없이 제공되어야 한다. 이것이 넓은 의미의 완화의학이다. … 나의 환자는 살날이 몇 개월 남지 않은 사람이 대다수였다. 그로부터 나는 자신이 죽어가고 있음을 아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특별한 통찰을 얻었다. 바로 이 부분, 죽어가는 사람들이 나머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내가 들려주고자 하는 바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완화의료가 잘 안착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인지도, 인식도 저조하다. 물론 나 또한, 그렇고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여러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지난주 월요일이었나, 북토크 3일 전부터야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의 내용은 새롭고, 새로운 걸 알아갈 수 있어서 좋다.      


그런데 솔직하게 이 책을 읽으면서 한 생각은 ‘이런 책인 줄 알았더라면, 북토크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했을텐데…….’ 였다.       


엄마는 2011년 유방암 진단 받았다. 항암치료, 수술, 방사선 치료까지 다 받고나니 1년이 지났다. 이후로 다시 일상 생활을 하다가 2015년 재발했다. 또다시 치료가 시작됐다. 치료를 받아도 암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 2018년 가을부터 상황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에 엄마는 떠났다. 그리고 요즈음 나의 마음 상태는 좋지 않은 편이다. 1년 전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은 지나친 고립감과 걱정과 불안이 엄습하던 시기였다. 우울함이 나를 덮치지 않기를 바라며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 

    

음... 엄마가 떠나고, 엄마가 죽었다는 것, 그런 걸 숨기며 살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제까지 니은서점 책추천을 할 때 죽음에 대한 책을 추천하곤 했다. 2월에는 마이클 헵의 <사랑하는 사람과 저녁 식탁에서 죽음을 이야기 합시다>, 4월에는 환자와 보호자의 이야기가 담긴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를 추천했었다. 죽음에 대해 말하는 건, 분명히 불편하고 어려운 일이지만. 인간이라면 절대 피할 수는 없는 단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엄마의 죽음.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과 임종 전까지의 상황, 임종 당시를 떠올리는 건 하늘과 땅 차이였다. 북토크가 아니었다면 읽다가 그냥 덮었을 것이다. 이 책은 총 415페이지. 415페이지 내내 사람이 죽는 이야기가 나온다... 내가 아직 이 책을 읽어낼 단계는 아니었던 것이다. 나에겐 엄마의 죽음도 죽음이지만, 엄마가 죽어가기 전 그 몇 달, 그리고 직전 일주일, 며칠, 하루... 그 순간순간들이 모두 안타깝고 답답하고 그래서 트라우마처럼 남아있다. 우리나라 병원에서 환자의 곁에서 보호자 역할을 하고, 환자를 결국 떠나보내는 일을 겪어본 사람들은 알 수 있는 그 답답함.      


가슴 아프게 하는 사연이 너무 많아서, 매 장마다 울면서 봤다. 그래도 읽어야만 하니까, 꾸역꾸역 읽었다. 중간쯤 읽다가 책의 첫 번째 내지에 적혀있는 ‘사용상의 주의사항’을 발견했다.      


- [경고] 당신은 이 책을 읽으며 등장인물뿐 아니라 당신과 당신의 삶, 당신이 사랑하는 이들과 떠나보낸 이들에 관해 생각하게 될 것이다. 때로는 당신을 가슴 아프게 하는 사연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슬픔을 느꼈다면 사과드린다. 동시에 이 책이 위안과 영감을 주었기를 바란다. 또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죽음을 준비하고 죽음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기를 바란다. 우리 모두 끝을 염두에 두고, 더 잘 살고 잘 죽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작가는 [경고]에서, 독자에게 이 책이 위안과 영감을 주었길 바란다고 썼는데, 나에게는 위안과 영감까지는 주지 않은 것 같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죽음을 준비하거나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기는 했다. 엄마가 떠나고나서, 죽음에 대해 미리 미리 준비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렇지 않으면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하다가 선택권 하나없이 죽는 경우가 대다수니까. (이 책에서는 그런 죽음은 거의 나오지 않지만) 어차피 죽는 인생 하고싶은 걸 조금씩은 해나가며 살고 싶은 마음은 강해졌었다.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는 언제 이렇게... 이 책에 나온 병원 시스템, 의사들을 구축할 수 있을까? 싶어졌다. 얼른 이렇게 바뀌어야할텐데, 라기보다는 될까? 라는 부정적 생각이 강하게 든 게 사실이다. (이 모든 건 내가 2011년부터 겪은 병원 경험 때문) 


그래서 북토크에 가기 전에도 마음이 무거웠다.(휴... 목요일엔 아침부터 눈물을 흘리면서 봤더니, 그날 저녁에 눈이 좀, 잘 안 떠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북토크 예상 순서 중에서 ‘공통질문: 여러분이 지켜본 임종 경험’이 있었다.      

1) 경험 나누기 2) 경험하지 못한 사람 예측해보기.      


이 순서를 보면서 마음이 멈칫했다. 굉장히 내밀한 경험인데... 북토크에서 말하진 못 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북토크에서 본인 부모의 임종을 지킨 경험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교수님, 독자 1명이 전부였다. 그중에서도 독자 1명은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그렇기에 부모님이 아파서 돌아가신 걸 본 사람은 교수님과 나뿐이었다. 다른 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 어릴 적 친구, 동생 정도. 그 경험담을 듣는 것 또한 그다지 나에게는 위로나 동병상련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그랬다.      


암환자를 가족으로 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이 가입하는 네이버의 카페가 떠올랐다. 거기서는 서로가 다 공감대가 있다. 암환자였던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글을 올리고, 다들 그 글에 공감해준다. 그것만으로도 큰 공감과 위로가 된다.      


나처럼 부모를 떠나보낸 지 1년이 되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는 걸 추천하지 않는다. 아물지 않은 상처에 소독약을 들이붓는 느낌이 될 것이다. 2년이나 3년은 지났을 때, 스스로의 죽음, 임종의 순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싶을 때 그때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또는 아예 이런 임종의 경험이 전무한데, 완화의료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읽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어도 괜찮을 것 같다.      

    

5월 21일. 집에서 읽으니 더 우울해져서, 자전거 타고 한강을 갔다. 햇볕을 받으며 1시간 동안 읽었다. 햇살 덕분에 슬픔이 조금은 줄어들었다. 

<사랑한다는 말>


슬픔을 자극하는 부분은 이 책 전체를 통틀어 거의 다 라고 할 수 있는데, 그래도 그 중에서 예를 들어보면. 3장에 나온 ‘당신의 모든 숨결을(내가 지켜보겠어요) 이 모습을 보며 많이 울었다. 임종 당시가 떠올라서.      


‘“그들은 우리 목소리를 듣는답니다. 여러분의 목소리를요, 좋아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면 불안해하던 사람도 진정하곤 하죠. 반대로 싫어하는 사람의 목소리는 그들을 더 불안하게 만들 수 있고요. 간호사들이 어머니를 돌볼 때 어머니께 말을 거는 이유가 그거예요. 의식이 없는 건 알지만 의식이 있는 환자분과 마찬가지로 정중하게 대해드리고 싶은 거죠.”’(194)     


‘빌리는 생각에 잠긴 표정이다. 그러더니 숨을 깊이 들이쉬고 외친다. “엄마, 저예요, 빌리! 제가 왔어요, 엄마! 제가 왔어요. 사랑해요, 엄마! 정말 사랑해요. 죄송해요.” 그는 흐느껴 우느라 말을 잇지 못한다.’ (194)     


평소에도 엄마에게는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하는 딸이었지만, 세상을 떠나려는 엄마에게는 아무리 하고 또 해도 모자란 말이 사랑한다는 말이었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평소에 사랑한다는 말,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나누며 살고 싶다.      



책 정보 

https://search.daum.net/search?w=bookpage&bookId=5322877&tab=introduction&DA=LB2&q=%EB%82%B4%EC%9D%BC%20%EC%95%84%EC%B9%A8%EC%97%90%EB%8A%94%20%EB%88%88%EC%9D%84%20%EB%9C%B0%20%EC%88%98%20%EC%97%86%EA%B2%A0%EC%A7%80%EB%A7%8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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