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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동미 May 17. 2020

자기복제와 비틀기 <데드 투 미> 시즌2

넷플릭스 TOP10 순위 1위에 오른 <데드 투 미> 시즌2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데드 투 미> 시즌2가 5월9일 공개된 이후 줄곧 미국 내 넷플릭스 시청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데드 투 미>가 공개되기 전까지 빈부격차가 심한 섬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바탕으로 한 <아우터뱅크스>가 1위를 유지해오다가 <데드 투 미>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지난해 5월 시즌1이 공개됐을 당시, <데드 투 미>는 5월 통틀어 가장 많은 시청자를 모은 시리즈였다. 시즌2가 제작돼 시즌1과 비슷한 시기에 공개됐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또 한번 성공을 거뒀다.


시즌1은 젠(크리스티나 애플게이트)이 주디(린다 카델리니)의 약혼자 스티브(제임스 마스던)를 총 쏴 죽이면서 마무리됐다. 주디가 저지른 뺑소니 사고로 젠의 남편 테드가 사망한 것을 비튼 설정으로 시즌1이 막을 내렸다. 시즌2는 젠과 주디의 가해자-유가족 관계가 역전되면서 이야기를 시작되도록 시즌1에서 이미 포석을 깔아뒀던 셈이다. 젠은 주디에게 스티브가 자신을 위협했고 정당방위로 총 쏴 그를 죽여버렸다고 거짓말한다. 주디는 그말을 철떡같이 믿고 3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스티브의 시체를 국유림으로 옮겨서 매장하는 걸 돕기까지 한다. 시즌2에서는 두 사람의 관계가 좀 더 복잡해지는데, 주디가 젠이 모르게 테드를 정리해버려서 사건 발생 후 전형적인 가해자-유가족의 관계였다면, 시즌2에서는 젠이 범죄를 저지르고 유가족인 주디를 속여 범죄를 완성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이로써 주디는 단순히 가해자에서 유가족이 되는 것이 아니라 미필적이기도 한 동시에 내심 범행을 숨기는 데 동의한 공범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전 시즌을 반복하되 변주하는 비틀기는 계속 등장한다. 4번째 에피소드 <둘만을 위한 여행>에서 두 사람은 앤젤스 국유림에 시체를 묻은 뒤 근처 호텔에 들른다. 말 그대로 ‘둘만을 위한 여행’이 주어진 셈인데, 두 사람이 시리즈 중반 즈음에 쉼표에 해당하는 휴식을 가지는 건 시즌1에서도 사실 유사하게 나왔던 이야기다. 시즌1에서는 두 사람이 심리치료 바캉스를 떠나 그곳에서 멋진 남성을 만난다면, 시즌2에서는 젠이 두 사람에게 다가오는 남성에게 욕을 퍼부으며 그를 쫓아내버린다.


분위기 심각한 거 안 보여요? 이 상황에서 춤을 권하는 건 눈깔이 삔 건가.
눈치 좀 챙겨 식빵아. 도대체 납득이 안 가는 빡대가리들이 있다니까.


젠은 호텔 바에 앉아 “이 쓰레기 같은 세상에 가장 상냥한 사람이야. 사랑해.”라고 말하면서 주디와 눈물의 포옹을 나누던 참이었다. 주디는 스티브를 떠나보내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위로하고 싶었는데, 얼른 시체를 묻고 싶었던 젠은 주디를 다그쳤던 게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감상적으로 흐르려던 찰나, 호텔 바에서 열린 결혼식 피로연에 참여한 남성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 함께 춤추자고 말한다. 이때 젠은 빠르게 욕을 퍼부으며 남성을 쫓아낸다. 정말 웃기다.

왼쪽부터 주디(린다 카텔리니)와 젠(크리스티나 애플게이트)

<데드 투 미>는 LA 라구나 해변가 지역을 중심의 주택가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다. 라구나 해변가에 있는 젠의 주택이 주 무대다. 식탁이나 수영장, 창고 등 젠이 소유한 집의 구석구석이 사건의 주요 장소가 된다. 젠과 주디가 남성이 사라진 주택을 자유롭게 점유하며 샴페인을 들고 대화를 나누면서 극이 진행된다. <매드맨>과 같은 드라마에 남성 캐릭터들이 담배와 술을 곁들이고 느리게 대화를 이어나다면, <데드 투 미>는 중년의 여성들이 와인잔에 갖가지 와인과 샴페인을 채워 들고서 빠르게 대사를 쏟아내는 이야기다. 가족을 잃는 사건을 경험하는 두 사람감정의 격랑이 심하고 기쁠 때는 포옹하고 함께 웃는다. 눈물도 많은 드라마인데 슬플 때 두 사람은 곧잘 포옹하면서 함께 운다.


시즌1 스토리라인을 그대로 복제하고 비틀면서 완성됐지만, 시즌2는 앞선 시즌보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시즌2에서는 어떤 죽음도 충격적이지 않으며, 스티브의 상실도 진지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시즌1에서 남성성을 비웃기 위해 등장했던 스티브가 젠에 의해 사망했지만, 그의 쌍둥이 동생 벤이 시즌2에 등장하면서 몰입을 방해다. 주디의 짝으로 등장했던 스티브와 꼭 같이 생긴 쌍둥이 동생 벤이 젠과 사랑에 빠지면서 이야기다소 작위적으로 흘러간다. 시즌1에서 스티브 캐릭터가 매력적이었고 그의 죽음이 꽤 충격적이었기 때문에, 시즌2에서 그를 연기했던 배우 제임스 마스던이 얼굴을 비추면 우선은 반갑다. 하지만 그뿐. 앞선 이야기들에서 벤의 존재를 인식할만한 어떤 단서도 없었기 때문에 벤의 캐릭터는 정당성을 갖춘 캐릭터로 보이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덧1. 넷플릭스 국가별 TOP10 순위를 찾아보던 중 <더 킹: 영원의 군주>가 아시아권에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걸 확인했습니다. <더 킹: 영원의 군주>는 5월 17일 현재 미얀마, 필리핀, 홍콩 등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더라구요. 현재 방영 중인 한국 드라마가 전세계적으로, 이처럼 동시간대로 감상된다는 사실이 새삼 피부로 느껴졌습니다.


덧2. <데드 투 미> 시즌3가 나올 모양입니다. 시즌2 마지막 장면 시즌1처럼 새로운 국면을 맞는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마무리는데요. 벤이 젠과 주디가 탄 차를 친 뒤 도망가버렸습니다. 음주운전에 뺑소니였습니다. 이렇게 또 세 캐릭터가 주요한 사건에 휘말렸으니 시즌3에서 세 배우가 그대로 등장할 것 같습니다. 모두 좋아하는 배우들이어서 다음 시즌을 예감할 수 있는 진행이 좋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스럽네요. 앞으로 어떻게 극을 진행시켜갈까요.


덧3. <데드 투 미> 시즌1이 훌륭하다고 느꼈던 건 상실을 가볍게 처리하지 않아서였습니다. 특히 테드를 잃은 젠의 이야기가 좋았습니다. 테드를 그리워하면서 울기도 하고 잠 못들기도 하지만, 테드가 과거 바람을 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젠은 인간적인 분노에 휩싸입니다. 그만큼 이 드라마는 상실에 대한 폭넓은 감정선을 보여줬습니다. 그러고는 과거에 일어난 사건을 계속해서 돌아보지 않고 어쨌든 단락을 짓고 서사를 쭉쭉 진행시켜 나갔고요. 이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즌2에서는 완벽히 <어벤져스>와 같은 우를 범하네요. <데드 투 미>는 <어벤져스> 시리즈처럼 ‘죽음-부활’을 아무렇지 않게 남발했습니다. 중요하기 때문에 죽지 않고 살아 돌아오는 캐릭터들지켜보는 사람에게 피로감만 안깁니다. <어벤져스> 닉 퓨리가 죽은 줄 알았는데 짠하고 다시 돌아오는 것처럼 배우 제임스 마스던이 돌아오다니요.(ㅜㅜ) 물론 쌍둥이 동생이라는 설정을 입혔지만, 시청자로서는 마스던이 그대로 돌아온 건데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아쉬운 대목입니다.


덧4.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만은 돋보입니다. 저는 특히 크리스티나 애플게이트가 짜증스럽게 빠른 속도로 대사를 내뱉는 너무 재밌습니다. 사랑스러운 투덜이계속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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