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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보라 Jun 14. 2020

시간

일을 조정할 수 있는 건 나다. 일감을 주는 것도 , 일하는 것도 나. 


[에세이 드라이브] 4기 4번째 글_2020년 4월 6일 작성/ 글감 ‘소유자’     


하고 싶은 일이 많다. 그래서 일을 많이 벌여 놓았다.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은 아닌데, 바빠졌다.      


1월까지는 주로 하는 일이 책방 일이었다. 두 군데서 일했는데 주 3.5일 정도라 내 시간이 확보될 수 있었다. 일하지 않는 다른 날에는 주로 도서관에 갔다. 책이든 뭐든 읽었고, 쓰고 싶은 글을 썼다. 꼭 써야만 하는 글은 많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그때 에세이 스탠드도 들었다. 월요일마다 강의 듣고, 글 쓰는 것도 할 만 했다. 친구들도 만나고 책방도 자주 갈 수 잇었다. 지금 떠올리면 여유롭고 충만한 시간이었다.      


2월부터는 서점 한 군데에서만 주 1회 일해서 더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다른 돈 버는 일을 더 해볼까도 싶었다. 돈은 당연히 필요했으니까. 그런데, 당시엔 잠시 나에게 하고 싶은 일을 찾는 시간을 주자는 마음이었기에 다른 일을 더 시도해보고 싶었다.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어쩌다보니 동시에 2개를 하고 있다. <아랫집윗집 여자, 리뷰합니다>. 아랫집 윗집에 살고 있는 대학 친구와 시작한 팟캐스트다. 2월 19일에서 20일로 넘어가는 밤 12시, 팟빵에 업로드 됐다. 콘텐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재미있다. 다른 팟캐스트는 <보끌보끌>이다. 부제는 ‘구보라, 도티끌의 맛있는 책 이야기’. 독립출판 <쎗쎗쎗, 서로의 데드라인이 되어>를 같이 썼던 티끌님과 함께한다.      


매회 팟캐스트를 녹음할 때마다 좋아하는 일을 해본다는 게 신기하다. 내가 듣고 싶은 팟캐스트, 내가 직접 만든다니! ‘이거 완전 독립출판물이잖아?’란 생각이 절로 들곤 한다.      


팟캐스트 말고 하고 있는 건 잡지 기획. 예전에 매체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와는 우리만의 색깔을 담은 미디어 잡지도 만들려고 준비 중이다. 갈증이 있었다. 기자 일을 그만두고 나니 누군가를 인터뷰할 일이 없었다. 누구보다도 인터뷰를 좋아하던 우리들인데! 근데 꼭 기자가 아니어도 인터뷰는 할 수 있는 거 아니냐며, 잡지를 만들어서 인터뷰도 하고, 좋아하는 콘텐츠에 대한 리뷰도 써보자고 얘기 했다! 이야기에서 끝나지 않고, 실제로도 기획하고 구성해보니 재밌었다. 좋아하는 필진들도(주로 여성 동료들, 선배들) 모아보고 있다. 페이보릿 매거진을 만드는 분들이 진행하는 제작 강의도 2월에 신청해두었는데,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연기되어서 다음주부터 시작이다. 강의를 들으면 잡지를 진짜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기대 중이다.      


좋아하는 마음을 가득 담은 책 만드는 일도 진행하고 있다. 좋아하는 밴드인 9와 숫자들의 팬들을 인터뷰하고 있다. 이 일도 역시 혼자 하는 건 아니고, 9와 숫자들로 알게 된 동갑내기 팬인 친구와 함께 하고 있다. 잘 만들고 싶다. 책 자체가 9와 숫자들에게 큰 선물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팬들의 이야기를 담고, 9와 숫자들의 이야기를 담아서 올해 가을에 내는 게 목표다.      


생각보다 바쁜 일정 속에서, 4월엔 서점 일도 주3회로 늘었다. 사장님과 다른 일하는 분이 이번 달에 일할 수 없어서 나와 다른 분 둘이서 일하고 있다. 계속 바라오던 일이 서점에서 일 하는 날이 늘어나는 것이었다, 그 바람이 지금 이뤄져버렸다. 좋다~ 좋은데 시간이 더 소중해버렸다.         


4월 9일 망원동 카페홈즈. 이렇게 카페 테이블에 앉아있을 시간을 확보하려고 노력 중이다. 앉아야 뭐라도 적어내고, 쌓인다. 


팟캐스트 녹음, 서점 일, 잡지나 책 관련 회의, 인터뷰가 없을 땐 계속 글을 쓰거나 책을 본다. 팟캐스트를 같이하는 친구와는 브런치 매거진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자 2주마다 글을 올리는데, 2주가 이렇게나 빨리 돌아오는 지 몰랐다. 티끌님과도 함께 진행 중인 책에 필요한 원고도 써야한다. 대략 2주마다 제출하는데, 역시 2주가 빨리 돌아온다.      


아! 그리고 에세이 드라이브도 이렇게 월요일 밤마다 제출해야한다. 매주 다양한 글감으로 글을 쓸 수 있어서 좋다.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보는 게 너무 좋고, 내 글에 대한 피드백 받는 것도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그래서 아무리 바빠도 피드백을 꼭 하고 있다.      


이렇게 지내다보니 뭔가, 쉴 틈이 없다. 즐거운데 바쁘니 마음이 조금은 지쳐버리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 모두 누가 시킨 적 없고, 좋아서 하는 일이다. 그것도 다들 좋아하는 사람들과...!      


‘친구와 이렇게 ‘일’을 같이 하는 건 처음이다. 하지만 아직은 이건 일로 여겨지지는 않지만, 서로 일을 잘 분담해보려고 노력 중이다. 좋아서 하는 일, 계속 즐기면서 해야지.’      


2월에 팟캐스트를 시작하며 써둔 글 중 일부다. 그렇지... 계속 즐기면서 하면 좋겠다.       


나는 프리랜서일까? 그렇다고 하기는 애매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미 하고 있는 일들을 생각하면 프리랜서인가? 모르겠다. 돈이 되는 일이든 아니든, 아무튼 일은 하고 있다. 그런데 일을 할 땐 시간을 적절하게 잘 안배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은 직장인으로 치면, 평일 내내 퇴근하고도 집에 와서 추가 근무, 주말에도 재택 근무를 하는 느낌이랄까. )      


일을 조정할 수 있는 건 나다. 일감을 주는 것도 나고, 일을 하는 것도 나. 이번주가 고비다. 기고 요청을 받은 글을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여러 가지 일들을 하느라 어제인 일요일까지도 제대로 써둔 게 없었다. 그동안 놀았던 것도 아닌데. 계속 머리엔 그 기고 글을 생각해두면서, 언제 시간을 확보해서 쓰지? 전전긍긍했다. 오늘 오후엔 책방 이후북스에서 진행하는 ‘주간 글쓰기’에 갔다. 갔더니! 내가 좋아하는 강민선 작가님도 있고, 황유미 작가님도 있었다. 든든한 동료 티끌님까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앉아, 어찌어찌 글을 써내려갔다. 기고 글의 초안을 쓰고, 그 글 내용을 공유했다. (5시 반에 공유 시간이 있다.) 목요일 마감인데 이제 쓰기 시작했다고 하자 사람들이 이 정도면 빨리 시작한 거라며 격려해줬다. (그...그런걸까요? 하하. 격려해주시다니, 감사한 분들.)     

에세이 드라이브 글도 쓰지 못할 것 같았는데 이렇게, 다행히도 쓰고 있다. 글을 제출해서, 다른 분들의 피드백도 받고 싶고, 작가님 피드백도 받고 싶다.      


모두 다 잘 해내고 싶다. 그래서 지금 가장 갖고 싶은 건 시간이다. 하기로 한 일들을 잘 해낼 수 있는 시간. 이번주만 일단 잘 보내면, 앞으로는 조금은 여유를 찾아가며 일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사진 또한 망원동 카페홈즈. 2월에 갔을 때 찍은 사진. 너무 좋아하는 책 <도서관의 말들>에 대한 글을 쓰던 날이었다. 



구보라 

보고 듣고 쓰는 걸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콘텐츠를 알리는 것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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