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보라 Sep 16. 2020

결혼이든, 비혼이든. 사랑

매거진 <We See>를 만들면서 주제에 대해서 참 많이 생각했다. “당신도 결혼 혹은 비혼을 고민하고 있나요?”. 지난주 주말까지는 에필로그를 썼는데, 글을 쓰다보니, 떠오르지 않았던 여러 일들도 떠올랐다. 역시 글이란... 특히 떠오른 건, 예전 연인과 결혼 이야기를 나눴던 일.      


우리 함께 살 땐 나중에 이런 집이면 좋겠다~ 그러게~ 평생 사랑하자~ 이런 대화를 하던 사이였다. 진지하게 결혼 이야기를 하지는 않더라도. 그러다가 만난 지 3년이 되어갈 무렵, “우리는... 한... 2~3년 있다가, 결혼하면 되겠다 그치?” 이 말을 한 이후로 헤어졌다. (이렇게 문장으로 써 본 게 처음이다. 쓰고 보니 더 씁쓸하다). 당장 결혼하자! 가 아니라, 연애하면서, 앞으로도 계속 함께할 사람으로 서로 생각하고 대화하던 사람이니까. 그래서 그 말을 꺼냈던 것일 뿐인데. 생각해보면 그는 나랑 헤어질 생각을 계속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말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일 뿐. 그런 상황에서 내가 결혼을 말하다니, 좋은 빌미가 되어주었겠지.      


결혼 생각이 없다며, 나랑 헤어지겠다는 뉘앙스로 말을 할 땐, 나는 “그래 너가 결혼 생각이 없다는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나랑 지금 당장 헤어지겠다는 거야?”, “사랑하는 거 아니야?”, “사랑하면 일단은 계속 만나보고, 결혼 이야기는 다시 해보는 게 낫지 않아?”, “아직 오지도 않을 미래에 결혼 안 할 거라고 지금 갑자기 헤어져?” 나는 계속 질문했다.      


헤어지는 날, 그가 내게 마지막으로 한 말도 “연애하기 지쳤어”였다. “너가 싫다”, “앞으로는 너랑 만나고 싶지가 않다”, “다른 사람이 더 좋아졌다” 등등 이런 말을 했다면 헤어짐이 더 납득이 됐을 수도 있다. 크게 싸우지도 않은 채 그렇게 헤어졌다. 어차피 그렇게 헤어질 사람이었다면 결혼 이야기를 그냥 잘 꺼냈던 것일 수도 있다.      

연애가 끝났던 그때가 29살, 1월이었다. 30대 초반쯤엔 결혼을 하겠지? 라고 으레 생각했다. 근데 지금 내 나이가 이제 31살. ‘언제 해야지’ 이건 의미가 없다는 걸 이제는 안다. 그냥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가 더 중요하고 소중할 뿐.      


그래서 요즘은 이런 생각을 해봤다. 앞으로 누군가를 만났는데 만약! 그 사람이 비혼주의자라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혼자 해보는 자문자답 놀이...) 내가 내린 결론은. ‘상관없음’이다. 물론 나는 결혼을 원하는 사람이지만, 결혼보다도 더 중요한 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그 사람이 비혼을 원한다면, 나 또한 함께 비혼으로 살아가고 싶다~ 비혼이라도 함께 살 수도 있고, 또 다른 방식으로 사랑하며 살아갈 수는 있을 테니까. 결혼이든 비혼이든, 사랑하면 되는 것 아닐까. 서로의 마음만 맞다면.      


그리고 연애할 때, 결혼이든 비혼이든 그런 이야기는 거리낌 없이 편하게 서로 할 수 있는 사이면 좋겠다. (잘 만나다가 결혼 이야기를 계기로 또는 빌미로 헤어지는 건...) 매거진 <We See> 라운드테이블 코너에 참여해주신 분이 했던 말도 그래서 참 많이 공감이 갔다. (이러려고 쓴 게 아닌데, 기승전 매거진)   

  

“저는 결혼에 대해서 연인에게 물어보는 편이에요. 터놓고 이야기 나눠요. (중략) 결혼도 가치관인데 그런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를 연인과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휴, 이 글은 오늘 집으로 오는 버스 안에서 “몇 번인가 이별을 경험하고서 널 만났지~ 그래서 더 시작이 두려웠는지 몰라. 하지만 누군갈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되는 건. 니가 마지막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우- 나처럼”. 이 노래를 듣다가, 쓰고 싶어져서 쓰기 시작했다. 



작가의 이전글 팟캐스트를 소개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