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06 / 언니네 이발관
얼마 전 이석원의 신간이 나왔다. <2인조>(달출판사). 그의 글을 무척이나 좋아하기에 반가웠다. 사려던 참에 선물도 받아서 더 반가웠다.
이석원은, 새로운 책을 내면 당연히 보는 작가. <보통의 존재> 이후로 이석원은 그런 작가였다. 2년 전인 2018년 11월에는 ‘어제 책방비엥에서 구입했다. 이석원의 책이니깐 당연히 사야지’라고 블로그에 적어두기도 했다. ‘당연히’.
그 책이 언제 나왔는지 가물해서 찾아보다 놀랐다. 2009년. 벌써 11년 전 책이다. 내가 스무살 때에 나온 책이라니... 초판 1쇄가 2009년 11월 4일.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초판 3쇄. 11월 27일. (독립출판을 하고나니, 이런 날짜도 눈여겨 보게 된다. 출간 23일만에 3쇄... 와...)
이석원은 지금은 글만 쓰는 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이석원의 음악을 좋아한다. 특히 자주 들은 노래는 그가 마지막으로 낸 앨범이 바로 6집 [홀로 있는 사람들] 이다. 1번 트랙 ‘너의 몸을 흔들어 너의 마음을 움직여’과 8번 트랙 ‘홀로 있는 사람들’ 이 두 곡이 타이틀이다.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홀로 있는 사람들’과 ‘혼자 추는 춤’. 특히 ‘홀로 있는 사람들’(유튜브 링크)을 매우 좋아한다.
이석원의 목소리가 나오기 전, 노래가 시작하기 전 그 부분을 너무 좋다. 듣는 것만으로도 해방감이 듬뿍 느껴진달까. 음악에 대한 느낌을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아서, 제대로 표현을 하기 힘들지만. 매우 좋아하는 노래다.
나는 세상이 바라던 사람은 아냐
그렇지만 이 세상도 나에겐
바라던 곳은 아니었지
난 그걸 너무 빨리 알게 됐어
너무 빨리
이런 가사의 톤 또한.
지난번 브런치 글에서 9와 숫자들이라는 밴드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지만, 9와 숫자들만큼이나 좋아하는 밴드는 언니네 이발관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9와 숫자들은 활동을 하기 시작한 시기와 내가 좋아한 시기가 거의 일치해서 공연도 보러 다녔다는 점. 그래서 그 멤버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함께 커졌다는 것. 노래도 좋고, 그 멤버들도 좋다. 그러나 언니네 이발관은 앨범이 나오고, 조금 늦게 알았기에 공연을 많이 보러다니지도 못 했다. (알고 난 이후에도 공연을 다니진 않았던 듯)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채워지긴 했다. 팬심이. 그리고 멤버들보다도 언니네는 ‘이석원’으로 내게 존재했다.
이렇게 언니네이발관 노래를 듣다보면, 아쉬움이 몰려온다. 더 이상은 새 앨범이 나오지 않으니까. 새 책이 나오는 건 기대할 수 있지만.
그러다 오늘 제시어인 6과 어울리게(!), 신간인 <2인조> 중에서 6번째 글을 한번 읽어봤다. 제목은 '미움받는 연습'. 아래는 그 중 일부를 발췌한 부분이다.
'저는 좋아했던 음악이 일이 되어버린 상황이 괴로웠고, 그게 내 음악 듣는 즐거움을 영영 빼앗아가버렸다는 걸 알았을 때 더는 그 일과 잘 지낼 수 없었죠.'
‘저는 이제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은 마음에 음악을 관둔 거였는데, 그러고서야 안 거예요. 내겐 음악과 글이 서로에게 출구와 도피처가 되어주었었다는 걸.
음악을 만들다 힘이 들면 글을 쓰고 책을 만들다 여의치가 않으면 음악으로 가면서, 나는 그 두 일이 내게 그런 긍정적인 역할을 했는지, 녀석들이 그런 사이좋은 관계였는지를 하나를 떠나보내고서야 안 거죠.’
음악과 글이 서로에게 출구와 도피처가 되어주었다니. 그러나, 다시 그가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 돌아올 것 같진 않다.
그가 쓰는 글을 계속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하자,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가 이미 낸 음악들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하자고. 계속 듣고 또 듣자고.
+ 덧붙이며, 언니네 이발관의 노래 중 하나만 추천해볼게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산들산들’.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 노래에요. https://www.youtube.com/watch?v=cB2xyEY_JRs
나는 이런 평범한 사람
누구가의 별이 되기엔
아직은 부족하지 그래도 난 가네
나는 나의 길을 가
소나기 피할 수 없어
구름 위를 날아 어디든지 가
외로워도 멈출 수 없는 그런 나의 길
그래도 나는 나의 길을 가, 소나기가 와도 피하지 않고, 구름 위도 날고, 외로워도 멈출 수 없는 나의 길. 고등학생 때 너무 푹 빠져 있던 노래인데 듣다 보면 마음이 뭔가 넓어지고 높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살짝 삶에 초연해지는 기분도 들었다. 그래서 마음이 좁아지고 답답해질 때마다 찾아 듣던 노래.
구보라
보고 듣고 씁니다.
인디 음악 듣는 걸 좋아합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좋아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