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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살 앞 30날」24

24. 07 / 매일매일

by 구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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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8월 8일이다. 특별한 날은 아니지만, 월의 숫자와 일의 숫자가 같은 날에는 마음이 편안해지고 귀여운 일이 생길 것만 같다.’


책 <스무스>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책에 대한 리뷰 ‘나만의 물결을 만들어내도록 하는 책, 태재 <스무스>’를 브런치 매거진에 올린 적이 있다. 마침 그 날이 7월 7일. 월의 숫자와 일의 숫자가 같은 날이었다. 그날 내게, 귀여운 일이 일어났던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오늘의 제시어인 숫자 ‘7’과도 잘 어울리니 <스무스>를 다시 보며 떠오른 생각들을 적어보려 한다.


<스무스>는 태재 작가가 10개월 동안 수영장을 다니며 쓴 일지를 모은 책이다. ‘일지 日誌’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그날그날의 일을 적은 기록. 또는 그런 책.’ 매일 수영을 했고, 매일 그날을 기록했다. 그 기록은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새삼 더 놀랍다. 수영을 매일 가는 것도 대단한데, 기록까지 쉬지 않고 매일 했다는 것! 새해 계획으로 ‘운동하기’를 쓸 때에 다시 펼쳐보기에 정말 적절한 책인 것 같다.


‘매일 운동을 하니 잠도 잘 오고 밥도 맛있다. 오랜만에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실제로 건강이랑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건강아 잘 지냈어? 보고 싶었잖아~”라고 말하고 싶다. 그럼 건강은 어떻게 대답할까. 이미 예전에 마음을 정리하고 “저 아세요...? 잘못 보신 것 같은데...”하고 사무적으로 나오려나?’


오늘 다시 펼쳐본 <스무스>에서 이 문장을 읽으며 ‘건강해지는 기분’을 느껴보고 싶어졌다. 지난해 가을부터 내가 하던 유일한 운동은 주2회 정도 요가원을 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도 거리두기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가지 않다 보니 벌써 몇 개월째 운동을 안 하고 있다. 요즘 유일하게 하는 운동은 가끔 근처 천을 걷는 것이다. 짧으면 30분, 길면 1시간. 그런데 운동이라고 할 정도의 강도가 되지 못 하기 때문에, 산책이 맞는 것 같다. 산책이더라도 매일 한다면, 조금은 건강해지는 기분을 느껴볼 수 있을텐데. 다시 또 마음을 다잡아볼까?


‘매일 오는 수영장, 반복되는 리듬이 생긴 덕분에 요즘은 곧잘 무아지경을 겪는다. 무언가를 자연스럽게 하게 될 정도로 익숙해졌을 때, 내 안의 잡념들이 없어지는 지경. 그 지경에 이르면 잡념이 있던 자리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들어올 수 있고, 나는 그 아이디어들로 나의 다음을 준비할 수 있다.’


요가가 끝날 때쯤 일종의 ‘무아지경’을 경험한다. 초보 수련자다보니 요가에 온통 집중하다보면 몸이 고되어지고, 잡념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 까마득하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요가원이 지금은 닫혀있지만, 상황이 나아진다면 바로 다시 등록해야겠다. 작심 3일이라면 3일마다 다시 결심해야지.


오늘까지 25일 연속으로(프롤로그 포함) 매일 글을 쓰고 있다. 매일 글을 쓴다는 것도 쉽지는 않은 일이지만, 어떻게든 해내고 있다. 하루에 해야하는 일에서도 우선순위라는 게 있다면, 매일 글쓰기를 높은 우선순위에 두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만큼 시간을 확보하고, 마음을 쓰고 있다. 운동 또한 매일의 우선순위에 높게 올려둔다면,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새해부터 해야지’가 아니라 당장 오늘부터, 매일매일. 그렇게 글쓰기도, 운동도 그리고 하고픈 일들을 꾸준히 이어나가고 싶다.



구보라


보고 듣고 씁니다.

책방에서 일하고, 글쓰고, 독립 매거진과 팟캐스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작가 구보라씨의 일일'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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